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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크리틱 인 무사이 Indiecritic IN Mousai

얼굴은 바람에 찔리운다
The Wind Is Hitting On My Face
시놉시스 싸운다. 도망간다. 쫓는다.
연출의도 인간과 인간이 서로 부딪치고 싸우는 진창 속에서 일종의 실패의 지점, 부질없음의 순간을 나타내고 싶었다.
프로그램노트 이강욱의 작품세계는 액션과 희극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엉키고 부딪히는 신체들의 치밀한 액션이 러닝타임의 절반쯤을 차지한 이 작품은 전자다. 두 사람이 쫓고 쫓기며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는 긴박한 상황이 액션으로 견인된다. 이로부터 <검치호>가 꿈꾸었을 액션의 본령을 상상해 보거나, 그 근간에 있을 홍콩 느와르의 그림자를 떠올려봄직하다. 하지만 영화가 장르의 오마주로만 여겨지지 않는 건 어떤 현실감각 때문이다. 격투가 끝난 뒤 떠나는 인물들로부터 승패를 가려낼 수 없고, 그들에게는 비장함도 없다. 남는 것은 황량하고 지치고 초라한 얼굴, 혹은 그렇게 살아가는 어떤 삶이다.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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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오맹달 Adieu, Ng Man-Tat
시놉시스 더운 여름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무겸에게 문자가 온다. 홍콩배우 오맹달의 부고 기사를 본 친구의 문자. 회사를 관둬 막막한 무겸은 친구의 연락이 그저 귀찮기만 하다. 여전히 버스는 오지 않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만 들려오는 적막한 정거장.
연출의도 잊고 지냈는데 사망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나서야 떠올랐다. 그래, 오맹달... 우리들의 형님, 아재들의 따거였지. 언제나 추레하고 능청스런 연기를 하며 배꼽 빠지도록 웃겨주던 그가 가끔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는 아주 그냥 사람 냄새가 퍽퍽 나서 절절한 감동마저 느꼈더랬지. 그의 영화를 친구들과 한데 모여 보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돌아보니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오맹달을 떠올리니 그 시절 영화들이 하나하나 기억난다. 그리고 영화를 같이 보던 그때 그 친구들도 그리워진다. 안녕. 고마웠어요, 오맹달 형님.
프로그램노트 홍콩의 영화배우 오맹달이 금년 초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국내에서 <소림축구>(2001)를 위시하여 주성치와 함께 출연한 영화로 주로 기억된다.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아듀, 오맹달>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추모의 제의이다. 그러나 당대의 희극 스타 오맹달을 심각하게 보내줄 순 없는 일. 그래도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무겸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니던 회사를 떠나 경제적 고민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절친으로 보이는 상남이 오맹달을 함께 추모하자는 전화를 해도 그의 마음은 여유가 없다.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는 그의 앞에 나타난 축구공, 그리고 오맹달이 담배 피우는 실제 영화의 한 장면. 급기야 그의 곁에 앉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오맹달(아마도 오맹달처럼 보이는 인물). 그가 본 것이 환영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다른 이를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세웠던 무겸 역의 정성욱 감독은 이번엔 본인이 직접 다채로운 표정으로 그를 추모한다. 실직으로 인한 실의와 진지함에서 어이없는 실소를 참는 표정, 그리고 추억하는 슬픔과 즐거움의 기억들을 담은 얼굴로 제문을 써 내려간다. 이강욱 감독의 미니멀한 세공은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인력과의 협업으로 그 빛을 발한다. (이상경)
김밥이에요! It’s Gimbap!
시놉시스 손님 하나 없는 김밥집에 삐삐가 나타났다.
연출의도 가끔은 짧은 꿈을 꾸는 것도 삶에 작은 위안이 된다면 좋겠다. 아주 작더라도.
프로그램노트 인정한다. 산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고달프다는 것을. 우리는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일과 사람 앞에서 포기하거나 냉소를 보내기가 쉽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씩씩하게 전진하는 태도는 언제나 더 어려운 법이다. 이강욱은 <아듀, 오맹달>(2021)에 이어 <김밥이에요!>에서도 역시 판타지와 유머, 장르를 통과해 그런 세계를 구현하려 애쓴다. 이번에는 말괄량이 삐삐가 김밥가게에 나타나서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한바탕 흔들고 지나간다. 어른이 된 우리는 삶과 현실이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백일몽에 불과하다고 해도, 사람을 살게 하는 건 그런 순간들이다. 그러니 이강욱의 인물은 삶과 현실에 지칠 순 있지만 결코 가엾지 않고, 상황이 나쁘더라도 구차하지는 않다. 서툰 솜씨로 만든 티가 역력하고 그걸 애써 숨길 생각이 없는 영화의 효과와 미술도 마찬가지다. 환영성을 무시하며 뻔뻔스럽게 건네오는 재치와 익살, 그 기저에 흐르는 천진한 감성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동요를 일으킨다. (김지연)
<얼굴은 바람에 찔리운다>는 졸업영화로 거의 2년 만에 완성을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반부 액션 장면이, 맞을 때는 겨울에 맞고, 쓰러지는 건 봄에 찍고, 일어나면 여름이고. 그런 식으로 몇 컷 찍고 연기돼서 몇 달 후에 또 몇 컷 찍고 이렇게 찍었어요. 그때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저한테 영화는 뭐고 영화를 찍는다는 건 어떤 의미고…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고요.
제가 졸업영화 찍을 때만 해도 16mm 필름으로 찍었거든요. 스틴벡 편집기로 일일이 자르고 붙이고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지금은 그게 고답적인 게 됐죠. 디지털은 확실히 접근성에서도 훨씬 나아졌고 수정도 더 자유로워지고 예산의 압박도 줄어드니까 환경이 훨씬 더 좋아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진중하고 무거운 느낌은 좀 덜 갖지 않나 이런 자기반성적인 생각도 좀 들고요.
인생에서 거창하게 사람을 바뀌게 하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나가다 누가 어깨를 두드려주는 짧은 찰나의 그런 가벼운 위로는 되지 않을까? 우리가 추억을 떠올리면서 상상을 하든 혹은 어릴 때 들었던 주제곡이 흘러나오면서 꿈을 꾸는 그런 것들이 저는 사람을 조금씩 지탱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산다는 거에 대해 고민을 하고 되게 힘들고 그런 몽상 같은 가벼운 순간들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홍금보의 액션이 마치 댄스 같은데요. 그 멜로디와 호흡과 리듬, 박자 감각이 그래요. 극장에서 당시의 영화들을 상영 한다고 그러면 무조건 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저는 극장에 갈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B급 영화들, 무협 영화, 액션 영화들이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보게 될 겁니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이클만의 <히트>,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스크린으로는 처음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죽은 자가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그런 이미지를 꼭 한번 쓰고 싶었고 오맹달이랑 닮은 친한 형님을 배우로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찍을까 싶어서 <아듀, 오맹달>을 했는데 그것도 저한테 일종의 실험이었고요. 버스가 지나가는 방향과 공이 돌아오는 이 방향도 저한테는 놀이 같은 거였고요. <김밥이에요!>에서는 중력을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삐삐가 나타나 조그만 열기구가 점점 올라가면서 중력을 벗어나고 종잇장처럼 가볍게 나풀나풀, 뭔가가 아스라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