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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1. 30.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석 | 이성욱(<아이스> <사랑의 여름> <물질 형태> 연출)

진행 | 오민욱(부산독립영화협회회장)

아이스 ICE

극영화┃컬러┃DCP | 9분 | 2019┃대한민국

시놉시스   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함께 가는 승진과 태윤. 둘은 비밀이 발각될 위험에 대비해 서로에 대한 일말의 정보도 공유하지 않는다. 기쁨과 행복 뿐인 곳에서 둘의 관계는 점점 불안해진다.

프로그램노트   경찰에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주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남자와 바로 지난주에도 약을 끊겠다고 다짐했던 남자는 오늘도 만나서 약을 산다. 서로의 전화번호조차 모르면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약에 취해있는 동안만은 스스로 불안해하거나 상대를 걱정하지 않는다. 제목 ‘아이스’는 마약의 은어(隱語)로 쓰였겠지만, 수선스럽지 않고 냉정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영화의 태도와 연결된다. 관객을 등지고 앉은 바다에서 시작한 영화는 두 사람이 떠난 빈 바닷가로 끝난다. 최대한 오래 즐기고 싶어, 적당히 오래. 그들의 연약한 소원은 이루어질까.

사랑의 여름 Summer of Love

극영화┃컬러┃DCP | 28분 | 2021┃대한민국

시놉시스   사이키델릭 듀오 '눈문'은 새로운 앨범의 홍보를 위해 단 한명의 관객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준비한다. 다같이 L.S.D를 나눠먹고 시작된 공연은 초대된 관객이 사라지면서, 그녀를 찾기 위한 기묘한 여행으로 바뀌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뭐가 그렇게 두려운데? 난 그냥 우리가 느끼는 걸 나누고 싶을 뿐이야. 순수하게.” 어쩌면 이 위험한 듯 달콤한 속삭임이, 생경함으로 점철된 영화 속 분위기를 해제시키는 걸지도 모른다. 내리쬐는 햇볕, 초록빛 공간, 약에 취한 사람들, 어눌한 몸짓, 그 사이를 유영하듯 흘러가는 영롱한 사이키델릭 음악. 도대체 이 영화의 이상하리만치 아름답고 평화로운, 낯설고도 신묘한 분위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주인공 수지는 사이키델릭 음악 그룹, 눈문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들의 쇼케이스 현장에 찾아간다. 나른함과 평온함으로 물든 초록빛 공간 위에서 영화 속 인물들은 한데 어우러진다. 그들은 정말 루시보다 강한 ‘사랑’을 보거나 느끼고 있는 것일까. 착각일지언정 꼭 그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감독이 꿈꾸는 생의 어떤 궁극적 경지가 어렴풋이 느껴져서일까. 물론 선입관이 개입하지 않은, 감각만이 존재하는 투명한 세상을 긍정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행복, 불안, 사랑 등의 감정을 이토록 산뜻하고, 자유롭고, 천진하게 설명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두의 제안에 답하듯, 우리는 그 두려움을 자처하고 그저 이 영화를 감각 하는 데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잉여의 감정들, 의문들만큼 이성욱 감독이 앞으로 만들어 갈 세계가 더욱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윤지혜)

물질형태 The Form of Matter

다큐멘터리┃컬러┃DCP | 15분┃2024┃대한민국

시놉시스   ‘시락’은 공연의 음성해설 작성을 위해 배우들과 함께 연습에 참여한다.

프로그램노트   두 존재의 층위가 겹쳐진다. 유리 수조 안에서 대사 없이 효과음에만 의지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연기자들과, 이들이 일일이 언어로 설명하여 물속 퍼포먼스에 함께 참여시키는 시각 장애인 연기자. 그러나 이런 설명은 너무 안일하다. 존재의 형태와 환경은 너무도 다양해 지금 내가 어느 층위에 존재하는 누구인지 사실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리가 사라지는 물속의 세상일 수도 있지만 유리창 벽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무음의 공기 수조 속에 떠다니고 있기도 하다. 눈과 이미지는 탐욕스럽다.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각 장애인을 클로즈업할 때 이 존재를 진정으로 포착하기를 갈망하며 다가간다. 이렇게 말하게 되는 이유는 이 진지하고 순수한 화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차들의 소음 속에 들리는 파도와 벌레와 새들의 소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젖혀 귀를 기울이는 그의 말들은 과연 나의 감각은 세상을 진실되게 마주하는지 의심해 보게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좀 더 귀를 열고 눈을 감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그가 말할 때 세상을 활짝 연 감각으로 껴안아야 함을 느끼며 오히려 눈을 감고 싶어진다. 그때 카메라는 그의 귀를 바라보며 온갖 소리들의 세상에 집중하는 그를 촉각 한다. (여설란)

상영 후 토크┃이성욱

로케이션을 찾을 때 보면 시나리오에 맞는 로케이션은 사실상 거의 찾기가 힘들잖아요. 저는 로케이션 늘 최대한 많이 서치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서치하면서 어떻게 보면 리허설을 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다시 그 로케이션 안에서 또 새로운 동선도 미장센도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로케이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작업을 해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에서 인물들을 다루는 게 저는 지금도 어렵고요.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을 아직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 <물질형태> 같은 경우에는 다큐멘터리를 하면서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픽션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느껴졌었고요. 그게 매번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데 조금씩 저한테 맞는 접근법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들 중에 하나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작 기간은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27회차, 28회 차 정도를 찍었었던 것 같고요. <물질형태>를 찍을 때는 혼자서 진행하니까 힘에 부치는 촬영 회차이기도 했지만 지금 지나고 보면 너무 짧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기간이었고요. 아무래도 혼자서 계속 프레임을 만들고 하다 보니까 그 메일이 연습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완성된 상황에서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촬영하면서 뭔가 공간이나 그 인물들이나 그 시간들에 대해서 점점 더가까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고요.


극영화 같은 경우에는 오케이 컷을 자르고 붙인다는 느낌이라면 다큐멘터리는 편집이 끝날 때까지 오케이 컷이 뭔지 모르겠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다큐멘터리의 어려운 부분이자 매력은 끝까지 이 영화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픽션 같은 경우에는 이미 형태를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가요. 순서가 서로 다르지만 순서만 다를 뿐이지 결국 어떻게 보면 또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아이스>와 <사랑의 여름>을 다시 보면서 느꼈던 게, 의미나 목적성이 강한 영화에 대해서 갈수록 거부감이 든다고 느껴졌었고요. 그래서 제 작업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많이 어색하기도 했어요. 근데 픽션 같은 경우에는 목적성이 분명할수록 오히려 더 좋은 좋은 컷이고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는데요. 그런 부분들이 조금 흐릿한 작업들을 앞으로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의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더 느린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