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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부산독립영화계에서 배우로 경력을 시작한 이한주는 이후 한국독립영화 전반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종종 스크린에서 만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장편 데뷔작 <파동>을 통해 연출자로 부산을 찾아옵니다. 이전 단편 <메이킹 인 부산>에서 그러했듯, 영화는 여전히 그가 사랑하는 일이자 동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스타일 면에서 <파동>은 사건의 연쇄로 기승전결을 쌓아가지 않고, 하나의 사건이 남긴 정서와 인물의 내면을 가만히 추적해가는 방식으로 114분의 러닝타임을 구성하며 나름의 야심을 드러냅니다. 인물을 이해하고 그가 되어보던 배우의 경험에서 더 나아가 연출자로서 탐색을 시작했다고 말해도 좋겠습니다. 작품이 관객 여러분에게 어떤 파동으로 가닿을지, 이한주 자신에게는 어떤 반향을 남겼을지 상상해보며 10월의 "로컬 픽, 시간과 빛"은 이한주의 <파동>을 선보입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파동(波冬) The Waves Of Winter
시놉시스 서울에서 철도 기관사로 일하는 문영. 기관사로서 목격하게 되는 사고사와 자신도 모르게 커져버린 삶의 무력감으로 인해 하루하루 삶을 버텨내고 있다. 어느 날 고향 친구 종현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게 되고 그동안 잊으려 노력해왔던 고향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상우가 있다. 상우 역시 문영을 따라 뒤늦은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연출의도 영화 <파동(波冬)>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지우려는 문영과 기억을 쫓는 상우. 두 인물을 통해 영화는 닮은 듯 다른 두 세계가 서로의 이해와 기억들로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또한 아주 잠시라도 그 시절의 나의 기억과 마주하길 바라봅니다.
프로그램노트 기억의 조각들은 존재와 부재 사이를 부유하다 제각기 자리를 찾아간다. 다만 그렇게 정리되기까지 긴 방황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극중 기관사인 문영은 철도 사고사 목격으로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리고 환영 속에 나타나는 것은 어슴푸레한 새벽녘에 기찻길 위를 뛰어가는 어린 문영의 뒷모습이다. 소싯적 기억은 이미 다 커버린 문영을 은밀히 불러들인다. 힘겹게 발버둥 치는 그녀를 불꽃처럼 반짝였던 순간으로 유인한다. 마침내 문영은 잊고 있던 고향에 내려간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엔 옛 친구들과 추억 어린 공간이 그대로 있다. 아니, 모든 것들이 여전한 듯 다르게, 조금씩 변해있다. 문영은 끈덕지게 과거의 기억을 탐구하고, 심문한다. 그녀의 남편 상우는 급작스럽게 떠난 문영을 쫓는다. 기억 속에 숨은 문영을 찾기 위해 아내의 과거를 아등바등 추적한다. 갖은 노력 끝에 어린 시절 문영과 맞닥뜨리는 상우. 하지만 문영의 존재는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흐릿하고 모호하다. <파동(波冬)>은 기억의 교차로에 서 헤매는 인물들을 담고, 그들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도망가고, 뒤쫓고, 숨고, 찾아내려 애쓰는 이들의 몸부림을. 극의 끝에선 시공간을 넘나드는 치환의 순간 또한 목격할 수 있다. (윤지혜)
상실이라는 주제가 저한테는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당시 직업적으로도 많이 상실감을 느꼈고, 스스로에 대한 패배 의식도 상당히 느끼던 시점이어서 제게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 시작할 때는 우연히 다큐멘터리 보다가 청년 고독사 이야기를 보게 돼서 그게 시발점이었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어떻게 뻗어 나가 볼까 고민을 했어요. 때 저 역시도 주변에서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자꾸 위로에도 이유가 필요하더라고요. 말없이 위로받고 싶었는데 자꾸 이유를 설명해야 됐었어요. 그래서 그런 말 없어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 뭐 때문에 힘들어?"가 아니고 그냥 "힘내"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90%를 전북 남원에서 찍었거든요. 남원이라는 지역이 인구 소멸이 많이 진행되는 지역이고, 그런 지역을 사람들이 ‘유령 도시’라고 칭하기도 하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이 여전히 생계를 위해서 살고 있는 곳을 유령 도시라고 하는 그 말이 참 아이러니해서 그 지점부터 시작을 했어요. 문영이라는 인물이 실존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냥 과거의 이야기잖아요.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보니 문영이라는 인물이 조금은 실존하지 않은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 그러다 보니 영화 곳곳에 장치적으로 ‘유령’같은 요소를 배치하게 되었고, 이미지적으로도 빛과 그림자의 콘트라스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죠.
개인적인 선택은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마찬가지로 문영이라는 인물도 그 개인의 선택을 비판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해서 이어폰을 땅에 묻고 이런 장면들도 죽음에 대한 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냥 유추하는 뉘앙스들을 영화에 포진을 시키자라는 거였었어요. 철길을 문영이가 걸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기도 합니다. 그래야지 보시는 분들이 각자의 생각 안에서 상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영화를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저도 이 영화를 통해서 계속 알고 싶고 배워가는 거고, 관객분들이랑도 이야기하면서 몰랐던 거를 어떤 분이 다르게 해석하실 수도 있는 거잖아요. 영화를 향유하는 건 관객들의 몫인 거니까 그걸 통해서 배워가는 부분도 있죠. 그래서 이런 자리가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독립영화라는 게 그런 자리들이 많지 않다 보니, 그래서 오늘 되게 귀하고 감사한 자리가 있어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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