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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6. 22. (토) 오후7시 무사이 극장

인디크리틱 인 무사이 Indiecritic IN Mousai 

전찬영(영화감독, <다섯 번째 방>연출) 김지연(영화평론가, '인디크리틱' 편집장)

다섯 번째 방 Her 5th Room

전찬영┃다큐멘터리┃컬러┃80분┃2022┃대한민국┃15+

시놉시스   시댁살이 30년, 엄마 ‘효정’은 집에 살지만 방이 없다. 전업주부로 20년을 살아온 효정, 상담사라는 직업으로 새로운 가장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집안일은 효정의 몫이다. 일을 시작하게 된 엄마는 평생을 함께 살던 아빠의 방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각방살이의 평온함도 잠시, 엄마는 아빠의 끊임없는 침입에 불안해진다. 그리고 안전한 공간으로 독립을 원하게 된다. 과연 엄마 ‘효정’은 다섯 번째 방을 가질 수 있을까?

연출의도   여성에게 자신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은?

프로그램노트   오래도록 시댁살이를 해온 효정이 뒤늦게 자신의 방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다섯 번째 방>은 당연한 듯 자신만의 공간을 떠올리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면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다 문득 영화 밖에서 감독의 위치를 떠올려 본다면 나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영화의 또 다른 고민을 읽어볼 수 있다. 자신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끝끝내 상처 주어야 한다. 차라리 명백한 적이었다면 덜 고통스러웠을 테지만 어머니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측은하고 한없이 약해진 아버지라는 존재이다. 감독은 같은 여성이자 자녀로서 자신의 공간을 찾고자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용기 있게 카메라를 들었지만, 정작 화면에 담긴 수많은 장면은 가족들이 서로를 떠나지도 혹은 다가가지도 못한 채 배회하며 내뱉는 웃음과 눈물들이다. <다섯 번째 방>은 뛰어난 흡입력으로 억압받은 엄마 효정뿐 아니라 그녀의 힘겨운 독립과 성장을 함께 지켜보는 가족들까지 응원하게 하며 점점 경시되는 가족의 위치가 무엇인지 새삼 질문하게 만든다. (김현정)

상영 후 토크 | 전찬영

GV 가면 아빠에 대한 질문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 아빠가 저렇게 행동을 하셔도 너무 사랑스럽다는 얘기를 많이들 해주시는데, 저는 사실 이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얘기하고 싶었던 욕망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를 어떤 캐릭터로 등장을 시키면서 아버지에 대한 어떤 관찰과 응시라기보다는 제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상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 인물을 구성하고 싶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이 인물을 그냥 납작하게 빌런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도 입체적인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 또 저의 죄책감을 드러내는 그런 장면들도 넣었어요. 연민이라는 단어가 맞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가족들의 동의를 얻고 설득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여러 가지로 설득을 해봤는데 잘 먹히지 않더라고요. 제가 내부자다 보니까… 다양한 과정들이 있었는데 진심이 느껴지게끔 오로지 너의 편에 서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해요. 그 시간에 항상 함께 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어떠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엄마한테 엄마 마음은 어땠어? 라고 물어보고. 처음에는 엄마가 엄청 싫어하시거든요. 이런 거 그만 찍으라고 하시다가 나중엔 한두 시간 계속 얘기를 하시거든요. 누군가의 마음을 세심하게 알아준다는데 엄청나게 큰 에너지 소모도 있고 생각보다 타인의 말을 그렇게 깊게 집중해서 듣지 않잖아요. 근데 다큐멘터리 작업은 그걸 필수적으로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알아준다는 그 믿음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를 끝내고 느꼈던 게 아빠가 저를 너무 사랑하는데 방식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고 아빠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는 거예요. 사랑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 방식이 서로 잘못되지 않았나라는 점을 깨달은 것 같아요. (…) 나중에 느낀 건데 편집 하면서 내가 이 장면을 울려고 만든 장면이구나를 깨달았어요. 어머니보다 아버지에 대한 이 애증의 감정이 설명하기가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그래서 그 감정에 투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날은 다른 장면을 찍으러 갔다가 낚시를 하러 간 김에 그냥 찍은 컷들을 나중에 신으로 만들었는데요. 다들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추억들이 하나씩 있잖아요. 저한테는 그게 그런 기억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억들이 가끔 아직도 좀 울컥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