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의주는 담임의 권유로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게 된다. 대회의 출전 자격은 ‘탈북민’. 그러나 의주는 북한을 떠나 온 엄마가 중국에서 낳아 키운 딸로, 북한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엄마를 따라 한국 국적을 택한 뒤부터는 법적으로도 한국인이다. 하지만 의주는 자신의 배경에 무지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정체성을 오인받고, 그것을 설명하거나 증명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야 하는 순간마다 의주는 말문이 막혀 들어간다. 어렵게 데려온 딸과 잘 살아보려 묵묵히 일하는 엄마를 볼수록 의주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독특한’ 억양을 숨기지 않고 북한음식점에 데려가는 엄마에게 자신은 다르다며 선을 긋지만, 그럼에도 아직 경계 위에서 흔들리는 의주에게 엄마 해수는 가장 소중한 길잡이 빛이 된다.
이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