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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

한 번만 더

Just one more time

소유현┃극영화┃컬러┃39분┃2025┃대한민국┃15+
개막작
2025년 11월 20일(목), 19:00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

해야만 하는 말들은 종종 현실에 닿지 못한 채 숨을 고르며 비밀의 자리를 배회하곤 한다. 연습할 수 없이 경험되는 순간은 찰나의 중얼거림이 된 채,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말들은 비밀이 되고 비밀이 된 말들은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어 보지만 흐트러진 비밀의 자국은 그 속내만을 흐릿하게 비출 뿐이다. 스물일곱 번째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은 소유현의 <한 번만 더>이다. 이 작품은 신예 감독 소유현이 영화 무대에서 공개하는 첫 번째 단편 극영화이다. 처음의 것, 최초의 것, 시작하는 것, 다시 해보는 것, 다시 해보길 갈망하는 것. 이것들 사이에 스며있는 불안은 떨쳐낼 수 없는 존재이지만, 연약한 말들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경험의 자리에 또 다른 자국을 새겨넣는다. (오민욱)

시놉시스 Synopsis
꼭 한번 보고 싶은 순간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실. 그곳에서 희윤은 대본을 쓰고, 지아는 연기를 한다.
연출의도 Directing Intention
지나간 것에는 늘 미련이 남는다. 이는 우리가 계속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속 잔여물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쉽게 잊으라 말하지만, 무시된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쌓여간다.
프로그램 노트 Program Note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하면 안 되는데 해버린, 해야 하는 말 혹은 일들. 무엇이건 과거형으로 남겨두지 못해 지속되는 것들이 현재의 나를 이룬다. <한 번만 더>의 인물들과 우리는 그 미완의 시간을 살아가는 범속한 존재들이다. 영화에 흐르는 말과 글, 이미지들은 표면일 뿐 그 심연을 헤아리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겠다. 얼마 간은 꾸며내고 또 얼마간은 사실일 말들. 영화가 그렇듯이. 이를테면 지아의 발화는 종종 희윤이 쓴 대본을 읽는 건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인지 그저 상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대화 또한 사담, 상담, 역할극의 경계를 오가고는 한다. 설명적인 숏을 배제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상담자와 내담자가 앉은 자리, 또는 발언의 주체를 바꾸면서 모호함을 의도한 결과다. 두 사람의 대화를 포착하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 오버 더 숄더 숏 대신에 얼굴과 얼굴의 클로즈업으로 연쇄되는 숏들이 자아내는 리듬도 나는 좋다고 말해야겠다. 영화는 인물의 기억과 생각,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 다시 말해 말과 이야기로 쌓아올린 세계다. 그로 인해 평범한 상담실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 혹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이 펼쳐져 시공을 초월한 공간처럼 보이고, 쓸쓸한 내면의 풍경처럼 빈 정류장과 버스, 도시의 밤이 주는 정취가 아름답다고도 말해야겠다. 스스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영화를 긴 문장으로 좇는 이 아이러니도 영화를 사랑하는 법들 중에 하나일 테니까. (김지연)

소유현
dbgus9681@naver.com

필모그래피 Filmography
<친구> (2022)
<로또> (2023)
<숨길 수 없어요> (2024)
<신사랑가> (2025)
<한 번만 더> (2025)
<길>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