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의 첫 번째 장편영화. 순서가 뒤섞인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출했던 단편을 비롯해 기획 또는 참여한 여러 활동을 살피며 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현재의 자리를 그려보려 한다. 영화는 파편적인 이미지와 일종의 퍼포먼스 사이를 오가고, 중간중간 삽입된 특수효과는 조악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 결과일까, 자신의 이력과 성취가 대단치 않다고 여겨서일까. 자기반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쓰지 않고 자막이나 AI 음성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 같다. 힘들었던 기억을 뒤로한 채 영화제작 수업을 또 수강하고, 어머니를 위해 앨범도 발매한다. 특히 이 대목에는 뭉근한 애정이 전해져 보는 이의 마음마저 움직인다. 그는 지나온 시간을 쓰레기봉투에서 무작위로 꺼낸 무가치한 것들의 나열로 여기는가 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직 명명하지 못한 가능성들이 그안에 함께 있을지도 모르니까. 쓰레기봉투를 쓴 채 배회하던 김준희가 더 넓은 세계와 접속해 그 가능성을 펼쳐내는 다음 영화를 보고 싶다.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