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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유령의 해 Eternal Brightness
시놉시스 유령들의 해가 떠오른다.
연출의도 ≪유령의 해≫는 2012년 발표 된 조갑상의 장편소설 『 밤의 눈』에 관한 작품이다. 학살과 혁명을 지나 항쟁의 인파를 바라보며 닫히는 소설 『 밤의 눈』에서 흘러나온 풍경과 인물의 궤적은 삽화가 없는 소설의 이야기처럼 빛과 어둠 그 사이를 불투명하게 공명한다. 육체와 목소리를 잃은 소설 속 유령들은 잊혀진 이야기를 소거하고 역사에 매장되는 것을 거부한 채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멈추지 않을 것 만 같은 후렴구처럼, 유령이 된 그들의 캄캄한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만월의 어둠으로 밤이 차오르면, 소설 속 텅 빈 자리에 오늘의 이야기가 담긴 빛의 삽화를 그려 달라고.” 잊힌 죽음과 도래하는 사태들 사이에서 유령들의 해가 밤의 눈을 뜬다.
프로그램노트 오민욱은 <해협>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홍콩행을 생각했겠지만 코로나-19로 세계가 봉쇄되었다. 그는 민간인 학살을 다룬 조갑상의 소설 <밤의 눈>을 영화로 옮긴다. 영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쓴 소설과 사건 내지는 역사, 그리고 영화 안팎으로 제작과 관련해 일어난 근래의 일들에 대해 극도의 정제와 가공을 거쳐 내놓은 입장, 혹은 반응처럼 보인다. 그것은 발췌된 원문, 저자에게 보내는 편지, 연출자와 출연자의 경험이 함께 섞였을 긴 대사의 형태로 언어화 되고, 밤의 눈인 달이 차거나 기우는 보름 동안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부산 곳곳을 배회하는 인물의 행위로,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도시와 밤을 헤맨 카메라와 아카이브로 드러난다. 이를 통해 과거의 흔적이란 남아있을 것 같지 않게 고요한 현재의 시공간 위로 유령이 된 죽음의 현전과 그 기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이 엄습해 온다. 강렬한, 말 없는, 이상한, 낯선, 두려운,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들. (김지연)
모든 수중 촬영은 2018년도에 제가 찍은 거예요. 영화 제안을 받기 훨씬 훨씬 전이라 그걸 찍을 때는 이렇게 사용될 거라는 생각도 전혀 없었고 그냥 그 다이빙 포인트를 기록하기 위해서 찍은 것도 있고 뭔가 희귀 어류를 봤어! 라는 마음으로 찍은 것도 있고 오늘 나의 기분이 이러하다고 찍은 것도 있고 대부분 특별한 연출이나 의도를 가지고 찍진 않았었어요. 근데 영화 만나면서 연출되고 또 색감이 없어지고 이러니까 제가 찍었던 느낌이랑은 확연히 달라져서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예상 외로-시나리오를 주시잖아요. 맨 처음에- 영화가 만들어진 뒤에도 (연기를 했을 때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감독님이랑 매번 만나서 저희가 정말 얘기를 많이 나누고 했어서… 당연히 아직 찍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시각화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흐름이나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다 인지는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랑 이걸 확인했을 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더 한다기보다는 계속 덜어냈고. 수치로 표현해 보자면 마이너스까지는 아닌데 최대한 0의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중립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대한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중간에 굉장히 긴 대사 장면이 있잖아요. 여기의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너무 플러스가 되지 않게 그 0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이걸 보게끔 만들지, 이 긴 장면을? 그게 최대의 난제였고 덜어냄을 벗어나는 영역이었으나 전반적으로 모든 장면을 최대한 덜어내자, 중립의 마음으로! 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기본적인 구상을 생각할 때 소설과 영화가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결국에 서사나 이야기, 그런 것이 될 텐데요. 그런 방식으로 공유하는 영화를 만들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어요. 물론 소설에 표현되어 있는 특정한 문장들이 이 영화를 되게 찍고 싶게 하긴 했는데 그 문장을 돌이켜 봤을 때는 어떤 어둠과 빛의 대비라든지-이야기가 아니라- 이미지 또는 심상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잘 보여주려면 다채로운 색보다는 단조로운 색 내에서 밝거나 어두운 것을 대비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흑백 작업으로 가게 됐습니다.
사건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입장에 처했던 소설가의 입장도 좀 담겼으면 하는 생각들을 했거든요. 제일 하기 싫었던 것이 소설이 지시하는 실제 사건, 사건의 유족이나 목격자, 소설을 쓴 사람의 일종의 무용담과 같은 이야기, 그런 것을 인터뷰 형태로 보여주는 걸 정말 하기 싫었기 때문에요. 소설 역시 역사를 이야기의 방식으로 취해 오게 되는데 영화 역시 음악이든 실제 사건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소설이든 영화 바깥에 있는 거를 가져와야지 작품으로 성립되게끔 작동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설가의 생각, 그걸 영화로 가져오고 영화로 발생시킬 때의 제 생각. 그걸 읽거나 보거나 듣거나 하는 방식으로 만들려면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보편적인 편지라는 방식을 사용하게 됐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모든 것이 완화 되었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이 영화를 찍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게, 찍고 싶었던 영화가 있는데 그걸 찍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제일 컸어요. 카메라로 뭔가를 찍는 일을 늘 해왔는데 어느 시점쯤 보니까 정말 촬영을 안 한 지 너무 오래 됐더라고요. 그러니까 어떤 찍을 것이 없다,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없다는 것도 있었거든요. 근데 부산타워를 보면서 저걸 찍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부산타워 같은 경우는 코로나 시기에 제한 되었던 상황들에 대한 토로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물론 그건 좀 바깥의 의미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이제 기차나 타워가 자주 등장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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