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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워있을 때 When I Sleep

최정문

2022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 로컬투로컬


시놉시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선아 (정지인), 지수 (오우리), 보미 (박보람). 낯선 여행길 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급작스러운 사고는 각자의 비밀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고, 뜻하지 않은 이상한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 우리는 우리들의 방에 잠들 수 있을까? 긴 어둠 속 헤매는 세 사람의 하루 끝에서 <내가 누워있을 때>.

연출의도 

아픔이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 오늘 밤만은 편안히 잠들 수 있길.

프로그램 노트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 세상살이에 적응해 온 선아. 그녀는 모질다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직장에서 승승장구해 왔지만, 성공에의 욕구만큼이나 그녀에게는 지독한 상처가 남았다. 그런 선아에게는 친자매처럼 지내는 사촌 동생 지수가 있는데,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지수는 선아 가족의 충만한 애정을 받으며 지냈다. 그러나 이제 막 성인이 된 지수는 여물지 않은 생의 한가운데서 남모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수에게는 그런 남모를 고민조차 털어놓는 친구 보미가 있다. 해맑은 미소를 짓는 보미는 밝고 시름 하나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녀 또한 힘든 과거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괜찮은 듯하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은 세 여성, 이런 세 인물은 지수 부모님의 기일을 맞아 함께 성묫길에 오르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내면의 여린 살갗을 드러내는 이들의 밤은 깊고 애달프며 속수무책이다. 섬세한 손길로 책장을 넘기듯 세 여성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내가 누워있을 때>는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며 마음의 애틋한 연대를 꿈꾼다. (홍은미)

TALK                                                       | 최정문




                                                                | 정지인

박보람 배우랑 처음 같이 미팅하면서 대본을 읽어보기도 했는데요, ‘보미’의 엉뚱하고 재치있는 모습들을 발견하고 같이 하게 됐어요. 저희가 또 부산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보니까 저랑 정지인 배우랑 오우리 배우랑 다 같이 같은 숙소에서 방만 다르게 있었거든요. 밤 되면 같이 만나 얘기했던 추억들이 많아서 여타 어떤 작업보다-저도 장편이 처음이기도 했고 보람이도 연기가 처음이고 (오)우리 배우도 그때 첫 장편이었고- 의미가 컸어요. 서로한테 의지를 많이 해서 아직까지도 보람이가 세상에 없다는 게 믿기지 않고 그냥 오늘 잠시 못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는 선아(정지인)라는 인물에 애착이 많아요. 제가 욕망 있는 여성에게 관심이 많거든요. 로드무비라는 게, 차를 타고 길을 가고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과정이 매력적인 장르예요. 어떻게 보면 영화는 선아의 반성 드라마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고. 선아란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 너무너무 어려웠어요. 자칫 잘못하면 밉상처럼 보이고, 또 안 그러면 설득이 안 되고. 그래서 자문도 구하고 그랬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고민해 보고 싶은 캐릭터고요.

뒷모습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후반작업할 때 제작사 대표님이 보시고 너는 왜 이렇게 뒷모습을 찍니? 하시더라고요. 저는 몰랐어요. 제가 뒷모습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나봐요. 스릴러적 연출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인 배우한테 “가다 뒤돌아봐줘.” 이런 주문 많이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 선아가 후반부에 처음 입사해 빈 모니터 앞에 앉아서 누구랑 점심 먹으러 가나, 누가 데리고 가나, 어디로 가야 되나, 지금 일어설까 말까 하는 뒷모습인데요. 지인 배우가 잘 표현해 줬어요. 콘티엔 뒷모습이 없었는데 현장에서 너무 좋아서 촬영 감독님한테 뒷모습 찍자고 해서 나온 장면이라 인상 깊어요.


관객과의 대화 하면서 박보람 배우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지만, 개봉해서 기쁜 마음으로 보람 배우가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요. 그렇게 이야기 하다 보니까 더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거는 있더라고요. 개봉하기 전에 감독님하고 (오)우리 배우하고 같이 보람이한테 다녀왔었어요. 가면 사진들이 붙어 있는데 팬분들이 웃는 얼굴을 많이 붙여 놓으셨더라고요. 보람이 웃는 모습이 이렇게나 예뻤다는 걸 새삼 느낀 시간이었어요. 그 웃음이 아직까지도 계속 남아 있어요. 보고 싶어요.

<일광욕>이라는 단편영화도 여자 네 명이 나와서, 큰 사건은 없지만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예요. 각자 고민을 안고 낯선 곳에 온다는 부분은 <내가 누워 있을 때>와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내가 누워있을 때>가 조금은 <일광욕>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편에서는 특성상 많이 보여줄 수 없었던 인물들의 여러가지 고민들, 인물들을 그려내는 방식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것들을 더 깊게 고민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으니까 흥미가 있었어요.

사람들에게는 결핍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물론 있는데 그걸 연기로 채워 나가는 것 같아요. 그걸 자꾸자꾸 채워나가기 위해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저를 연기로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소중한 시간이에요. (…) 압박감 있죠. 카메라 앞에 있으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느낌, 내던져진 느낌이 들어요. 모든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에 다 집중하는 상황에서 (내가 해내야지 그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으니까 거기에 대한 압박감은 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운동선수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래서 그 순간을 위해서 차곡차곡 쌓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 압박감이 싫지는 않아요.

메이 앤 준 May and June

박천현

2023 부산 인터시티 레지던시 영화제작사업

2024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


시놉시스 

승길과 윤진은 결혼을 앞둔 무명 배우다. 둘은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단편영화를 찍고 배우의 꿈을 접기로 한다.

연출의도 

삶은 영화가 되고, 영화는 다시 삶이 된다.

프로그램 노트

영화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만을 살 수는 없다. 영화는 반드시 삶, 혹은 현실과 이어진다. 윤진(설찬미)과 승길(신진영)은 배우지만, 그들에게 기회가 좀체 주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연기 영상도 찍고, 더 나아가 영화를 제작해 본다. 연출자와 PD로 일하는 동시에 이를 배역 삼아 연기를 하는 둘의 영화제작과정은 연기워크숍이기도 하다. <메이 앤 준>은 두 사람이 만드는 영화와 현실 사이에 형성되는 여러 겹들을 능숙하게 엮어내 매력적인 드라마가 된다. 그런데 거기에 작동하는 소박하고도 강력한 전제에 나는 더 시선이 머문다. 역량의 한계, 현재도 미래도 알 수 없는 불안 앞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 말이다. 김규항은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에서 사람에게 유일하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경로는 사랑이라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확신할 때 어지간히 고단한 삶 속에서도 행복하다고 썼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행복할 것이다. 그들이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김지연)

TALK                                                       | 박천현
제가 영화를 찍는 방식이, 저는 어떤 레이어를 쌓는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 것들을 좀 쌓아 놓고 나중에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영화 오디션을 준비하는 배우라는 설정을 먼저 던져 주고, 그 둘이 오디션에 합격해서 일본에 갈 것인지 아니면은 그냥 여행으로 갈 것인지를 그다음에 던져 주고, 저는 이들을 일본에 보내 버려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지켜보는 걸 제가 좋아해요.

영화를 찍다 보면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거든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항상 열려 있는 마음으로 뭔가 상황이 들어오면 그거를 가지고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걸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메이 앤 준>도 처음에는 야구장도 나오고 엄청 스케일이 컸었어요. 그런데 준비 기간도 짧고 비용도 많이 들고 그래서 (…) 이 '스튜디오 쿠라'라는 공간을 알게 되고, 이 장소를 통해서 한 번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 한 거죠. 제가 선택하긴 했지만 우연도 있는 거죠.

나와 주신 아티스트 분들도 그날 촬영 가능하신 분을 요청드려서 무슨 이야기를 해 주시는지에 대해서는 애초에 몰랐어요. 질문만 미리 드리고 처음 뵙고 한 분마다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찍었는데, 변수에 대해서 열어 두고 그걸 담는 방식이 이 영화를 만들 때에 유효했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처럼 제가 의도할 수 없는 부분인 거죠. 인물들에게 어떻게 해 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조금 지켜보는 여백이 있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왔던 작품인 것 같아요.

이 작품 전에 서너 편을 더 찍었지만 제가 원하는 성과나 결과들이 사실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그런 감정-포기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에 대해서 표현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영화제들을 가거나 상을 받거나 그런 경험을 했거든요. (…) 내가 했던 작품들이 쌓여서 이 작품을 하고, 이걸 통해서 많은 관객분들을 만나고 동료들을 만나면서 결국은 영화로서 또다시 해 봐야 되나 하는 마음, 아니면 할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영화가 끝나면 관객분들이 박수를 쳐 주시잖아요. 그런 상황들이 한편으로는 이 영화의 연장선같이 느껴져요.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도 박수를 보내지만 이렇게 실제 극장에서도 아까처럼 박수를 쳐 주셨을 때 재밌다고 생각을 했어요. (…) 2023년에는 일본에 가서-저도 평상시에 일본 영화들을 좋아하거든요. 일본 감독들도 좋아하고. 근데 그런 것들이 딱 맞아떨어져서- 제가 느끼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신기했어요. 너무 좋았고. 작품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