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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05. (토) 오후 7시 무사이 극장

인디크리틱 인 무사이 Indiecritic IN Mousai

<후회하지 않는 얼굴>(노영미)  <누룩의 시간>(박민경)

후회하지 않는 얼굴

A Face Without Regrets

노영미┃극영화┃컬러┃25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인하와 희영의 작업실에 초대받은 재경은,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재경은 인하로부터, 남편과 자신의 친구인 선우가 오래전부터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연출의도   망설임과 충동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지하련의 1940년대 초반의 소설 세 편 <결별 >, <가을>, < 산길>을 각색하여 만든 이야기이다.

프로그램노트   ‘후회하지 않는 얼굴’이란 도대체 어떤 생김새의 얼굴을 말하는 것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유독 제목이 마음에 걸려 그것에 대해 한참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 내 인물들의 얼굴을 가만히 떠올려보기도 한다. 주인공 재경(강진아), 그의 남편 철우(이승현), 철우와 바람을 피운 선우(주인영), 재경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는 동료 언니, 재경의 곁에 불쑥 등장하는 희영(김니나)까지. 한편으로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염치 없이 태연한 얼굴’처럼 보인다. 외도 사실이 발각되고도 뻔뻔한 태세로 변명하는 철우나, 도리어 자신의 억울함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선우, 그것도 몰랐냐는 식으로 당당하게 외도 사실을 전하는 동료 언니의 모습을 보라. 그들의 얼굴에는 그럴 자격 없는 이기적인 태도가 한가득 서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멀쩡한 얼굴’이 지닌 힘은 실로 강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잃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그들 앞에 선 재경은 마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갈피를 잃은 망자인 것처럼 보인다. 과연 재경은 ‘어떤 얼굴’로 그들 앞에 서고 싶은 걸까. 영화의 후반부, 재경은 미스테리한 여인 희영과 가까이 대면하고 있다. 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처음 드러나는 재경의 ‘분명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얼굴에 담겨 있는 것들을 모호하게나마 가늠해 보면서. 후회, 후회 없는, 욕망, 동경, 기만, 원망, 달관, 희망, 신비, 초연함 등등. (윤지혜)

상영 후 토크┃노영미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아직도 저를 굉장히 흥분시키고 매력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안에서 프레임 수를 조정을 하고, 또 어떤 걸 움직일 수 있고, 어떤 걸 멈추게 할 수 있고... 그런 컨트롤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요. (......) 지금은 여러 스태프들이랑 소통하면서 같이 작업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이 커요. 1인 제작으로 작업을 항상 하다가 이제 협업하는 분들이 "우리 작업" 이렇게 얘기하면 제가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너무 고맙고. "우리"라고 해주는구나. 그런 기분 있잖아요. 이런 것이 우리가 감독이라고 말하는 희열에 가깝지 않나? 그전에 1인 제작할 때는 좀더 작가의 마인드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것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여기에 이제 구역 구역마다 만나는 인물들이 있잖아요. 그들의 목소리 피치도 사실 조금 맞춘 거예요. 가장 낮은 때 만난 사람은 가장 저음을 가진 배우로 쓰고 싶고 산 꼭대기에서는 높은 피치, 가장 밝은 장소니까요. 그리고 자기의 이야기를 터놓을 때 굉장히 숨이 차서 얘기할 내뱉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이상한 연대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서로를 적이 아니라 이해하고, 심지어 재경은 선우를 되게 부럽게 바라보기도 하고 그런 관계도 좀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진아 배우님을 정말 좋아해요. 인간적으로도 좋아하고 저랑 작업을 한 10년 정도 같이 하고 계시는데 정말 얘기하신 것처럼 배우 강진아는, 제가 그 분께도 그런 얘기를 했어요. 진아 배우님은 나한테는 되게 좋은 물감이거나, 되게 좋은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어떤 툴 중에 하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를 넘어서 이 사람한테 어떤 걸 주면 그걸 어떻게 풀어낼까 되게 궁금해지고, 배우라는 역할만이 아니라 그 이상,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무언가를 맡는다는 느낌으로 제가 이 사람을 바라보고 있어요. (......) 사랑 하는 동료이자 정말 제가 믿고 의지하는 배우들 중에 하나세요.

누룩의 시간 Time of yeast

박민경┃다큐멘터리┃컬러┃19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곡식이 썩지 않고 술이 되게 하는 누룩의 특성에 매료된 나는 울주의 한 도가를 찾는다. 그곳에서 누룩을 만드는 아주머니들을 만나고 바쁜 농가의 삶 속에서 누룩 만드는 일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듣게 된다. 계속 미뤄지던 ‘누룩 만드는 날’이 드디어 정해지고, 모두 도가에 모이게 되는데 긴장한 탓인지 나는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만다.

연출의도   꾸준히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는 만드는 이의 삶이 묻어 있다. 누룩을 만드는 여성들이 누군가를 입히고 먹이고 키우는 일상은 누룩이 적절한 조건에서 곡식을 술로 만드는 시간으로, 또 작가가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시간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누룩을 만드는 여성들의 시간과 작가의 예술작업, 누룩의 시간을 함께 조명해 봄으로써 우리 삶의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프로그램노트   곡식이 썩지 않고 발효되어 술로 변하게 하는 누룩. 감독은 누룩을 만드는 아주머니들을 찾아다니며 도가에서 누룩을 만드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사실 이 다큐는 누룩을 만드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룩을 디디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누룩을 만들 줄 아는 아주머니들과 나누는 대화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기다림의 끝 속에 기어코 누룩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지켜보는 일은 어쩐지 경건하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김필남)

상영 후 토크┃박민경

계속 촬영 분량이 많아지는 거예요. 이제는 완성해야 되는데 또 예전 분량을 보면 도저히 못 보겠는 거예요. 카메라는 왜 이렇게 흔들었지? 인터뷰 다시 딸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지금 6년째인데 그사이에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바뀐 것들도 많아요. 그렇게 시간을 따라 바뀌어가는 것들에서 제가 좀 재미를 느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도 반대를 많이 했거든요. 뭐 먹고 살래? 그림 하는 것도 지금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영화까지 하냐고 그랬는데, 이 일이 마약 같이 중독성이 있어요. 카메라 보면 자꾸 찍고 싶어요. 병처럼 자꾸 촬영하고 싶고 편집하고 싶고 그런 게 있어요.


누룩방이 정말 멋있어요. 아주머니들이 누룩 만드는 게, 이제 효모 같은 건데 피자처럼 이렇게 빚어가지고 칸칸이 다 넣어요. 그 방이 너무 예쁜 거예요. 거기 처음 들어갔을 때는 제가 타피스트리 작품을 설치하러 간 거였어요. 지금 울산의 막걸리 공장 순도가, 거기예요. 다큐멘터리에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처음에는 아주머니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들였죠. 영화의 러닝타임이 19분인데 촬영은 1년을 촬영을 했어요. 촬영 전의 작업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려요. 아주머니들과 친해지고 제가 꾸준히 나오면서 촬영하고 싶다고 하니까 대표님께서도 허락을 해 주신 거예요.


쳐내는 거는 저도 미술을 하다 보니까 이 미장센이라든지 촬영의 구도나 색채라든지 이런 데 또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계절별로 다 담고 싶어가지고 많이 넣었는데 장편으로 하기에는 모자라고 단편을 할 때는, 제일 객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내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부분 있잖아요. 그거를 다 빼야 돼요. 진짜 딱 필요한 부분만 넣어야 돼요. 그래서 편집 마지막에는, 문혜정 작가라고 있어요. 오로지 스토리랑 내용만 딱 보고, 이건 뺐으면 좋겠다고 얘길 해주세요. 속으로는 뭘 안다고 그러냐는 생각이 들면서도요. 이거를 냉정하게 봐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거기에 빠져 있으면 안 돼요. 그래서 러닝타임 20분을 넘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 깎아내고 다 쳐냈죠. 그게 정말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