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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이남영(<강을 건너는 사람들>연출) 박천현(<Last train>연출) 진행 | 윤지혜(영화감독)
강을 건너는 사람들 Go with the flow
시놉시스 한때 사진작가를 꿈꾸었던 선재는 선배 현우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한다. 어느 날, 현우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며 출사모임이 취소되고, 수습을 하러 나간 선재는 사진초보 가은을 만나 계획에 없던 동행을 한다.
연출의도 진심을 포착하는 시간.
프로그램노트 부산에서 꾸준하게 필모를 쌓아온 이남영 감독은 여전히 섬세하고 사려 깊은 연출로 돌아왔다. 한 때 사진작가를 꿈꾸었지만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선재가 예정에 없던 출사모임에 나가 사진초보 가은과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며, 전작보다 조금 더 확장된 세계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애틋한 모녀관계가 주인공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존재한다. 어머니의 낡은 안경을 호호 불어 닦아 놓는 등의 사소하지만 다정한 마음과 가족과 일상을 나누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연출은 보다 정밀하고 풍부해졌다. 마음을 곱게 쓰면 사람마다 다 때가 있다는 어머니의 대사처럼,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단박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의미가 쌓이고 흘러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남영 감독이 서서히 쌓아올린 일련의 흐름들은 자연스레 스며들어 보드랍게 삶을 어루만져준다. 성숙한 태도로 보다 유려해진 이남영 감독의 성장세는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신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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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보랏빛 새벽, 오가는 이 없는 한적한 도로 한쪽에 미나리 좌판이 있다. 그 안에서 흰머리를 높이 묶고 노란 고무장화를 양발에 끼우는 한 여성. 빨간 고무대야를 양쪽 허리춤에 끼어들고 바로 뒤에 있는 미나리꽝으로 들어간다. 언양읍성에 마지막 하나 남은 미나리 노점상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카메라는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그녀 앞에 멈춰 서서 숭고한 노동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연출의도 푸르른 미나리꽝과 좌판이 언양읍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읍성의 미나리 좌판 숫자가 늘지는 않고 하나둘 줄어만 가더니 급기야 수년 전부터 하나만 남게 된 것이 아쉬워 없어지기 전에 다큐멘터리로 남기려 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나리꽝과 좌판을 오가며 미나리를 직접 재배하여 판매하는 한 여성의 노동의 숭고함으 담은 관찰기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고된 노동을 이어가는 이정애를 보며, 억척같이 삶을 영위하는 원동력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다.
프로그램노트 미나리가 아닌 '밭'에 초점을 둔 작품의 제목은, 푸릇한 결실 대신 그 아래 놓인 질퍽한 땅을 상상하게 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것 같아. 시집 안 갈 거야'라는 단호하지만 애처로이 들리는 이정애 할머니의 문장들은 개인보다도 여성의 의무로만 살아야 했던 과거 여성들의 가슴 아픈 서사를 대변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무수한 미나리의 초록은 할머니의 비극적 인 서사와 지속적으로 병치되면서, 역설적으로 강인함의 속성을 남긴다. 지난한 세월에 대해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을 할머니의 삶은 기어코 아름답다. 할머니의 고단함과 푸르디 푸른 미나리는 상반되듯 보이지만 결국 서로를 품어야 할 필연임을, 영화는 사려 깊으면서도 강력히 전달한다. (김현정)

시놉시스 늦은 밤, 한 남자가 혼자서 막차를 기다린다.
저는 제가 살아보지 못했던 그 시간을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년, 노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었고. 지금의 제가 이전의 두 작품, <두 사람>이나 <계절의 끝>에서 (중/노년) 선배님들하고 작업을 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저를 이해해 주신 부분이 더 많았고 저는 현장에서 많이 물어보는 편이거든요.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지금 뭔가 안 불편하세요? 이렇게 많이 여쭤봤어요. 상태가 편하면 연기가 편하시니까 그런 것도 있고, 저도 모르니까 물어보는 것도 있거든요. 소통이 저의 생존전략이기도 해요. 그렇게 하면서 얘기를 듣는 과정도 저한테 좋았고요.
식당 같은 경우 촬영하기에는 협소하고 감정이 중요한 장면이어서 배우가 이런 동선을 움직여야 된다든지 카메라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사전에 정하는 게 과연 맞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감독하고 이 장면은 열어두자 했어요. 배우분들이 촬영하기 일주일인가 전에 부산에 따로 내려 오셔서 리허설을 하셨거든요. 그걸 보면서 참고를 했고 스태프 분들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렸고 현장에서 리허설을 해서 콘티를 짜게 된 장면이었는데요. 한번 찍고 나서 다들 좋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테이크를 갔지만 결국에는 첫 번째 테이크를 오케이 했던 장면이어서-저는 모험이기도 했었는데- 모두에게 좋게 남아 있는 장면이었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엄청 열심히 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볼 때 사실 저는 위로가 됐거든요. 저 혼자서 사진을 몰래 몰래 많이 찍었어요. 이 프로덕션을 하면서 기억에 남겨두려고. 열심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미안하면서도 너무 고맙고. 그런 순간들이 영화를 계속하게 만든다는 걸 또 한 번 느꼈고요. 지금도 그 사진 자주 보거든요.
보통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보면 몸을 푸시는 분이 있어요. 피곤해서 스트레칭을 하는... 그런 것들이 저는 약간 아이러니하게 보이더라고요.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 같이 보여요. 잘 뛰어내리기 위해서 몸을 푸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저 혼자만의 상상을 하다가 그걸 한번 영화로 만들어 볼까 했어요. 근데 제작적인 여건이 잘 안 따라주잖아요. 그러면 이걸 무성영화로 한번 만들어보자, 대사가 없는. 해서 저만의 무성영화를 만들게 된 거죠. 그리고 약간은 찰리 채플린 같은 영화를 저만의 해석으로 한번 해보자 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저는 배우에게 연기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맡기는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찍기 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아요. 배우분들은 항상 잘 해주세요. 여기 오늘 남자 주인공 남기형 배우님이 와주시기도 했어요. 제가 연기하시는 데 세밀하게 터치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배우님은 힘드셨을 수도 있어요. 제가 불만을 갖지는 않아요. 연기는 배우님이 해주셔야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마음으로 연출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촬영을 많이 해서 항상 이미지 위주로 먼저 작업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이미지를 담아야 될 것인가를 계속 촬영 장소에 가보면서 많이 연구하고요. 이번 영화에서도 원하는 이미지들이 명확했어요. 뒷모습이나,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는 남자라든가, 여자 구두... 이런 것들을 담아보자. 그런식으로요. (......) 지하철을 섭외해서 단기간에 찍어야 되는 상황이라 좀 급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 면으로는 아쉬워요. 두 사람이 만나 시계가 안 맞아서 올라가는 그 지점을 원래 좀 더 하고 싶었는데요. 그 부분의 어떤 감정이라 해야 될까. 그걸 디테일하게 많이 못해서 좀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