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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부산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와 흐름을 조망하는 자리다. 최근 1년 사이 제작된 현재 부산독립영화의 주요한 흐름을 살피는 스펙트럼 부산-나우와 부산독립영화의 빛나는 성취를 되새기는 스펙트럼부산-리와인드로 구성된다.


스펙트럼 부산-나우의 올해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이름이 있다. 박배일의 카메라는 해외 체류 중에도 꺼지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서 다큐멘터리 <부력>(2025)이 되었다. 산복도로에서 시작된 김지곤의 할매 연작은 <할매>(2011), <할매-시멘트정원>(2012), <월간-할매>(2013), <할매-서랍>(2015)을 지나 <망양중복>(2025)에 이르렀다. 할매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다복한 자손들과 어울려 김지곤은 사라져가는 것과 그 자리를 채운 개발의 풍경을 수집한다. 


생활의 그릇인 옹기를 만드는 기술과 장인들도 번영한 시절을 지난 듯하지만, 기술은 이제 계승해야 할 전통이자 문화유산이 되었다. 주인된 이의 살뜰한 손길 안 닿은 곳 없는 작업장, 다음 과정을 기다리며 정연히 쌓인 그릇들, 친구이자 동료를 기억하며 흙 빚던 손으로 시를 쓰는 마음 앞에 노동과 예술의 경계를 생각해본다(<옹기와 장인>(2025)(오민욱)). 박준범은 <디렉터스 컷>(2014) 이후 오래간만에 신작 <우리의 계절은 흘러가고>(2025)를 내놓았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는 데 능한 단편 극영화다.


김종한은 2025 부산독립영화 후반제작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인디부산을 통해 <눈 내리는 봄날>을 완성했다. 인물과 스태프 구성은 여전히 단출하나 두 배우가 참여해 그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자막이 없다. 특유의 말투는 여전히 하나의 인상을 만든다. 올해 부산 인터시티 레지던시 영화제작사업으로 필리핀 퀘존시티에 파견된 이시오의 단편신작 <홈커밍>(2025)은, 여름의 무성한 생명력과 도시의 활기 속에서 격렬한 드라마 대신 인물의 감정을 가만히 살피고 있다.


누군가에게 영화를 만든다는 건 그동안 보아온 영화와 나와 친구들의 유희다. <자유사진>(2025) 얘기다. 건물과 이어져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육교의 구조에서 권용진은 <퐁네프의 연인들>(1991)을 떠올린 것 같다. 장소가 마음에 들어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한눈에도 친구들이 분명한 비전문 배우들이 익숙한 자의 카메라 앞이라서인지 천연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레오 까락스의 영화에서처럼 춤을 추거나 달리는 건 인물들이 아니라 카메라다.

 

김경현의 단편 다큐멘터리 <한퇴골>(2025)은 불편한 피붙이들과 모이는 현대의 명절을 생각한다. 그들의 관계가 스타일로 반영되어 어머니의 형제들은 카메라에 곁을 주지 않는다. 탐사추적 프로그램이 증인을 보호하는 구도가 그렇듯 먼 발치, 혹은 뒷모습, 얼굴 아래의 신체 일부 정도나 허락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숏을 차지하는 건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들의 사진, 목소리, 강아지, 세간살이 같은 것들이다. 어른들의 일이라 나서지 않는 대신 자막으로 속내를 전하고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곰살맞은 아들과 그래도 늘 쾌활한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김경현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스펙트럼 부산-리와인드는 시간의 흐름이 반드시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사람살이와 가족은 창작자들의 영원한 테마다. 각기 다른 형식으로 가족, 다른 말로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단편 세 편을  모았다. 일찍이 배종대라는 극영화 연출자의 가능성을 예견케 했던 <계절>(2009)은 섬세하게 직조된 인물의 감정이 놀랍다. 유쾌한 장르의 방식으로 가족을 호명하는 김진태의 <대회전>(2012)은, 그 소재가 최신작 <결혼, 하겠나?>까지 어떻게 변주되며 이어지는지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윤지수의 <부자>(2014)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이자 손녀이기에 가능한 자리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서로 다른 시간과 형식, 그리고 믿음직한 영화의 태도를 이곳에서 생각하며 부산독립영화의 스펙트럼을 가늠해보기를 바란다.

 

김지연

스펙트럼 부산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와 흐름을 조망하는 자리다. 최근 1년 사이 제작된 현재 부산독립영화의 주요한 흐름을 살피는 스펙트럼 부산-나우와 부산독립영화의 빛나는 성취를 되새기는 스펙트럼부산-리와인드로 구성된다.


스펙트럼 부산-나우의 올해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이름이 있다. 박배일의 카메라는 해외 체류 중에도 꺼지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서 다큐멘터리 <부력>(2025)이 되었다. 산복도로에서 시작된 김지곤의 할매 연작은 <할매>(2011), <할매-시멘트정원>(2012), <월간-할매>(2013), <할매-서랍>(2015)을 지나 <망양중복>(2025)에 이르렀다. 할매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다복한 자손들과 어울려 김지곤은 사라져가는 것과 그 자리를 채운 개발의 풍경을 수집한다. 


생활의 그릇인 옹기를 만드는 기술과 장인들도 번영한 시절을 지난 듯하지만, 기술은 이제 계승해야 할 전통이자 문화유산이 되었다. 주인된 이의 살뜰한 손길 안 닿은 곳 없는 작업장, 다음 과정을 기다리며 정연히 쌓인 그릇들, 친구이자 동료를 기억하며 흙 빚던 손으로 시를 쓰는 마음 앞에 노동과 예술의 경계를 생각해본다(<옹기와 장인>(2025)(오민욱)). 박준범은 <디렉터스 컷>(2014) 이후 오래간만에 신작 <우리의 계절은 흘러가고>(2025)를 내놓았다.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는 데 능한 단편 극영화다.


김종한은 2025 부산독립영화 후반제작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인디부산을 통해 <눈 내리는 봄날>을 완성했다. 인물과 스태프 구성은 여전히 단출하나 두 배우가 참여해 그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자막이 없다. 특유의 말투는 여전히 하나의 인상을 만든다. 올해 부산 인터시티 레지던시 영화제작사업으로 필리핀 퀘존시티에 파견된 이시오의 단편신작 <홈커밍>(2025)은, 여름의 무성한 생명력과 도시의 활기 속에서 격렬한 드라마 대신 인물의 감정을 가만히 살피고 있다.


누군가에게 영화를 만든다는 건 그동안 보아온 영화와 나와 친구들의 유희다. <자유사진>(2025) 얘기다. 건물과 이어져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육교의 구조에서 권용진은 <퐁네프의 연인들>(1991)을 떠올린 것 같다. 장소가 마음에 들어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한눈에도 친구들이 분명한 비전문 배우들이 익숙한 자의 카메라 앞이라서인지 천연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레오 까락스의 영화에서처럼 춤을 추거나 달리는 건 인물들이 아니라 카메라다.

 

김경현의 단편 다큐멘터리 <한퇴골>(2025)은 불편한 피붙이들과 모이는 현대의 명절을 생각한다. 그들의 관계가 스타일로 반영되어 어머니의 형제들은 카메라에 곁을 주지 않는다. 탐사추적 프로그램이 증인을 보호하는 구도가 그렇듯 먼 발치, 혹은 뒷모습, 얼굴 아래의 신체 일부 정도나 허락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숏을 차지하는 건 어머니와 외할머니, 그들의 사진, 목소리, 강아지, 세간살이 같은 것들이다. 어른들의 일이라 나서지 않는 대신 자막으로 속내를 전하고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곰살맞은 아들과 그래도 늘 쾌활한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김경현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스펙트럼 부산-리와인드는 시간의 흐름이 반드시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사람살이와 가족은 창작자들의 영원한 테마다. 각기 다른 형식으로 가족, 다른 말로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단편 세 편을  모았다. 일찍이 배종대라는 극영화 연출자의 가능성을 예견케 했던 <계절>(2009)은 섬세하게 직조된 인물의 감정이 놀랍다. 유쾌한 장르의 방식으로 가족을 호명하는 김진태의 <대회전>(2012)은, 그 소재가 최신작 <결혼, 하겠나?>까지 어떻게 변주되며 이어지는지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윤지수의 <부자>(2014)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이자 손녀이기에 가능한 자리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다.

 

서로 다른 시간과 형식, 그리고 믿음직한 영화의 태도를 이곳에서 생각하며 부산독립영화의 스펙트럼을 가늠해보기를 바란다.

 

김지연

스펙트럼 부산-나우 1
11.21.(금) 18:00 영화의 전당 소극장
11.22.(토) 10:00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GV

옹기와 장인 Village of Onggijang

오민욱|다큐멘터리|혼합|47분|2025

스펙트럼 부산-나우 2

11.22.(토) 17:00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GV

11.23.(일) 19:00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GV

눈 내리는 봄날 snowy spring day

김종한|극영화|컬러|22분|2025

홈커밍 Homecoming

이시오|극영화|컬러|28분|2025

자유사진 Free photo

권용진|극영화|컬러|22분|2025

스펙트럼 부산-나우 3

11.22.(토) 11:45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GV

11.23.(일) 19:00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GV

우리의 계절은 흘러가고 Our Seasons Pass by
박준범 | 극영화|컬러|33분|2025
한퇴골 The Hill
김경현|다큐멘터리|컬러|30분|2025
스펙트럼 부산-나우 4

11.21.(금) 19:30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11.22.(토) 19:10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GV

부력 Buoyancy
박배일|다큐멘터리|혼합|100분|2025
스펙트럼 부산-나우 5

11.22.(토) 15:00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GV

11.23.(일) 11:00 영화의 전당 소극장

망양중복
Forget The Ocean, When We Look At The Ocean
김지곤|다큐멘터리|혼합|95분|2025
스펙트럼 부산-리와인드

11.22.(토) 10:00 영화의 전당 소극장

11.22.(토) 19:45 영화의 전당 인디플러스  GV

계절 Season

배종대|극영화|컬러|28분|2009

대회전 long inside angle shot

김진태|극영화|컬러|16분|2012

부자 Father and Son
윤지수|다큐멘터리|컬러|18분|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