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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3. 27.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오민욱(<옹기와 장인> 연출) 임지훈(<유령> 연출) 김진국 이영봉(<사이먼> 연출)

진행 | 김현구(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어떤 사람들

영화도 결국 사람의 일이라, 때로는 거대서사나 사건보다 한 사람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3월의 “로컬 픽, 시간과 빛”에서 만날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바로 그렇습니다. 노동은 어디에서 예술이 되는 것일까요. <옹기와 장인>에서 우리는 이제 계승해야 할 전통의 가치가 된 기술을 봅니다. <사이먼>은 국내 최초의 레이싱슈트 장인이자 매력적인 인간형인 송영식을 만납니다. 그 열정과 고유한 삶은 사이먼의 명맥이 이어지거나 그렇지 않거나 오래 빛날 것이라는 사실을 믿게 합니다. 행정 분류상 거주불명자가 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유령>의 여정은 또 다른 질문을 건넵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스타일이나 미학에 앞서는 것이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3월의 “로컬 픽, 시간과 빛”에서 현전하는 인물들이 건네는 기록의 힘을 통해, 사람과 세계, 노동과 예술,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옹기와 장인 Village of Onggijang

오민욱┃다큐멘터리┃컬러┃47분┃2025┃대한민국

시놉시스  울주 외고산에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옹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옹기 장인이라고 부른다. 옹기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어 고유한 가치를 전하는 장인들은 흙으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불꽃의 혼이 담긴 숨결을 옹기에 불어 넣는다. 숙명처럼 다가온 흙과 불꽃의 가치는 이들에게 노력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스스로 증명하는 세상살이 그 자체이다. 흙과 불꽃으로 빚어낸 삶과 운명이 담긴 옹기는 오래된 전통을 되새기는 동시대적 존재이자, 미래세대에게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빛나는 현재이자 미래로 인식하게 하는 존재이다. 옹기와 함께 치열하게 살아온 장인이 들려주는 흙과 불꽃으로 빚어진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출의도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은 1958년 경상북도 영덕군 출신의 허덕만이 외고산에 터를 잡고 옹기를 생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마을은 한국전쟁 직후 전국 각처에서 옹기 장인들이 모여들어 국내 최대의 집단 옹기촌을 이루게 되었다. 이 마을의 장인들은 전통 기술에 현대적 감각이 가미된 옹기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며, 옹기와 관련된 문화자산을 보존하고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있다. 옹기처럼 흙과 불꽃으로 빚어진 장인들의 모습을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담아내고, 전통적 가치로만 여겨졌던 옹기가 미래 유산으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생동하는 모습들을 현실감 있게 포착해낸다.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옹기와 장인>은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미래를 향하는 한국의 유구한 역사 그 자체이다.

프로그램노트   유럽과 미국은 옹기를 발음 그대로 ‘Ong-gi’라 부른다. 그만큼 옹기가 한국의 전통적이고 고유한 기법이기 때문이다. <옹기와 장인>은 울주군 외고산의 옹기마을에서 수십 년 동안 옹기를 만들어 오고 있는 옹이 장인들의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1950년대 후반 무렵부터 외고산 옹기마을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옹기 장인들과 노동자들이 군락을 이루었고, 이윽고 이곳엔 국내 최대 규모의 옹기촌이 세워지게 됐다. 인간의 손끝에서 빚어지기 시작하나 결국 불과 바람, 흙의 의지대로 만들어지는 옹기의 미학은 작중 등장하는 것처럼 근래 해외 예술가들의 관심을 이끄는 등 독자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 사회는 이러한 옹기의 전통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옹기 장인들이 점차 현업에서 물러나고 있되, 이들의 은퇴는 단순히 한 명의 이탈을 뜻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하나의 옹기 제조장과 같을 정도로 옹기 장인 개인의 역할이 큰 부담을 짊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 매일매일 흙을 빚고, 불을 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세월을 수용하면서도 견디려 하는 자연의 이치를 보여 주는 듯하다. (이우빈)

사이먼 SIMON 

이영봉 김진국 ┃다큐멘터리┃컬러┃30분┃2025┃대한민국┃15+

시놉시스   다큐멘터리 <사이먼>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레이싱 슈트를 만들어온 장인, 송영식의 이야기이다. 레이싱 슈트는 단순한 유니폼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필수 장비로, 제작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며 대한민국에서 이 작업을 맡아온 곳은 오직 '사이먼'뿐이다. 그는 대한민국 레이싱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레이싱 맞춤 슈트를 제작해온 유일한 인물이지만, 어느새 그의 나이는 일흔을 훌쩍 넘었고, 그를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이 슈트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사이먼이 직접 제작한 레이싱 슈트를 입고 경주에 나선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작업이 어떻게 많은 이들의 꿈과 성과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연출의도   다큐멘터리 <사이먼>은 대한민국 마지막 수제 레이싱 슈트 장인 송영식의 삶을 담은 작품입니다. 저희는 사라져 가는 장인 정신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주인공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면모를 통해 재치 있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딱딱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한 분야를 평생토록 지켜온 사람의 삶을 따뜻하게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진정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하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노트   소재의 유일무이함은 영화 창작자가 열렬히 탐내는 요소 중 하나다.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사이먼>은 국내에 한 명뿐인 수제 레이싱 슈트 장인 ‘송영식’의 삶을 조명한다. 아무나 시도하지 못하는 일에 뛰어들어 ‘사이먼’을 시작한 청년의 패기가 정오의 태양처럼 눈부셨다면,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계에서 평생토록 제자리를 지킨 노년의 우직함은 황혼처럼 찬란하다. 오랜 역사를 증언하는 동료들의 음성이 장인의 건재함을 견고히 지탱하며 영화는 계속된다. 한편, 단 한 명의 후계자도 남기지 않은 송영식의 생명이 다한 뒤 지난 세대의 역사로 저물어버릴 이 모든 영광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캄캄한 밤이 이어지리란 사실은 암울한 상상을 촉발하지만, 이는 사이먼의 이야기가 오직 송영식만의 고유함으로 영원히 빛나리란 뜻이기도 하다. 영화는 후자의 영원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사이먼의 장래와 송영식의 장례가 교차할 어느 날, 과거를 기리고 현재를 아끼며 미래를 준비하는 오늘의 기록이 눈물 대신 웃음을 자아내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함윤정)

유령 Haunt

임지훈┃다큐멘터리┃컬러┃28분┃2025┃대한민국┃15+

시놉시스   한 사내가 사라졌다. 내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과거에 그가 살았던 곳의 주소뿐이다. 점차 지워지고 있는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가 살았던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사람과 집을 마주한다.

연출의도   유령을 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산 것 같기도 하고 죽은 것 같기도 한 유령은 참으로 애매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찾으려는 사람을 유령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내가 찍은 이 영화는 일종의 강령 의식이었다.

프로그램노트   사내가 사라진 후, 거주 불명자의 것이 된 주민등록초본과 언젠가 그와 함께 찍은 사진만이 남았다. 흔적처럼 남은 것들은 존재에 대한 증거이자 부재를 가리키는 지표이기도 하다. <유령>은 이처럼 흔적이 품고 있는 양편의 의미를 익히 아는 이가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초본을 지도 삼아 사내가 살던 동네를 배회하는 걸음과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몸짓에 서두름이 없는 이유는 이토록 느지막한 당도에 걸어볼 만한 기대의 크기를 연출자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더듬고 흔적에 다가갈수록 존재는 불투명하게 감각되고, 생사에 대한 예감의 추 또한 죽음을 향해 기울어진다. 그렇게 어수룩한 생생함과 정제된 흐릿함으로 장면화된 현재가 잇따르다, 어떤 만남을 기점으로 카메라는 사라진 사내와의 접점에 성큼 다가선다. 꿈결 같던 현재 속에 과거의 사정과 미래의 약속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도 그때부터다. 결국 사내는 어떤 존재로 기록되고 또 기억될까.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부재를 경유해 또 다른 삶의 안녕을 묻는 <유령>의 화법이 산 자보다 유령을 부르는 의식과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함윤정)

상영 후 토크┃오민욱

일종의 공예라고 해야 될까요? 이런 것들을 카메라로 어떻게 찍고 있는가. 레퍼런스를 좀 많이 찾아보긴 찾아봤습니다. 정말 멋지게 잘 찍은 그런 장면들이 많더라고요. 촬영 초반에는 이제 그런 프레이밍을 해보려고 좀 많이 노력했는데 초반부가 지나고 나서는 오히려 실제 옹기 작업하시는 모습보다는, 인터뷰라고 하죠. 어떤 질문을 좀 해볼 수 있을까? 거기에 공을 좀 많이 들였던 것 같습니다. 질문들을 준비하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질문이, 여기서 '해보고 싶었던' 이라고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그런 질문에 원하는 방향의 대답들이 들어오면 작업에 멋있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원하는 대답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상영 후 토크┃임지훈

다큐멘터리 워크숍 제작 기간이 4월부터 6월 달까지고, 후반 작업이 한 7, 8월, 9월까지 돼서 일단 제작시기상 여름을 선택하게 되었던 게 첫 번째 이유가 있고, 유령이라는 존재가 숨겨져 있고 어두운 장소에서 나올 듯하지만, 저는 늘 곁에 있는 게 유령이라고 생각해요. 거주불명자라는 존재도 우리가 평상시에 잘 모르지만 어딘가 보이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늘 있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영화에 잘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유령과 사람을 대비해 보여줄 수 있는 있는 계절이 여름인 것 같아요. 여름 하면 사람들이 활달해지고 밖으로 나가는 계절인데, 유령은 그 여름에도 계속 숨어 있고 더 안 보이게 되는 대비를 보여줄 수 있어서 여름에 촬영을 참 잘 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상영 후 토크┃이영봉

저희가 레이싱 관련해 촬영을 하다가 우연히 ‘사이먼’ 대표님을 알게 됐는데 이 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슈트를 제작하시는 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분에 대한 기록과 자료들과 슈트들이 사람들한테서 잊혀져 가는 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김진국 감독님이랑 이야기를 해서 우리가 송영식 대표님을 인간문화재로 등재할 수는 없지만 저희만의 뭔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작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고요. 순수하게 저희들이 송영식 대표님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만든 작품이에요.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이 분을 위한 영화를 만들자. 그래서 영화관에 모셔놓고 이 영화를 보여드리자. 단 하나, 그 목표를 가지고 만든 영화입니다.

상영 후 토크┃김진국

저희가 편집한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 컷들 중에서 넣고 싶었지만 알맞게 넣을 만한 데가 없어서 못 넣은 것이 있는데, 아직도 재밌으시냐고 제가 여쭤봤거든요. 레이싱 슈트를 지금 수십 년을 하셨는데 아직도 재밌으시냐고 물으니까, 너무도 당연하게 “재밌다”라고 웃으면서 말씀을 하셨어요. 하신 말씀을 제가 그대로 옮기기는 어려운데 할 때마다 재미있고 할 때마다 도전적인 일들이 나와서 송영식 대표님은 이 일이 너무 좋다는 내용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지만, 뭔가에 빠져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게 되니까 저 또한 많은 걸 느끼면서 나도 저렇게 열심히 뭔가를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들게끔 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