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이 어두운 제주의 마을 어귀, 나란히 앉아 있는 아이들 사이로 빛이 자리한다. 가로등 불빛조차 드문 마을에서는 어둠 속 불이 켜진 집 한 채가 화면에 남는다. 시골 마을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샤인〉은 빛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을 함께 담아내며 주변을 모두 밝히지 않는 조명 아래 영화 속 풍경은 잠시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예선 앞에 여섯 살배기 새별이 나타난다. 두 사람의 곁에는 스텔라와 라파엘라 수녀를 비롯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서로의 일상에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지만, 누군가의 곁에 머문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 아니다. 영화는 이들의 만남과 기다림을 따라가면서도 각자의 시간을 조금씩 떨어뜨려 놓는다. 인물들의 대화와 뒷모습, 제주의 풍경이 이어지며 현실적인 장면들 사이에 독특한 리듬이 생겨난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 그러나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일과 같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끝내 밝히려 하기보다, 어둠 속에서 잠시 드러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래 바라보나 보다.
정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