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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27. (토) 오후3시 무사이 극장

인디크리틱 인 무사이 Indiecritic IN Mousai 

오민욱(영화감독, <유령의 해> 연출) 이용주(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유령의 해 Eternal Brightness

오민욱┃컬러┃125분┃2022┃대한민국┃15+

시놉시스   유령들의 해가 떠오른다.

연출의도   ≪유령의 해≫는 2012년 발표 된 조갑상의 장편소설 『 밤의 눈』에 관한 작품이다. 학살과 혁명을 지나 항쟁의 인파를 바라보며 닫히는 소설 『 밤의 눈』에서 흘러나온 풍경과 인물의 궤적은 삽화가 없는 소설의 이야기처럼 빛과 어둠 그 사이를 불투명하게 공명한다. 육체와 목소리를 잃은 소설 속 유령들은 잊혀진 이야기를 소거하고 역사에 매장되는 것을 거부한 채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멈추지 않을 것 만 같은 후렴구처럼, 유령이 된 그들의 캄캄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만월의 어둠으로 밤이 차오르면, 소설 속 텅 빈 자리에 오늘의 이야기가 담긴 빛의 삽화를 그려 달라고.” 잊힌 죽음과 도래하는 사태들 사이에서 유령들의 해가 밤의 눈을 뜬다.

프로그램노트   오민욱은 <해협>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홍콩행을 생각했겠지만 코로나-19로 세계가 봉쇄되었다. 그는 민간인 학살을 다룬 조갑상의 소설 <밤의 눈>을 영화로 옮긴다. 영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쓴 소설과 사건 내지는 역사, 그리고 영화 안팎으로 제작과 관련해 일어난 근래의 일들에 대해 극도의 정제와 가공을 거쳐 내놓은 입장, 혹은 반응처럼 보인다. 그것은 발췌된 원문, 저자에게 보내는 편지, 연출자와 출연자의 경험이 함께 섞였을 긴 대사의 형태로 언어화 되고, 밤의 눈인 달이 차거나 기우는 보름 동안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부산 곳곳을 배회하는 인물의 행위로,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도시와 밤을 헤맨 카메라와 아카이브로 드러난다. 이를 통해 과거의 흔적이란 남아있을 것 같지 않게 고요한 현재의 시공간 위로 유령이 된 죽음의 현전과 그 기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이 엄습해 온다. 강렬한, 말 없는, 이상한, 낯선, 두려운,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들. (김지연)

상영 후 토크 | 오민욱

그 당시 2021년이던가. 그때 영화를 만드는 어떤 분들이랑 워크샵 같은 형태로 이야기할 일이 있었어요. 문득 깨닫게 된 게 휴대전화 카메라 말고 카메라로 내가 작업을 위해 어떤 생각들을 한 다음에 이미지를 촬영하는 행동들을 긴 시간동안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걸 갑자기 인지하고 나서 테스트할 때 주로 사용하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집에서 굉장히 먼 거리에 있는 어떤 지점을 목표로 해놓고 무작정 걸으면서 필름 한 롤을 찍어봤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만큼 팬데믹은 어떤 상황들을 힘들게 하고 원천적으로 찍는 행위에 대한 안티적인 무언가의 시간을 저한테 계속 줬던 것 같아요. 소설이라는 영화 외부의 것을 건드려보고 그다음에 기대해 볼 것 뭔가가 없었다라고 하면 아마 항쟁과 혁명의 키워드로 부산을 기록해 보는 작업 역시 출발도 못했을 것 같고 완성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이 가진 의미가 시대적인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영화 이외에 이질적인 어떤 재료를 놓음으로써 영화가 출발할 수 있게 하는 계기, 다짐, 뭔가 계속 자극하는 일이 되었고 또 약간 부담이기도 했어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거리낌 없이 향유하는 시대에 이 장편소설을 읽는 일은 굉장히 좀 곤혹스러운 일이더라고요. 제가 원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저한테 이제 계속 일어나는 일이 뭐냐 하면 한시명, 한용범 등등 인물들이 쭉 나오잖아요. 근데 이 인물이 그전에 읽었을 때 왜 이런 행위를 했지? 한시명과 한용범은 누가 오빠이고 누가 동생이지? 이게 계속 헷갈리는 거예요. 인물들을 따라가고 이유를 따라가고 그다음에 시간이 오고 가는 것을 따라가야 될 때 이제 이 소설의 시간 구조는 굉장히 또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헷갈려지고 많이 헤맸어요. 그런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면서 제가 도달했던 것이 누구든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아이디어였어요. 2022년의 이승미도 한시명일 수도 있고 한시명은 한용범일 수도 있고 한용범은 의용경찰들일 수도 있고 조갑상이 한시명일 수도 있고 그런 생각들을 편의상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은 지금 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 누구도 아니지만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인물로 설정을 하고 작업을 해나갔죠.


영화 후반의 “어린이 정경”이나 “나비” 이런 피아노 곡들, 이 음악들을 사용한 가장 큰 목적을 말씀 드리면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듣게 돼요. KBS 클래식 채널 그냥 맞춰놓으면 이틀이나 3일마다 한 번씩은 꼭 나와요. 많이 알려진 곡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이 꺼려하잖아요. 왜냐하면 이 곡이 사람들에게 이미 어떤 이미지로 많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내가 하려고 하는 어떤 시도들을 이미 읽혀져 있는 그 이미지가 이겨버리기 때문에 그걸 피하려고 해요. 저는 반대로 생각했거든요. 이 영화에 사용된 이 곡 때문에 이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이 아름다운 곡을 듣는 그 시간에 이 <유령의 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그 옆에나 뒷면에다가 살짝 투입해놓고 싶은 그런 느낌이요. 오히려 그게 더 전략적으로 맞는 것이고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정체성이랑 맞는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