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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6. (토) 오후3시 무사이 극장

인디크리틱 인 무사이 Indiecritic IN Mousai 

박홍준 (영화감독, <해야 할 일> 연출) 김지연 (영화평론가, 인디크리틱 편집장)

해야 할 일 Work to Do

박홍준┃극영화┃컬러┃103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한양중공업의 입사 4년차 대리 강준희는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는다. 수주 절벽을 맞이한 조선소. 회사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지시가 인사팀으로 내려온다. 하고 싶진 않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하는 인사팀. 인사팀은 구조조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끝내기 위한 작업을 한다. 회사 입맛에 맞는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고, 해고 대상자 선발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 이런 회사의 습성을 잘 아는, 소위 블랙리스트 직원 몇몇이 회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큰 위협이 되지 못한 채, 결국 구조조정은 시작되는데...

연출의도   기업의 구조조정은 외부에선 노-사 간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내부의 시점은 다르다. 명령을 내린 주체는 지켜볼 뿐, 결국엔 노동자 간의 갈등만 남는다. 각각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그저 최선을 다해 살 뿐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다. 그 후에 남는 것이라곤 조각나버린 동료 간의 유대와 살아남았다는 일말의 안도감뿐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자본의 거대한 힘 앞에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패배한다. 구조조정 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 노동환경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

프로그램노트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문에서도 소개된 <해야할 일>은 영화의 전당 워크숍 출신 박홍준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다. 실제 박홍준 감독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정리해고를 실행해야 하는 주인공 준희(장성범)와 회사 내에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획일화된 캐릭터로 그려내지 않고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외부적인 문제가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들 때 그들 각자만이 가지고 있는 갈등의 심화를 점진적으로 그려내며 아주 섬세하고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이야기와 주제로 보면 한 번쯤 봤을 법하지만 한 치의 집중도 잃지 않게 하는 이 영화의 힘은 박홍준 감독이 얼마나 시나리오를 공들여 썼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러한 집중을 한 층 더 높여주는데 특히 내면의 갈등을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연기하는 장성범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김민근)

상영 후 토크 | 박홍준

이전 단편영화 작업 때에는 알던 친구들이랑 다 같이 했으니까 연출부, 제작부, 촬영, 이런 파트도 크게 구분 없이 다 함께 준비를 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확실히 장편을 찍을 때는 맡은 일에 대한 구분도 명확해요. 근데 사람을 알음알음 구하는 건 독립 장편까지는 단편하고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정확하게 하루 12시간을 촬영을 넘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시간을 안 넘기려고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나요.


인사팀의 구조나 자리 배치는 다 저 장면을 찍기 위해서 세팅된 것이었습니다. 준희(장성범)가 엎드렸을 때 그 너머로 회의실이 보여야 돼서 자리를 거기에 맞춰서 정했고요. 그리고 전화 받는 장면이 처음에 분위기 좀 살펴보라는 지시를 받고 준희가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장부장(강인기)님이 들어오는 걸로 시작하거든요. 거기서부터 준희가 전화받은 것까지 롱테이크인데요. 그런 상황에 인사팀에 누가 오는 건 두 가지 경우거든요. 싸우러 오거나, 희망퇴직 쓰러 오거나. 장부장이 왔을 때 준희는 본능적으로 알았을 거예요. 희망퇴직을 쓰러 오셨구나. 그때부터 준희가 느꼈을 감정들을 관객분들이 다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컷을 나누지 않았고, 나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보통 저는 듣는 쪽에 있는 사람인데 저도 인간인지라 뭔가를 말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단 말이죠. 그런 거를 표출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 제가 만난 다양한 도구들 중에 제일 재미있는 도구가 영화인 것 같아요. 말하는 것에 주저함이 생기는 것이, 사실 제가 생각 정리를 짧은 순간 안에 잘 못하는 사람인데요. 영화라는 걸 만드는 과정에서 그것을 준비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말할지에 대해서 공을 들여 정리를 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리고 일단은 재밌어요. 사실 글로 써도 되는 거긴 하잖아요. 근데 글을 쓰는 것보다 그 짧은 촬영기간-다 해봐야 한 달 정도거든요-동안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만들어낼 때의 집중력 있는 시간들이 좋아요. 저희 말로 현장뽕이라고 하는데, 그걸로 살아갈 힘이 생겨서 또 다음 작품 준비할 수 있게 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