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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27회 부산독립영화제
일시 l 2025. 11. 20. ~ 11. 24.
장소 l 영화의전당, 무사이 극장
개막작
한 번만 더 Just one more time
극영화|흑백|39분|2025
DIRECTOR 소유현
꼭 한번 보고 싶은 순간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실. 그곳에서 희윤은 대본을 쓰고, 지아는 연기를 한다.
프로그램 노트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하면 안 되는데 해버린, 해야 하는 말 혹은 일들. 무엇이건 과거형으로 남겨두지 못해 지속되는 것들이 현재의 나를 이룬다. <한 번만 더>의 인물들과 우리는 그 미완의 시간을 살아가는 범속한 존재들이다. 영화에 흐르는 말과 글, 이미지들은 표면일 뿐 그 심연을 헤아리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겠다. 얼마 간은 꾸며내고 또 얼마간은 사실일 말들. 영화가 그렇듯이. 이를테면 지아의 발화는 종종 희윤이 쓴 대본을 읽는 건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인지 그저 상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대화 또한 사담, 상담, 역할극의 경계를 오가고는 한다. 설명적인 숏을 배제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상담자와 내담자가 앉은 자리, 또는 발언의 주체를 바꾸면서 모호함을 의도한 결과다. 두 사람의 대화를 포착하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 오버 더 숄더 숏 대신에 얼굴과 얼굴의 클로즈업으로 연쇄되는 숏들이 자아내는 리듬도 나는 좋다고 말해야겠다. 영화는 인물의 기억과 생각,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 다시 말해 말과 이야기로 쌓아 올린 세계다. 그로 인해 평범한 상담실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 혹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이 펼쳐져 시공을 초월한 공간처럼 보이고, 쓸쓸한 내면의 풍경처럼 빈 정류장과 버스, 도시의 밤이 주는 정취가 아름답다고도 말해야겠다. 스스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영화를 긴 문장으로 좇는 이 아이러니도 영화를 사랑하는 법들 중의 하나일 테니까. (김지연) |
폐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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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Closer than they appear
극영화|컬러|12분|2025
DIRECTOR 신은주
민지는 보기 싫은 자신을 떼어내 묻었다. 다시 가 보니 그 자리엔 무가 묻혀 있다.
프로그램 노트 사이드미러에 주로 씌어있는 안내 문구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은 영화 속 나와 무의 관계, 하이데거식으로 말하자면 존재를 드러내는 조건으로서의 부재, 혹은 존재와 부재의 긴장 관계쯤 될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나’를 숲에다 묻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숲을 찾았을 때, 묻어버린 ‘나’의 자리에는 무가 남아있고, 그것을 옮겨 심었다가 국을 끓인다. 내레이션은 그것을 나라고도, 너라고도 칭하지만, 결국에 나는 나, 또는 무를 먹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지시하는 무란 채소로 형상화되어 있으나 누구든 무(無)의 동음이의어로 작동한다는 것, 그것이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일을 표상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승옥의 단편 「서울의 달빛 0장」이 나지막한 내레이션의 일부로 활용되면서 영화는 인간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문제, 혹은 정체성을 성찰하는 짤막한 에세이 필름으로 감각적인 탐구를 시도해 보려고도 한다. (김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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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Haunt
다큐멘터리|컬러|28분|2025
DIRECTOR 임지훈
한 사내가 사라졌다. 내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과거에 그가 살았던 곳의 주소뿐이다. 점차 지워지고 있는 그의 흔적을 찾기 위해 그가 살았던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사람과 집을 마주한다.
프로그램 노트 사내가 사라진 후, 거주 불명자의 것이 된 주민등록초본과 언젠가 그와 함께 찍은 사진만이 남았다. 흔적처럼 남은 것들은 존재에 대한 증거이자 부재를 가리키는 지표이기도 하다. <유령>은 이처럼 흔적이 품고 있는 양편의 의미를 익히 아는 이가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초본을 지도 삼아 사내가 살던 동네를 배회하는 걸음과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몸짓에 서두름이 없는 이유는 이토록 느지막한 당도에 걸어볼 만한 기대의 크기를 연출자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더듬고 흔적에 다가갈수록 존재는 불투명하게 감각되고, 생사에 대한 예감의 추 또한 죽음을 향해 기울어진다. 그렇게 어수룩한 생생함과 정제된 흐릿함으로 장면화된 현재가 잇따르다, 어떤 만남을 기점으로 카메라는 사라진 사내와의 접점에 성큼 다가선다. 꿈결 같던 현재 속에 과거의 사정과 미래의 약속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도 그때부터다. 결국 사내는 어떤 존재로 기록되고 또 기억될까.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부재를 경유해 또 다른 삶의 안녕을 묻는 <유령>의 화법이 산 자보다 유령을 부르는 의식과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함윤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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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형태 The Form of Matter
다큐멘터리|컬러|15분|2024
DIRECTOR 이성욱
‘시락’은 공연의 음성 해설 작성을 위해 배우들과 함께 연습에 참여한다.
프로그램 노트 두 존재의 층위가 겹쳐진다. 유리 수조 안에서 대사 없이 효과음에만 의지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연기자들과, 이들이 일일이 언어로 설명하여 물속 퍼포먼스에 함께 참여시키는 시각 장애인 연기자. 그러나 이런 설명은 너무 안일하다. 존재의 형태와 환경은 너무도 다양해 지금 내가 어느 층위에 존재하는 누구인지 사실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리가 사라지는 물속의 세상일 수도 있지만 유리창 벽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무음의 공기 수조 속에 떠다니고 있기도 하다. 눈과 이미지는 탐욕스럽다.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각 장애인을 클로즈업할 때 이 존재를 진정으로 포착하기를 갈망하며 다가간다. 이렇게 말하게 되는 이유는 이 진지하고 순수한 화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차들의 소음 속에 들리는 파도와 벌레와 새들의 소리에 멈춰 서서 고개를 젖혀 귀를 기울이는 그의 말들은 과연 나의 감각은 세상을 진실되게 마주하는지 의심해 보게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좀 더 귀를 열고 눈을 감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그가 말할 때 세상을 활짝 연 감각으로 껴안아야 함을 느끼며 오히려 눈을 감고 싶어진다. 그때 카메라는 그의 귀를 바라보며 온갖 소리들의 세상에 집중하는 그를 촉각 한다. (여설란) |
수상결과
| 시상내역 | 수상작 |
| 대상 | <물질형태> (2024) 이성욱 |
| 심사위원특별상 | <유령> (2025) 임지훈 |
| 최우수연기상 |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2025) 김지윤 |
| 기술창의상 |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2025) 정세명 |
| 관객심사단상 | <유령> (2025) 임지훈 |
| 부산독립영화협회상 | <벌레들> (2025) 이하람 |
제27회 부산독립영화제 포스터

제27회 부산 독립영화제 트레일러
메이드 인 부산
[경쟁1]
사이먼 SIMON
다큐멘터리|컬러|30분|2025
DIRECTOR 김진국, 이영봉
다큐멘터리 <사이먼>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레이싱 슈트를 만들어온 장인, 송영식의 이야기이다. 레이싱 슈트는 단순한 유니폼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필수 장비로, 제작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며 대한민국에서 이 작업을 맡아온 곳은 오직 '사이먼'뿐이다. 그는 대한민국 레이싱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레이싱 맞춤 슈트를 제작해 온 유일한 인물이지만, 어느새 그의 나이는 일흔을 훌쩍 넘었고, 그를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이 슈트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사이먼이 직접 제작한 레이싱 슈트를 입고 경주에 나선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작업이 어떻게 많은 이들의 꿈과 성과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프로그램 노트 소재의 유일무이함은 영화 창작자가 열렬히 탐내는 요소 중 하나다.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다. <사이먼>은 국내에 한 명뿐인 수제 레이싱 슈트 장인 '송영식'의 삶을 조명한다. 아무나 시도하지 못하는 일에 뛰어들어 ‘사이먼’을 시작한 청년의 패기가 정오의 태양처럼 눈부셨다면,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계에서 평생토록 제자리를 지킨 노년의 우직함은 황혼처럼 찬란하다. 오랜 역사를 증언하는 동료들의 음성이 장인의 건재함을 견고히 지탱하며 영화는 계속된다. 한편, 단 한 명의 후계자도 남기지 않은 송영식의 생명이 다한 뒤 지난 세대의 역사로 저물어버릴 이 모든 영광을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캄캄한 밤이 이어지리란 사실은 암울한 상상을 촉발하지만, 이는 사이먼의 이야기가 오직 송영식만의 고유함으로 영원히 빛나리란 뜻이기도 하다. 영화는 후자의 영원성에 기대를 걸어본다. 사이먼의 장래와 송영식의 장례가 교차할 어느 날, 과거를 기리고 현재를 아끼며 미래를 준비하는 오늘의 기록이 눈물 대신 웃음을 자아내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함윤정) |
선을 갈다 Replace the Strings
극영화|컬러|36분|2025
DIRECTOR 문경의
서울로 이사를 준비하던 날, 현수는 옛 연인 시현에게 "만년필을 돌려달라"는 문자를 받는다. 같은 날, 기타 줄이 끊어지고, 시현에게서 받지 못했던 것을 떠올린다.
프로그램 노트 현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무언가 사라진 자리는 또 다른 무엇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엄마의 빈자리를 모자람 없이 채워준 할머니 덕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다. 그러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현수는 전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대체가 아닌 잔여에 관하여. 할아버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건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의 기타가 무언의 답처럼 현수의 눈에 들어오고, 그때부터 현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느 날 조율이 풀린 할아버지의 기타를 들고 집을 나선 그는 연인이 될 시현을 만나는데, 다만 이것은 모두 지나간 이야기다. 현수와 시현의 관계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이미 끝난 상태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새 삶을 준비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던 그들은 한동안 의식하지 않았던 이별의 잔여를, 서로가 서로를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을 돌려주고 또 돌려받기 위해 재회한다. 그 시간 동안 두 인물은 제게 필요한 것을 다시금 상대에게서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한 몸 같던 서로를 이미 떼어낸 그들의 재결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줄이 끊어져도 기타는 기타고 잉크가 떨어져도 만년필은 만년필이듯, 그들은 오직 자신다운 모습을 되새기며 각자의 길을 떠날 뿐이다. 필요한 것을 오직 필요한 만큼만 담담히 주고받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마음을 깊이 울렸다. <선을 갈다>가 내게 남긴 것이다. (함윤정) |
몽중몽 Dream within a Dream
극영화|컬러|22분|2025
DIRECTOR 권현지
영화를 공부하러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된 감독 지망생 유 단. 출국을 앞두고 단은 푸념을 늘어놓던 엄마가 죽는 꿈을 꾼다. 엄마를 두고 떠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지만, 정작 엄마를 마주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등골이 빠졌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엄마를 위해 단은 사라진 등골을 찾아야만 한다.
프로그램 노트 나는 수풀을 헤매고, 차가운 물 속을 더듬어 무언가를 찾는다. 병원 청소일을 하며 평생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엄마가 등골이 빠져 버려 찾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등골은 어디에 있을까, 빠져 버린 곳에는 무언가가 새로 자라날 수가 있긴 할까?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려는 내게 싼 곳 찾다가 힘 빼지 말고 맘에 드는 숙소를 찾으라던 엄마는,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배경으로 프랑스 영화를 찍는 내게 엎드려 기어 다가오고 결국은 업고 물을 건너게 한다. ‘죽으면 돌아다니지도 못하냐?’며 찾아온 돌아가신 아빠는 엄마를 해체해 목욕탕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고는 네가 원하는 것 한가지는 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것은 꿈 이야기다. 이런 꿈이 불경한가? 그러나 누구도 무의식을 단죄할 수는 없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꿈>을 모티브로 했음을 오프닝 타이틀에 넌지시 표해 두고 시작했지만, 구로자와의 영화가 꿈을 형식으로 그의 예술과 역사와 세계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는 욕망과 공포로 가득한 무의식의 소리를 그 다양한 층위(layer)를 찾고 드러낸다. 그 층위들의 이미지는 다양하고 신선하고 환상적이며 끝내 깊은 물 속의 목소리를 듣는다. 공들여 만들어진 여운이 있는 영화다. (여설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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