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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시놉시스 한양중공업의 입사 4년차 대리 강준희는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는다. 수주 절벽을 맞이한 조선소. 회사 채권단으로부터 구조조정 지시가 인사팀으로 내려온다. 하고 싶진 않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하는 인사팀. 인사팀은 구조조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끝내기 위한 작업을 한다. 회사 입맛에 맞는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고, 해고 대상자 선발 기준을 세우고자 한다. 이런 회사의 습성을 잘 아는, 소위 블랙리스트 직원 몇몇이 회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큰 위협이 되지 못한 채, 결국 구조조정은 시작되는데...
연출의도 기업의 구조조정은 외부에선 노-사 간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내부의 시점은 다르다. 명령을 내린 주체는 지켜볼 뿐, 결국엔 노동자 간의 갈등만 남는다. 각각의 위치와 역할에 따라, 그저 최선을 다해 살 뿐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다. 그 후에 남는 것이라곤 조각나버린 동료 간의 유대와 살아남았다는 일말의 안도감뿐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자본의 거대한 힘 앞에 노동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패배한다. 구조조정 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 시대 노동환경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
프로그램노트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문에서도 소개된 '해야 할 일'은 영화의 전당 워크숍 출신 박홍준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다. 실제 박홍준 감독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정리해고를 실행해야 하는 주인공 준희(장성범)와 회사 내에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획일화된 캐릭터로 그려내지 않고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외부적인 문제가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들 때 그들 각자만이 가지고 있는 갈등의 심화를 점진적으로 그려내며 아주 섬세하고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이야기와 주제로 보면 한 번쯤 봤을 법하지만 한 치의 집중도 잃지 않게 하는 이 영화의 힘은 박홍준 감독이 얼마나 시나리오를 공들여 썼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러한 집중을 한 층 더 높여주는데 특히 내면의 갈등을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연기하는 장성범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김민근)
자칫하면 회사 측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되지는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도 딱히 회사 편은 아니라서요. 근데 어찌 됐건 이건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 이야기 자체가 편을 들거나 이 사람들을 변호하는 이야기처럼 비춰질 가능성이 너무나도 농후했어요. 사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던 것 같아요. 무수히 많은 지원 사업에 떨어졌는데요. 아마 이 시나리오가 너무 회사 편을 드는 이야기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안 좋게 보신 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들을 해야 되나 생각해 봤을 때 결국은 그 인사팀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이들의 사정, 이들이 지금 처해 있는 입장을 최대한 잘 담아보려고 했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살고 어떤 면에선 그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씀을 하셨지만 인사팀장(김도영) 같은 경우는 그런 부끄러움의 수치가 지금 준희가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적겠죠. 그리고 준희(장성범) 사수인 이동우(서석규) 차장이나 팀장님도 본인의 부끄러움이 닳아간 역사들이 있는 인물들이라 준희보다 그 수치가 확실히 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요. 준희도 결국은 그것에 수긍하고 들어간 거잖아요. 양심의 어떤 뭐랄까요? 뭐 양심통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지금 준희는 회사에서 계속 팀장의 말을 따르는 거고, 그로 인해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인데 만약에 준희가 계속 회사에 다닌다면 준희도 닳고 닳고 닳아서 팀장처럼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저런 일에 부딪히게 됐을 때 못 참겠다고 나갈 수도 있죠.
집은 굉장히 인간적인 공간이고 회사는 비인간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이니까 그런 것들을 대비시키고자 했었고 준희의 집 같은 경우는 빛을 약간 어떤 중간지대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준희는 아직 회사의 고통을 집으로도 가져오는 사람이니까. 근데 또 재희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따스한 사람이니까 그 두 개가 약간 충돌하는 느낌으로 조명, 빛 구성을 해서 찍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뭐랄까 배경, 풍경 같은 것들은 사실 조선소라는 공간 자체가 굉장히 삭막하고 거대한 쇳덩어리들이 많은 공간이라서요. 저희가 회사 안의 풍경 같은 경우는 대단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전반적으로 그런 식으로 톤을 잡고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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