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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투 로컬 10
어느 날, 여름에게
A Day From Summer

명소희
zlove514@naver.com

어느 여름, 나는 2004년 그녀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 그녀가 마지막 편지를 남겼던 춘천, 소양로, 장미촌. 그곳은 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었다. 그녀의 편지를 받고 그곳에 갔지만, 그녀가 있었던 장미촌도 내가 살았던 집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곳에 있던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녀들은 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일까. 누가 그녀들을 사라지게 했을까. 여름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다 사라진 그녀들의 흔적을 찾아서.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에 불쑥 여성을 향한 혐오범죄 소식을 접한다. 새벽 산책길, 마트 장보는 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여성들의 시간에는 매 순간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2004년 A씨의 편지 말미에 ‘나와 같은 비관자가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는 그녀의 소원은 아직 우리에게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은 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녀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편지를 읽고, 나는 ‘우리의 시간은 이어져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주 오래 전의 어떤 여성들의 기억들과 A씨의 기억과 나의 기억과 또 누군가의 기억들. 우리의 기억과 역사는 계속해서 되물림되고 있다. 아주 긴 여름만이 우리에게 허락되었다. 우리는 그 긴 여름을 다음 사람에게 물려준다. 떠나가는 계절을 보며 오늘도 우린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한숨처럼 내뱉는다. 이 영화는 ‘사라지고 있는, 하지만 사라지고 싶지 않은’ 모든 이를 위한 기도이며, 이미 ‘사라진 여름들’에 대한 애도의 영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