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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만큼이나 다시 만난 얼굴에서 낯선 표정을 목격하는 즐거움도 크다. 부산 밖 지역의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로컬 투 로컬에서 올해 만날 여덟 편의 장편이 그렇다.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든 이에게도 다음 영화는 미지의 영역일 테다. 익숙한 방식을 다시 믿어볼 것인가, 전과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인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 시도에서 저마다의 고민과 선택은 새로운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야기의 자리를 바꾸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도 달라질까? 세 이야기가 교차하는 박홍민의 <스페이스>와 세 인물 사이에서 서사의 중심을 옮겨가는 김덕중의 <트루먼의 사랑>은 고립과 연결, 믿음과 사랑의 화두를 달리 보게 하는 두 작품이다. 아이의 탄생 이후 달라진 일상에 창작의 호흡을 맞춘 박송열의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와 느슨한 장면의 연결에서 기묘하고도 친밀한 초상을 길러낸 이종수의 <나타 근영>은 삶과 영화의 리듬이 호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머문 자리도 함께 읽힌다. 감정원의 <별과 모래>가 강을 찾는 두 인물의 사연 곁에 금호강의 시간을 펼쳐둔다면, 장윤미의 <관리처분계획-미아리 텍사스 편>은 사진과 독백, 투쟁의 현장과 긴 구술을 엮어 누락된 장소의 역사를 증언한다. ‘축산동물’이라 불리는 존재 낱낱의 삶에 다가서는 장윤미와 이수유의 <하나하나의 세계>와 이전을 앞둔 요셉의원을 비춘 김경원의 <사랑, 우린 멀리 이곳에>는 어떤 삶을 조명하는 일이 그 삶을 돌보는 일과 어디서 만나는지 묻게 한다.
단편의 모험은 보는 감각을 새롭게 만드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김지환의 <안개의 열차>는 열차 뒤로 멀어지는 풍경의 프레임을 뭉개고 중첩하며 시간과 움직임의 감각을 낯설게 한다. 이를 심찬미의 <안나의 몸짓들> 속 그림을 그리고 카메라를 드는 몸짓과 나란히 놓으면, 세계를 발견하는 서로 다른 설렘이 전해진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는 부담이 따를 때도 있다. 장민혜의 <그림자 소년>에서 로커를 꿈꾸는 소년과 장주선의 <의주의 언어>에서 영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는 소녀는 되고 싶은 자신과 설명해야 하는 자신의 간극 속에서 성장 중이다. 흔들리는 삶에 다가서며 카메라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권수빈의 <두껍아, 새 집 다오>는 재개발로 떠나야 하는 이들의 서글픔 가운데 웃음을 자아내고, 명소희의 <어느 날, 여름에게>는 누군가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출발해 지워져간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듬는다. 김아현의
‘지역’은 창작의 출발점일 수 있어도 개개의 작품이 나아갈 방향까지 지시하지 않는다. 열다섯 편의 작품을 모아보는 일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시작된 물음과 고민을 함께 읽어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어떤 영화는 기꺼이 형식을 어지럽히고, 어떤 영화는 오랜 관찰 속에서 뜻밖의 시간을 맞이한다. 이 영화가 건넨 확신이 저 영화 앞에서 낯설어질 수 있고, 선뜻 그러쥘 수 없었던 장면이 이웃한 작품에서 문득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편씩의 답을 서둘러 정리하기보다 질문과 나란히 거닐어보길 청한다. 모두들 각자의 다음 영화를 찾아가는 마음으로.
함윤정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만큼이나 다시 만난 얼굴에서 낯선 표정을 목격하는 즐거움도 크다. 부산 밖 지역의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로컬 투 로컬에서 올해 만날 여덟 편의 장편이 그렇다.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든 이에게도 다음 영화는 미지의 영역일 테다. 익숙한 방식을 다시 믿어볼 것인가, 전과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인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 시도에서 저마다의 고민과 선택은 새로운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야기의 자리를 바꾸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도 달라질까? 세 이야기가 교차하는 박홍민의 <스페이스>와 세 인물 사이에서 서사의 중심을 옮겨가는 김덕중의 <트루먼의 사랑>은 고립과 연결, 믿음과 사랑의 화두를 달리 보게 하는 두 작품이다. 아이의 탄생 이후 달라진 일상에 창작의 호흡을 맞춘 박송열의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와 느슨한 장면의 연결에서 기묘하고도 친밀한 초상을 길러낸 이종수의 <나타 근영>은 삶과 영화의 리듬이 호응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머문 자리도 함께 읽힌다. 감정원의 <별과 모래>가 강을 찾는 두 인물의 사연 곁에 금호강의 시간을 펼쳐둔다면, 장윤미의 <관리처분계획-미아리 텍사스 편>은 사진과 독백, 투쟁의 현장과 긴 구술을 엮어 누락된 장소의 역사를 증언한다. ‘축산동물’이라 불리는 존재 낱낱의 삶에 다가서는 장윤미와 이수유의 <하나하나의 세계>와 이전을 앞둔 요셉의원을 비춘 김경원의 <사랑, 우린 멀리 이곳에>는 어떤 삶을 조명하는 일이 그 삶을 돌보는 일과 어디서 만나는지 묻게 한다.
단편의 모험은 보는 감각을 새롭게 만드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김지환의 <안개의 열차>는 열차 뒤로 멀어지는 풍경의 프레임을 뭉개고 중첩하며 시간과 움직임의 감각을 낯설게 한다. 이를 심찬미의 <안나의 몸짓들> 속 그림을 그리고 카메라를 드는 몸짓과 나란히 놓으면, 세계를 발견하는 서로 다른 설렘이 전해진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는 부담이 따를 때도 있다. 장민혜의 <그림자 소년>에서 로커를 꿈꾸는 소년과 장주선의 <의주의 언어>에서 영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하는 소녀는 되고 싶은 자신과 설명해야 하는 자신의 간극 속에서 성장 중이다. 흔들리는 삶에 다가서며 카메라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권수빈의 <두껍아, 새 집 다오>는 재개발로 떠나야 하는 이들의 서글픔 가운데 웃음을 자아내고, 명소희의 <어느 날, 여름에게>는 누군가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출발해 지워져간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듬는다. 김아현의
‘지역’은 창작의 출발점일 수 있어도 개개의 작품이 나아갈 방향까지 지시하지 않는다. 열다섯 편의 작품을 모아보는 일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시작된 물음과 고민을 함께 읽어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어떤 영화는 기꺼이 형식을 어지럽히고, 어떤 영화는 오랜 관찰 속에서 뜻밖의 시간을 맞이한다. 이 영화가 건넨 확신이 저 영화 앞에서 낯설어질 수 있고, 선뜻 그러쥘 수 없었던 장면이 이웃한 작품에서 문득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편씩의 답을 서둘러 정리하기보다 질문과 나란히 거닐어보길 청한다. 모두들 각자의 다음 영화를 찾아가는 마음으로.
함윤정
2026.11.20.(금) 19:3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