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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독립영화제

영화를 만드는 일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서로의 작품을 보고 한 자리에 모여 제작경험을 나누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 신작을 발표하거나 차기작을 준비하는 창작자들이 각자의 비전과 목표, 창작의 시간 중에 느낀 것들을 나누며 고민과 성취, 전망을 듣는 소중한 시간을 기대한다.

일시 | 2024.11.24. (일) 15:30

장소 |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참석 | 노영미(<일루젼>연출), 문창현(<기프실>연출) 장예림(<시월>연출)
진행 | 윤지혜(<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연출)
진행┃윤지혜

“영화를 만드는 일”이란 제목으로 작년에도 대담을 했는데요. 참여해 주신 감독님들에 비해 제가 경험치가 부족하고 공식적으로 작업한 지도 조금 오래되었기 때문에, 청자의 입장에서 질문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제도적 차원보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한 사람의 창작자에게 입장을 듣는 식으로 대담을 진행하게 될 것 같고요. 이 행사의 개요를 말씀드리자면, 작품 활동이라든지 각자에게 영화를 만드는 일이란 어떤 의미의 작업인지를 여쭤보는 시간도 가질 거고, 영화 활동에 대한 고찰이나 창작자의 하루를 지탱하는 것들에는 과연 어떤 게 있을까. 이런 얘기들을 대화 방식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진행자인 저를 비롯한 참여자분들의 근황에 대해서 들어볼 텐데요. 각자 작품 활동 관련해서나 개인적 근황 여쭤보기 전에, 저부터 먼저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작년 한 해 지역영화 네트워크사업을 통해 동아리 활동 프로그램(영차영차 부산영화인 소모임 지원사업)에 지원해 친구들과 ‘카메라 오버 펜’이란 소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초 결산하는 느낌으로 <기호>라는 단편영화를 한 편 찍었고 지금 후반작업 진행 중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카메라를 드는 느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해에 한 편을 무조건 찍자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단편 작업을 했었고요. 그 외에 앞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여러 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결심이 들었던 해였고 그 외에는 생업과 관련해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지냈는데요. 지금은 호텔 연회장 주방 보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여행 가고 운동하고 이렇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작품 활동하시고 계신 부분, 또 생활에 대해 노영미 감독님부터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크┃노영미

작년 5월부터-제게 10년지기 친구가 있는데요. 예전부터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라고 했어요. 나한테 잘 맞는 도구일 거라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언리얼 엔진과 가상 현실, AI 등등에 대해 스터디하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원래는 제가 어떤 역사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까지 이어온 패턴에 대한 작업을 해왔는데요. 새로운 기술을 접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걸로 만든 작품이 <일루젼>(2024)이었어요. 감사하게도 부산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하게 되었고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올해는 다른 작업의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서 후반작업 중입니다. 영화제 출품이 아니라 그야말로 파일럿 영상이기 때문에 내년에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윤: 그 영상은 어떤 작업을 위해서 만드셨나요?) 장편 애니메이션이에요.

진행┃윤지혜

노영미 감독님은 작년에 단편 <후회하지 않는 얼굴>(2023)로 부산독립영화제를 찾아주셨어요. 감독님의 작품이력에서 특이한 지점이거든요. 드라마 형식의 극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후회하지 않는 얼굴>을 작업 하기로 결심한 이유 같은 것들이 궁금하고요. 이후에 <일루젼>도 만들어서 작업의 과정이 바뀌어 간다는 생각도 드는데, 감독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토크┃노영미

저는 자유이용 가능한 저작물이나 오래된 자료를 가지고 작업을 쭉 해왔거든요. 2022년에 제가 장편 실사-사실 반은 좀 가상의 세계- 작품을 준비 했어요. 근데 그게 심사에서 떨어지고 우울할 때, 제가 ‘사람’으로 극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쨌든 극영화를 한번 만들자! 그렇게 해서 <후회하지 않는 얼굴>을 만들었어요. 재료로서는 차이가 있지만, 제 작업 과정 속에서는 비슷한 흐름에 있거든요. 제가 하려는 것이 하이브리드적인 게 많아서요.

진행┃윤지혜

큰 변화의 계기가 있을 것 같다고 예상 했는데, 같은 작업의 연장에서 다른 색채의 영화가 나온다고 말씀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문창현 감독님 말씀 좀 들어보겠습니다.

토크┃문창현

저는 청중으로 와 계신 분들이 어떤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하고요.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이겠죠. 영화를 만드는 일에 대해 궁금해서 오셨을까요? 참여 제안을 받고 어떤 얘기를 나누어야 할지 물음표만 가득 담고 이 자리에 왔어요. 뭐부터 얘기해야 될까요? 10년 정도 부산에서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는데 작품이 단편 하나, 장편 하나로 많지가 않아요. 그러니 제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영화를 상영할 때 관객분들을 만날 기회를 얻지만,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얘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 거예요. 물론 사석에는 있죠. 그렇지만 마이크를 들고 청중이 계시는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될까 생각하니 많이 떨렸고. 여전히 떨리는 상황이고요.

영화를 만들어 온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최근에 생기고 있어요. 저는 오지필름이라는 단체에서 주로 사회적인 문제, 투쟁 현장이라고 하죠. 뉴스 보면 저건 무슨 일일까? 하는 그런 현장에 카메라로 연대를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구요. 밀양 송전탑 투쟁하셨던 할머니에 대한 <밀양 아리랑>(2014)에도 참여했고 4대강 사업으로 영주댐 건설 때문에 할머니 집이 수몰되는 현장을 장편 <기프실>(2018)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요. 운이 좋게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건 모든 창작자들에게 큰 기회거든요. <기프실> 만들고 이제 6년 지났죠. 그동안 영화진흥위원회 비롯해서 각종 영화제작 지원기관에서 지원도 받고 영화를 기획했으나 아직까지 완성을 못하는 그런 상황에 있습니다. 한 7년 정도 계속 촬영을 하고 있어요. 다행인 것은 그 작품이 후반작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 인디그라운드-영진위 산하 배급지원 기관이죠- 배급지원 사업 도움을 받아서 배급사 만나고 했는데, 영화가 완성되지 않았다 보니까 정해지지는 못했고요.

일상에 대해서 말씀 드리면 영화가 완성이 빨리 되지 않고 있어서 저도 윤지혜 감독님처럼 돈을 벌기 위해 멘토링, 다큐멘터리 제작 교육 등을 하고 있고요. 일신상으로는 한 2주 뒤에 집안에 큰 일을 앞두고 있어서 지금 정신이 없습니다. (윤: 혹시 진행 중인 영화가 <구미의 딸들>인가요?) 네, <구미의 딸들>이라는 제목으로 제작지원 받아서 제작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제목은 아마 바뀔 것 같아요. 제목에서 ‘구미’, 아시겠지만 경북 구미시의 지역명이에요.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고, 박정희 전 대통령, 혹은 노동자, 공단의 도시로 알고 계시는데 박정희와 노동자와 그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행┃윤지혜

<기프실>은 감독님 개인과 맞닿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외의 작품들은 그거와 거리가 있는 문제들인데도 어떤 투쟁이든 나의 투쟁이다, 하는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감독님들이 곳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영화 안에 담기까지에 어떤 결심의 과정이 있는지 궁금하고, 이런 다큐 작업을 할 때 견지하는 태도 같은 것이 있을까요?

토크┃문창현

일단 제가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대부분 저에 대한 얘기를 했죠. <나와 나의 거리>(2013)도 20대 후반에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만든 영화였고 <기프실>도 할머니 집이 수몰 되었어요. 거대한 국책 사업 때문에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풍경들을 지켜보며 제가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 제가 중심이 된 영화가 됐고요. 처음에는 막 사회 고발을 하고 싶었어요. 이놈의 사회, 정치를 어떻게 이렇게 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저와 그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국책 사업이 어떻게 진행돼야 되는지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 하고요. 이후에 해왔던 <구미의 딸들>도 제가 고등학교를 구미에서 다녔고-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낯선 공간을 경험한 거죠- 지금도 부모님이 그 옆 지역에 살고 계시고요. 그리고 공동 연출을 하고 있어요. 공동연출자는 구미가 고향인 친구고요. 우연한 기회로 영화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2017년도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었어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구미가 우리랑 익숙한 공간인데 잘 모르고 있었네. 근데 박정희 탄신 100주년은 또 뭐야? 이런 질문을 가지고 보니까 재밌겠더라고요. 그 중심에는 저희 어머니가 계세요. 완벽한 타인에 대한 영화를 제가 만든 적이 없고요. 저와 연관된 공간에서 관계를 맺으며 그 사람들의 인생을 운좋게 가까이서 듣게 되고, 그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 혹은 더 넓은 범위에서 같이 들여다봐야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 하면서 영화를 계속 만들어 왔어요. 그 연장선에서 지금 지역 여성 예술인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가 지역에서 다큐를 만들고 있다 보니 제안을 받았지만 저한테도 내재되어 있던 고민들이었던 거죠, 여성 예술인들의 이야기라는 게. 직접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들려오는 여성 예술인들에 대한 처우나 제공되는 환경 얘기를 들어보면 카메라를 안 들 수 없겠더라고요. 제 안의 고민들이 기회를 만나서 영화를 진행한 계기가 됐어요. 어쨌든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지향하는 지점들이라고 하면 저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늘 해왔고 외부 제안이 있어도 저를 들여다보는 작업의 연장이어서, 제안 받았을 때 이거는 돈을 떠나서 해야 되는 기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까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진행┃윤지혜

아무래도 글을 쓰는 작가나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들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얘기를 사실 할 수밖에 없잖아요. 돌이켜보니 결국 그것도 창작자 본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아요.

토크┃장예림

저는 작년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시월>(2023)이라는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참석 요청을 받았을 때 가도 될까 하는 마음이 많았어요. 오랫동안 활동 해오신 감독님들 이야기를 듣고 오자는 생각으로 참여 하게 됐고요. <시월>은 여수와 부산-여수는 제가 태어난 고향이고, 부산은 20살 때부터 8년째 살고 있는 곳이에요-, 이 두 고향의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해서 다큐멘터리를 시작 하게 됐고요. 현재는 <시월>을 확장시켜 장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시월>은 여순항쟁, 그리고 부마항쟁을 묶어서 10월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갔다면, 장편에서는 여순항쟁과 보도연맹까지의 기록을 해보고자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무겁고 고민도 많이 되는 상황입니다.

진행┃윤지혜

저는 <시월>이 미묘하고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참여자들끼리 서로의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시월>은 화면이 굉장히 정갈하잖아요. 그 와중에 인터뷰의 말들이 중간중간에 충돌하는 게 기묘했거든요. 구성방식을 감독님들마다 다르게 잡기 마련인데 그런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 어떻게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도 후일담처럼 듣고 싶습니다.

토크┃장예림

영상과 사진이 들어간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사진은 플라로이드로 제가 찍어서 스캔한 사진입니다. 폴라로이드를 선택한 계기는 단편을 만들기 전, 작은 폴라로이드 전시를 한 번 했어요. 그 때의 필름들을 모두 모아서 넣었던 작업이고요. 그 전시가 거의 첫 문을 열었던 것 같아요. <시월>을 만들면서 중점을 두었던 건, 자료 조사를 하면서 발견했던 칼 마이던스 작가님의 서적인데요. 거기에 당시 여순행쟁 사진 자료들이 있어요. 앞부분에 그런 글이 있었어요. 현재와 과거의 공간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근데 그 현장의 뒤에 항상 있어왔던 산맥들을 통해서 현재와 과거의 장소를 대조 하는데 수월했다. 과거의 장소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문장을 보았어요. 그 문장으로부터 <시월>이 시작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산맥과 함께 항상 존재해 왔던 자연물들-바다, 산, 돌-에 집중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장소는 변하지만 그 자리에 계속 존재해 있는 것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진행┃윤지혜

감독님들께 궁금한 지점이 있어요. 각자에게 영화 작업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걸지요.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시간이 거기에 대해서 질문을 한 번 하게 되는 시간 같아요. 여러 매체와 예술이 있는데 왜 영화를 선택하셨는지요. 저는 여름쯤 이런 질문을 받고 한 달 동안 몸살처럼 앓았던 것 같아요. 제 대답은 영화란 매체가 굉장히 선명하다는 인상이 있어요. 어떤 것을 영화로 표현했을 때도 그렇고 그게 관객에게 가닿는 방식이 꽤나 날 것이다. 그래서 제가 선명하다고 했던 것 같아요.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영화를 경유해서 발현되는데 충격도랄지 관객에게 가는 힘이랄지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요.

토크┃노영미

저는 회화과를 전공 했어요. 마지막 학기 때 퍼펫(puppet) 애니메이션 수업을 듣고 영화 영상을 처음 접하게 됐거든요. 졸업을 하고 1년 뒤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애니메이션 전공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게 됐는데요. 첫 계획이 그렇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첫 영화를 만들고 두 번째 영화까지 하고 나서 결혼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생활이 급격하게 바뀌게 됐거든요. 서울 살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부산으로 오게 됐고 저한테는 당시에 장편에 대한 꿈도 있었고 큰 영화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들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된 환경이었어요. 친척 한 분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했던 작업 방식이라든가 러닝 타임은 저의 생활에 맞춰져서 나왔던 거예요. 그래도 1년에 한 편은 했던 것 같아요. 작업하지 않았으면 공부도 안 했을 것 같고 세상을 어떻게 봐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 없이 있었을텐데 그 모든 게 바뀌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저를 더 작업하는 환경으로 밀어넣는 것도 있고요. 제게 닥친 현실이 정신 잠깐 놓으면 바로 제 역할이나 쓰임이 바뀌는 환경이어서, 그러지 않으려고 엄청 몸을 쓰며 작업자로 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그때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진행┃윤지혜

저는 반대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든 갖기 위해서 작업을 이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해도 순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토크┃문창현

영화를 왜 하는가? 늘 고민 하는 이슈고요. 작품 제작이 오래 걸리고 안 나오다 보니까 다 공감이 돼요. 배움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지금 영화를 만들 게 아니고 학교를 들어가서 공부를 더 해야 되나. 이런 생각 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앞에 주어진 게 있으니까 나름의 방식대로 해보자며 영화를 만들면 그걸 통해 얻는 것들이 있죠. 저 또한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까를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놀라운데요. 왜냐하면 최근에 작업이 너무 힘드니까 못하겠는 거예요. 이걸 안 하면 내가 당장 나가서 뭘 할 수 있지? 그러다가 ‘당근’ 앱에서 알바를 찾아 봤어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더라고요. 다시 그 손가락 놀릴 시간에 컴퓨터를 켜서 촬영본을 들여다봤어요. 최근 그런 시간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 보니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명확한 이유를 갖고 물론 작업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굉장히 작게도 느껴지고 어떤 때는 ‘나’가 제일 중요하고 내 일상을 지키는 게 중요한데 작업이 뭐라고 이러나 생각이 들면, 작업을 잠깐 뒤로 미루고 일상을 지키려 노력하기도 해요. 그런 충돌과 소용돌이 속에서 지내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이게 과정이라면 잘 좀 버텨보자. 스스로 다독이면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업을 하면서 저를 성장시켰다고 얘기를 하는데 사람이 혼자 살 수가 없잖아요. 그 옆도 볼 수 있고 한 인간으로 더 나은 사람들을 따라가보고 싶기도 하고 모자라면 같이 가자고 얘기할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렇게 해본 결과가 저를 들여다보는 작업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 마음 안에서 작업을 한다는 게 솔직하게 얘기하면은 이 자리가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가지고 이 정도로만 얘기를 합니다만, 영화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작업을 하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토크┃장예림

저도 그 의미를 찾는 시작점에 놓여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는 신문방송학과를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영상 작업이 힘들어서 영상이랑은 안 맞는 것 같다. 나는 하지 말아야겠다. 이 생각을 가지고 수강취소를 하려고 교수님께 찾아갔어요. 교수님이 붙잡아주셔서 저도 한 번만 더 해보고 진짜 싫으면 하지 말자. 그런 생각으로 수업을 마쳤는데 그게 전환점이었어요. 결과물로 영상도 만들었어요. 단편 극영화 형식으로 대사는 전혀 없는 짧은 영화였는데 그걸 완성 하면서 조금 더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후에 “탁주조합”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 공동체에 들어가게 되면서 저에게 영화를 계속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고 의미가 되는 것 같고요. 함께해 주시는 감독님들의 작업에도 계속 참여를 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도 크고요. 그래서 배움을 얻고 어떻게 내 작업을 또 이어가면 좋을지에 대한 방향도 참고를 하고 있고요. 함께하는 동료, 선배 감독님들이 저한테 큰 의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진행┃윤지혜

나를 붙잡았던 순간이 각자에게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이틀 전 메이드 인 부산 섹션에서 관객과의 대화 듣다가 띠용 하는 말씀을 들었어요. 향후 계획을 마지막에 감독님들께서 말씀하시잖아요. 한 분께서 “영화제작이 생업으로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하셨어요. 너무나도 오래된 질문, 영화 작업은 과연 생업으로 이어질 수 있나? 감독님들의 생각이 궁금한데요. 저는 영화 제작과 생계를 따로 보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누군가한테는 영화 제작이 생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그 경우의 작업은 어떤 작업이 될까요. 세상의 전략에 치중한 그런 것들인가? 아니면 외부적 자원에 의존해야 되는 문제인가? 운의 영역인가? 감독님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토크┃문창현

지금 말씀해 주신 외부적인 지원도 당연히 있어야 되고, 운도 있어야 되고, 내 열정도 있어야 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있어야 되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 과정에 갖춰져야 할 상황들이 많죠. 저는 생업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입장인데요.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웃음이 나는 질문이랄까. 사람마다 가치관과 목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좀 더 명확한 질문, “생업으로 괜찮습니까?” 라고 저한테 질문을 주시면, 막 그렇게 괜찮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영화만 만들고 살 수가 없거든요. 그게 현실이고요. 그래도 생업으로 함에 저만의 원칙이 있긴 있거든요. 영화와 관련된 일은 하되 영화와 관련되지 않는 일은 내가 돈이 없어도 안 한다는 주의로 일을 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당근’ 앱을 열었다가 닫는 거처럼요. 미디어 교육, 혹은 영화 교육 외에는 부업으로는 하고 있지 않는데 아직까지 살 만한가 봐요. 그러니까 또다른 쪽으로 손을 안 뻗으려는 마음도 있는데, 거기엔 영화를 만들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죠. 그래서 그것들을 계속 실험하는 거예요. 올해는 뭘 해봤다는 게 예술인이란 정체성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정체성도 없이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 예술, 영화인, 이런 정체성도 없이 영화를 만들어서 나중에 관객들이랑 이야기 나누면 그분들이 뭘 얻어갈 수 있을까? 그런 자조가 생기면서 정체성도 스스로 되뇌이긴 했는데요.

토크┃노영미

두 분 감독님들은 촬영도 하고 프로덕션이 저보다는 규모가 훨씬 클 거예요. 저는 회화에서 시작한 거라 영화를 시작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생각이 있으면 만들어왔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해왔던 거였죠. 그런데 한 몇 년 하니까 사실은 이게 뭐 하는 거지, 싶을 때도 많아요. 어디 가서 감독님, 작가님이라고 듣긴 해도요. 아이를 낳고 더 그런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유치원 선생님한테 아이가 우리 엄마 감독이라고 하면 엄마 뭐 하셨냐고 묻잖아요. 그건 대답하지 말라고 제가 숨기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지만 나와의 링크가 없고 나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하지 않는 것, 단지 상업적인 성취를 위해서 뭔가를 하지는 말자. 이런 생각은 있어요.

토크┃장예림

저는 영화도 만들면서 외주작업이라고 하죠. 행사홍보 영상이라든지 미디어 교육도 나가면서 영화를 하되 이런 일들이 함께 해야 작업이 이어지지 않을까 해요.

진행┃윤지혜

모두 영상과 영화에 대한 작업에 곁가지의 생업을 이뤄나가고 계신 것 같아요. 또 연장선상의 화두를 제가 던질 것 같은데요. 영화 활동의 지속을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할까요? 크게 보면 제도적인 차원과 개인적인 차원이 있겠습니다. 창작자가 바라는 외부 제도의 기반은 어느 정도일까요. 작업 활동을 지속할 만한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는 정도가 필요한 걸까? 그 정도를 가늠하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감독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토크┃문창현

영화를 만드는 데 갖춰질 제반사항이 많다고 앞에 말씀드렸는데, 시작은 작게 할 수 있으나 시작을 하고 나면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공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거죠. 예술을 지속하기 위해서, 혹은 지역 영화가 살아가기 위해선 공적 지원이 없이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생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제일 좋겠죠. 그건 굉장히 소수에 국한된 얘기인 것 같고요. 정권이 바뀌고 정책지원이 많이 축소되었거든요. 실제 영화 현장에 투입되는 예산이 많이 아쉽고, 올해는 사업이 없어졌는데 작년까지 부산영화문화네트워크 사업을 할 수 있었잖아요. 그 안에서 영화인들이 여러 계기를 만들어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도 그나마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왜 그런 게 필요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었겠지만, 있다가 없어져 보니까 확실히 느껴지는 거예요.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동력이 되더라고요. 지금 이 자리에 앉게 해준 부산독립영화제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요. 오늘 처음으로 노영미 감독님 뵀는데, 결혼으로 부산에 이주를 했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계속 연락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동료의 존재를 우리가 알아야 된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 나의 작업도 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지 지난한 영화 작업이더라도 뭔가가 이루어지는 때가 어느 순간 오는 것 같아요. 동료가 있다는 거를 누가 알려주면 안 돼요? 내가 찾아야 돼요. 우리가 각자 개인화된 사회가 되었잖아요. 영화 예술계도 비슷하거든요. 자기 작업이 제일 중요한 거죠. 그래서 사실 옆을 둘러볼 시간 내기가 어렵고, 그건 맞아요. 그럼에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노력들을 스스로 해서 혼자라는 그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와야 된다. 그래야지 작업이 이어진다. 그리고 숨기려 하지 말고 내 작업이 진척이 있으면 주변에 많이 보여주고, 더 나은 작업을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적 지원의 필요성, 그리고 동료를 찾거나 동료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들이 작업에 중요한 것 같아요.

토크┃노영미

저도 매우 공감이 되고요. 처음에 아는 사람이 너무 없고, 혼자 작업을 계속 하니까 그런 필요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어요. 생활이 너무 바쁘니까요. 근데 <후회하지 않는 얼굴>, 급하게 촬영에 들어가야 되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 당시 저와 친한 배우 강진아 님이 부산에 계신 영화 관련 일을 하시는 분께서 저를 안다고 했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저는 그분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무작정 연락처를 받아서 혹시 PD라든지 스탭 아는 분 있냐고 물어봐서, 그분이 알려주신 분들한테 연락을 드려가지고 스탭을 꾸렸거든요. 그리고 당시에 미디액트에서 장비를 빌려서 촬영감독을 맡은 친구가 그거를 차를 몰고 받으러 가고, 또 부산영상위원회에서 배우 캐스팅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었어요. 그걸로 배우분들 캐스팅을 하고 이런 식으로 했었어요.

단편 제작 지원 사업이 다 끝난 후에 제가 제작을 시작하는 시기였어서 그런 지원을 받아서 작업을 했는데, 당시 느꼈던 건 스탭이 서울에서 내려왔을 경우에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으면 거리와 상관없이 네트워킹도 더 자유롭겠다는 거예요. 부산영상위원회에서는 장편 과정의 경우, 숙소를 지원하는 제도는 이미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거든요. 근데 단편제작 경우에는 없잖아요. 그런 상황이 너무 아쉽다. 그 정도만 돼도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로케이션 공간 같은 것도 저는 막 인터넷으로 엄청 검색을 하고, 문의해보면 또 대답도 잘 안 해주시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상황이 제작 과정 중에 힘이 든다고 해야 되나. 서울이었으면 하루 만에 다 꾸렸을 것들을 되게 어렵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이 영화 제작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지금 말씀 드리는 것처럼, 작은 영화에 대한 지원도 활성화 되면 좋겠어요. 몇 억, 몇 천씩 들지 않는 작은 작업들도 활동하고 있는 지역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아쉬움이 너무 많았고요. 제작 지원에서 아쉬운 건 금전적인 부분이나 지원 편수는 많이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선정 과정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한국독립영화가 가지고 있는 흐름이 점점 비슷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 특정한 성향이나 스타일의 작품들이 계속 선호되면서, 다양성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요. 저는 제작 지원이 좀 더 다각화된 방향으로, 여러 가지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들도 포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토크┃장예림

저는 일단 지원 사업을 재작년부터 받아서 이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요. 지원 사업이라는 제도가 저한테 너무 생소하고 어려웠어요. 지금도 행정적인 부분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그런 것들이 있어야만 계속 이런 영화 활동이 지속이 되지 않나. 그래서 지원 사업은 계속 활성화돼야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윤지혜

문창현 감독님께서 아까 말씀도 해주셨는데 그런 지원책 같은 것도 많이 축소된 상황이어서 여러모로 좀 생각이 많아집니다. 창작자 너희가 알아서 만들어라.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지원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이런 마인드도 저희가 아니잖아요. 뭔가 그 중간점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이 드는데,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객석┃질문자1

지금 영상을 제작하고 공부하는 대학생인데요. 항상 다른 사람의 작업 과정에 궁금함을 품고 있을 때가 많아요. 영화 작업이 꼭 이 세 가지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 작업, 촬영, 편집으로 구분 된다고 했을 때 감독님들은 어떤 부분에 가장 큰 흥미를 느끼고 또 품을 많이 들이시는지 궁금합니다.

토크┃장예림

일단 시작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걸 가지고 영화로 만들지 그 주제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고요. 그 이후에 촬영과 편집이 있는데, 저는 편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촬영은 여러 장소에 가서 제가 원하는 것, 미리 생각 했던 것들을 촬영 하고, 부족하면 또 촬영을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면 되는데요. 편집은 그 모든 것들을 모아서 쭉 보며 하는 건데 하다보면 이게 아닌 것 같거든요.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 그럼 다시 또 떼고 또 다시 붙여보고... 그래서 그 과정에 제가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토크┃문창현

그 세 과정이 다 중요하고요. 무조건 다 중요해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저는 어쨌든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보니까 포커스를 두는 건 촬영하는 과정이고요. 구성안을 쓰고 주제를 잡을 때는 저와 어느 지점에서 맞닿아 있고 어떤 탐구를 하려고 하는지가 진짜 중요합니다. 그게 어느 정도 성립이 되어야 현장에 가죠. 현장은 항상 생각했던 거랑 완전 달라요. 100% 같으면 극영화 찍어야죠.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촬영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안에서 관찰되는 것들, 인물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그분들과 관계 맺어야 하는 시간, 관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들이 상상의 영역 밖에 있는 경우들을 만났을 때 다시 시나리오 단계로 와야 되죠. 그런 과정들이 지금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촬영하는 과정에 많이 집중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고, 편집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장예림 감독님 얘기하신 것처럼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렇게 이렇게 다 있는데 편집해보면 또 그게 그렇게 안 보이더라고요. 그럼 또다시 돌아가야 돼요. 어디로? 다시 시나리오까지…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창작자들은 더 괜찮은 작품,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또한 그렇고요.

토크┃노영미

저는 실험 영화를 만들 때랑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를 만들 때랑 진행 과정이 조금 다르긴 한데요. 대부분의 시작은 망령 들렸다고 표현 하는데, 갑자기 어떤 이미지에 사로잡혀버려요. 밤이고 낮이고 그거에 왜 사로잡혀 있을까? 지금 왜 내가 잊지 못하고 이렇게 계속 붙잡고 있는 거지? 그런 걸 생각하는 편이에요. 주요한 이미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행┃윤지혜

각자 출발 지점이 다 다른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는 사전 작업이 극 영화에서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극영화는 계획했던 것을 찍는 과정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촬영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서 그런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객석┃질문자2

영화 제작에 관심 있는 직장인입니다. 대학원이나 한국영화아카데미 같은 데를 가면 직장과 병행할 수 없어서 교육기관에서 배우려고 합니다. 감독님들의 경우에도 현업에 계시기 전에 준비하시던 기간이 있었을 텐데요. 그 시기에 어떻게 영화 교육을 받고 정보를 얻으셨는지,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교육을 받고 싶은 분들도 많으실 텐데 정보를 어떻게 얻으시는지 질문 드려봅니다.

진행┃윤지혜

저는 영화과는 아니지만 연계된 영상학과를 나왔고, 영화의전당 워크숍 수업을 들으면서 단편 영화 한 편과 장편 한 편을 만들게 됐어요. 영화의전당 제작 워크숍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같이 수업 들으신 분들 중에 직장인 분들도 많으셨고요. 그런 문화 프로그램 통해서 도움받은 입장입니다.

토크┃장예림

저도 영화과는 아니지만 영상 관련, 신문방송학과에서 수업으로 촬영, 편집까지 배워서 그것을 기반으로 촬영공동체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배운 게 많아요. 저는 아카데미나 이런 곳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학교 다니면서 배운 것들과 그 이후에 선배 감독님들과 함께 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큽니다.

진행┃윤지혜

실질적인 답변을 드리면, 영화의전당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는 과정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부산영상위원회도 영화 아카데미랑 좀 연결이 되어있고, 아시아 영화 학교랑 연결이 되어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많이 있거든요. 그런 기관의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해보실 수는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 <해야 할 일>(2023)을 만든 박홍준 감독님도 직장인이셨어요. 지금은 제작사에 소속돼 계시지만 영화의 전당 제작 워크숍에 출신이잖아요.

토크┃노영미

저는 진짜 아카데미를 추천드려요. 제가 아카데미를 선택했던 이유도 과정이 1년밖에 안 된다는 것과 제작비 지원을 해준다는 것 때문이거든요. 학교를 오래 다니고 싶지는 않았어서... 미대도 거의 30살 됐을 때 갔어요. 그래서 학위를 많이 받는 건 너무너무 싫은 상태였어요. 근데 아카데미가 제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선생님보다는 동료, 친구들이 다 영화에 미친 사람들하고만 있으니까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았고, 10년이 지난 후에도 그 친구들이 하고 있는 걸 보면 되게 자극이 되거든요. 아카데미 가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커리큘럼이 빡빡해요. 어느 순간 결심이 서시면 결단을 내리시고, 1년은 정말 영화에만 미친 시간을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객석┃질문자3

아까 심사위원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요. 매년 영화제마다 통계를 내지 않습니까? 올해는 단편 몇 편이 접수가 됐고, 장편 몇 편이 접수가 됐고. 그게 매년 편수는 엄청나게 늘어나는데요. 분명히 만들어지는 영화는 그만큼 많은데, 실질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영화제 역시도 지역 영화제가 사라지고 그런 현실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단편 1,500편 이렇게 접수가 되는데 심사위원 3명, 5명… 그 영화를 어떻게 제대로 보겠습니까?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솔직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고... 아까 그 얘기 나왔을 때 너무 웃겨가지고 여쭤봤어요.

토크┃노영미

제작 지원의 한계이긴 한데, 제작 지원의 사업에 맞는 형태로 지원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치열하게 동시대성을 고민하는데...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계속 비슷한 톤이나 접근 방식의 작품들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독립영화 현장에서 정말 절실하고 진정성 있게 작업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제작 지원 시스템이 좀 더 열린 관점에서, 관습적이지 않은 도전적인 작품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객석┃질문자4

부산의 독립영화 감독님들을 보면 제가 느끼는 게 부산에만 계시기에는 너무 아깝다. 아무래도 촬영이라든지 로케이션이라든지 여러 가지 인력 문제도 그렇고, 서울에 비해서 인프라가 열악하다 보니까 더 성장할 수 있는 감독님들도 그만큼 성장을 못하시는 경우를 많이 봐가지고요.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남아 계시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이 배우, 스탭 구하기도 좋고, 여러 촬영 장소를 섭외하기도 너무 좋고... 환경이 압도적으로 좋은데,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토크┃노영미

개인적으론 제가 부산에 있다는 생각 안 해요. 저는 ‘그냥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역적인 한계는 분명 있고, 그걸 금전적으로 커버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긴 해요. 근데 지역 영화인으로 제작 지원을 할 때도 엄청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도 부산영상위원회가 있고, 지역 가산점도 있으니까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비용을 더 추가해서 좋은 스탭을 서울에서 부를 수 있다면 어떤 생활권이든 지역에서 영화를 하는 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부산이 정말 아름다워요. 서울에서 담을 수 없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 해요.

토크┃문창현

굉장히 공감하고요. 저는 부산에서 대학교 이후 10년 넘게, 20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 작업을 여기서만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지 않아요. 제가 실제로 작업한 작품들도 다른 지역의 이야기들이거든요. 10년 넘게 만들어온 작품 일곱 편 중에 부산 이야기는 두 개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산이냐고 하면, 지원 사업이라든지 후반 작업 시설이라든지 이런 이제 인프라들이 많지는 않지만 있는 거죠. 서울까지 가서 활동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의 이점들을 조금씩 발견하면서 여기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물론 서울의 경험이 개별 창작자들에게 영감이 될 수는 있지만요. ‘지역’이라는 게 작업 환경으로서 할 고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진행┃윤지혜

이제 감독님들의 향후 계획이라든지 관객분들께 감사 인사 전하고 시간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토크┃장예림

저는 앞서 말씀드렸던 장편 작업 계속해 나갈 것 같고요. 오늘 이렇게 함께 자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토크┃문창현

오랜만에 마이크를 들어서 제가 너무 얘기하고 싶었나 봐요.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얘기 하다보니까 생각보다 할 얘기가 많았다. 어떻게 들어주셨을지 걱정도 되고 감사드리고요. 어쨌든 저도 다음 작품의 후반작업 중이고, 하나는 이제 촬영이 조금 남아 있어가지고... 운이 좋다면 내년에 두 편을 갖고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운에 좀 기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긴 시간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크┃노영미

저도 무슨 얘기를 해야 되나 했는데, 하다 보니까 할 얘기가 되게 많았구나 생각이 들었고... 이 자리 덕분에 관객분들도 뵙고 세 감독님도 알게 돼서 반가운 시간이었고, 내년에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업이 잘 시작됐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진행┃윤지혜

앞으로 건강한 삶과 작업의 지속을 위해서, 또 앞으로 나올 많은 영화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응원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이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 특별 대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찾아와 주신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