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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8. 29.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이창우(<밤의 유령>연출) 진행 | 박지선(영화감독)

<밤의 유령>은 액티비스트의 영화입니다. 정교한 구도, 아름다운 이미지와 구성이 아니라 사람과 그 마음이야말로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질료라는 것을 단순명쾌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밤의 유령이라 칭하는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자 성실한 보통의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대하는 사회의 되먹지 못한 태도가 신체에 부착된 바디캠의 흔들리는 시야와 저해상도 화면 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의 유령>은 단순히 고발의 차원에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격려하는 이들의 따스한 연대의 실천이 함께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어떤 세계의 작고 단단한 의지, 미학에 앞서는 태도를 목격하며 우리는 영화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밤의 유령 Night ghosts

이창우┃다큐멘터리┃컬러┃60분┃2024┃대한민국┃15+

시놉시스   대리운전 콜을 잡는 전쟁을 치르며 휴대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현실과 진상고객에게 듣는 모욕적인 욕설까지 묵묵히 감내하며 목적지까지 차를 몰아야 하는 여성대리기사들의 시린 삶의 현장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한 건이라도 콜을 더 타기 위해 새벽까지 자신을 혹사해야 하는 이들도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대리기사들의 상호부조 조직인 ‘카부기공제회’에 가입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언니,동생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서로 애환을 나누며 심야화장실 찾기 앱도 만들고, 자기보다 더 어려운 대리운전 기사를 돕기 위해 십시일반하는 공동체도 키워나간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여성대리기사들의 잡초같은 생명력도 만만치 않다.

연출의도   이 다큐는 2023년 3.8 세계여성의날에 노회찬재단이 부산지역 여성대리기사(‘카부기공제회’소속) 서른 명에게 몸에 부착하는 안전장비 바디캠을 제공한 데서 시작되었다. 카부기공제회의 여성대리기사들은 노회찬이 ‘6411 버스’ 연설에서 언급한 우리 사회의 투명인간이 다름없는 자신들이며, 노회찬이 선물한 바디캠으로 다큐를 만들어 “우리도 당당한 노동자!”라고 화답하는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

프로그램노트   매일같이 밤의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처에 있지만 좀체 보이지 않아서 스스로를 ‘밤의 유령’이라 칭하는 이들의 직업은 대리운전수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영화 속 인물의 말을 그대로 옮겨봤지만, ‘콜’에 웃고 ‘콜’에 우는 이들을 실생활에서 만나기가 대단히 어려운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진 않다. 다만 <밤의 유령>은 그간 우리가 자세히 보거나 들으려하지 않았던 여성 대리운전수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한 고초를 보여줌으로써 그 ‘볼 수 없음’의 속뜻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바디캠에 고스란히 담긴 심야의 행로에 시선을 겹치다보면 노동의 현장에 도사리는 비상식적 폭력에 덩달아 분개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거친 호흡으로 전해지는 실제 상황을 단순히 극화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단 점이 이 다큐멘터리를 감동적인 시선으로 보게 한다. 서로 연대하는 공동체 내부의 움직임과 그런 이들에게 건네지는 따스한 손길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이들의 유령성이 실로 어디서부터 규정되었는지 되묻는다. (함윤정)

상영 후 토크┃이창우

어쩌다가 다큐를 찍게 됐는데, 그 이전에는 주로 노동 혹은 진보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활동을 주로 했고요. 과거에 노동 운동, 야학 운동을 했습니다. 80년대, 젊은 시절 그런 식으로 살다 보니까 하나의 관성이 돼 가지고 그걸 벗어나지 못했어요. 노동도 계속 변화하잖아요. 그러니까 과거에는 비정규직 노동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였는데 지금은 플랫폼 노동이라고 해가지고 비정규직 노동보다 훨씬 열악한 노동에 관심을 갖고 한 3, 4년 정도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인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바디캠은 한 3분씩 계속 저장되면서 넘어가는 거더라고요. 그러니까 3분짜리 영상 클립들을 다 봐야 되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한도 끝도 없다. 엄청나게 많은 영상 클립이 매일같이 올라오니까요. 일하는 동안 계속 틀어 놓고 있으니까 다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사실. 더 극적인 장면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제가 다 볼 수가 없어 가지고. 이 영화만 하더라도 쉽게 이야기하면 저수지에 있는 물을 한 대야 정도 받아서 만든 거거든요. 4명 정도에게 요청을 했는데 고혜진 씨가 제대로 한 거죠.이분이 브이로그라고 그럽니까? 그런 식으로 다니시면서 중얼중얼 해주셨죠. 오히려 그게 다행이다. 만약에 4명이 다 했으면 그걸 다 봐야 하는데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겠죠.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보면 이 사람이 지금 어떤 기계를 만드는지도 모르고 일하는 거예요. 전체에 대한 구상 전혀 없고 그냥 실행만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과거에 자본주의 이전에 직공들, 그러니까 길드라든가 이런 데서는 내가 뭘 만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이 있고 그것을 자기가 실행하는 과정이었거든요. 실행과 구상이 일치가 돼 있었던 노동을 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잖아요. 인간은 누구나 제작 본능을 가진다고 합니다. 베블렌이라는 한 경제학자가 인간의 제작 본능을 이야기했는데요. 그 제작 본능을 한번 살려보자 했죠.


이 큰 스크린에 영화가 나올 수 있을 줄도 몰랐는데 스크린에 나오니까 영화가 이제 제 발로 막 걸어 다니기 시작하는 거죠. 스크린에서 한 번 상영되고 난 다음에는, 며칠 전에 프랑스 낭뜨 3대륙 영화제 쪽에서 메일을 보내왔더라고요. 거기서 한번보고 싶다고 보내달라는 요청이 와서 제가 보내드렸는데요. 그러니까 (영화가) 알아서 돌아다니는 거죠. 이 스크린의 힘과 제작의 힘. 이 과정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거죠.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런 걸 찍는다고 하고 자기가 브이로그 하고 의식적으로 자기 일상 활동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