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통합 검색
스펙트럼 부산-나우 3
한퇴골
The Hill
김경현┃다큐멘터리┃컬러┃30분┃2025┃대한민국┃15+

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외삼촌이 너무 싫다. 사실 외갓집 얘기만 나오면 목이 메는 엄마도, 건강이 나빠진 이후로 더 자주 외삼촌과 싸우는 할아버지도, 남 탓도 못하고 자책하는 할머니도 모두 싫다. 그러다 유난히 더웠던 어느 추석날, 외삼촌은 키우는 염소를 보여주겠다고 나서고, 나는 끌려가듯 따라간다.
명절이 숨 막히고 불편한 건 오늘날 평범하고 보편적인 경험일 것 같다. 나는 늘 그 현장을 외면해왔으나, 그날 기록된 소리와 영상은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다. 녹음된 소리가 주된 소스였기 때문에 나레이션을 삽입하지 않음으로써 현장감을 키워 함께 관찰하고 경험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화해나 구원으로 끝나지 않으나, 돌아가는 길에 듣게 되는 어머니의 노래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감정과 희미한 가능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통영시 도산면 한퇴마을. 매년 명절날이면 엄마와 아들이 이 작은 마을에 들린다. 외갓집에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들이 살고 있고, 귀여운 강아지들도 함께 있다. 하지만 그 장소는 엄마와 아들에게 마냥 편안한 곳만은 아니다. 엄마는 통영의 가족들이 유일한 컴플렉스 같다고 느끼며 남들에게 소개시켜주기 어려운, 즉 감추고 싶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는 그 감추고 싶은 것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사실 이미 우리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추고 싶지 않은 것, 그들에게는 이미 과거형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일은 아들이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아들이자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감추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일. 모두에게 공개되는 영화를 통해서 엄마에게 다가가는 일. 엄마와 아들은 한퇴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차 안에서의 둘의 대화와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는 왠지 모르게 편안해 보이며 우리는 함께 드라이브를 하듯 각자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박천현)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13, 401호. 48948, 070-8888-9106 ⓒ Busan Independent Film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