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통합 검색

2022. 12. 23.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이하람(<기행>연출) 진행 | 김지연(영화평론가, 인디크리틱 편집장)

기행 Beyond

이하람┃극실험┃컬러┃94분┃2022┃대한민국┃15+

시놉시스   한국전쟁 당시 숲에 숨어살던 벙어리소년은 어느 날 나타난 탈영병에 의해 먹을 것을 빼앗기고 굶어 죽게된다. 그 과정에 처녀귀신을 만나 지옥을 거쳐 천국으로 인도받아 구원받게 되는 이야기의 작품.

연출의도   삶과 죽음 그리고 죄를 짓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 단 한번의 우연이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구원에 관한 이야기,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의 굴레에 관한 이야기 등을 최소한의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한 이야기, 한 권의 그림책 같이 보이려고 만든 새로운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

프로그램노트   한국요괴도감의 해석, 처녀귀신의 배회, 구슬픈 허밍으로 시작하는 불안하고 의뭉스러운 이미지들은 전형적인 고전 호러의 전개를 따를 것으로 짐작된다. 이어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들 또한 굶주린 탈영병, 벙어리 소년, 눈 먼 할머니, 병약한 동생을 돌보는 소녀, 저승 문턱에서 까딱까딱 손짓하는 하얀 소복의 귀신까지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전설 속 대표 캐릭터들을 내세운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암울한 현생의 무게와 가혹한 사연들을 뒤로 하고 영화는 전혀 예기치 못할 신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소년과 귀신이 지옥으로 떠나는 여정의 구간은 단연 가장 매혹적인 시퀀스다. 수묵 산수화 같은 아름답고 처연한 풍경들을 한없이 따라 걷다 보면, 어떤 공포와 의심도 시름과 욕망도 걷히고 무해한 본연의 존재로 돌아가는 해탈의 단계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기행>의 다소 거친 무성영화적 이미지와 순정의 상상력으로 이뤄진 이상한 세계의 향연은 어쩌면 본질적 체험을 통한 삶의 위로를 건네는 남다른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낭만 설화를 독특한 연출 스타일로 구현해낸 이색적이고 진귀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신나영)

상영 후 토크┃이하람

제가 영화를 만들게 될 줄 몰랐거든요. 요리를 20년 했었는데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맞는 것인가? 그냥 먹고 살만 하면 그것이 인생인가? 하는 심오한 생각들을 자주 했어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책이나 자료들을 뒤적거리면서 호기심을 풀고는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영화로 집중됐던 것 같아요. 첫 시나리오를 생각을 했는데 그게 돈이 많이 들겠더라고요. 이건 안 되겠다. 나중에 감독 데뷔를 해서 제작을 해보자. 생각을 하면서 현재 가진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제작을 했던 것이 <기행>이거든요. 세트라든지 디오라마 미니어처 같은 것도 직접 만들어서 해보았고 의상이나 분장 같은 경우는 배우들한테 부탁을 했었어요. 아시아 영화학교에 50평 남짓 되는 세트장이 있거든요. 그린매트가 쳐져 있는 곳인데 거기서 배우들 보고 부탁을 해서 연기도 조금 괴기하게 좀 오버스럽게도 부탁을 했었고요. 제가 가서 세트를 짓고 있는데 배우분들이 오셨거든요. 거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셔서 죄송하더라고요. 영화를 찍으러 먼 곳에서 와주신 것도 너무 감사한데 도저히 그런 노가다를 시킬 수가 없어서 2층에 올라가서 쉬고 있으면 제가 다 만들어서 부르겠다 해서 이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시나리오 쓰고 캐릭터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 2, 3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1개월 정도 각본 쓰고 조사를 하고 책을 사보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했고요. 2개월 정도는 집에서 세트 만들고 미니어처 만드느라 소요를 좀 했었고요.캐스팅이 오래 걸릴 줄 알았어요. 이름 없는 감독 영화를 찍겠다고 올 사람이 있으려나 싶어서요. 필름 메이커스라는 사이트에 공고를 하게 되었는데 웬걸 하루 만에 메일이 100통씩 와 있고 이래서 놀랐거든요. 연기에 대한 디렉팅 같은 것은 미리 전화로 한참 얘기를 드렸었던 기억이 나네요. 촬영은 4일 했습니다. 3일을 세트장에서 찍고 하루는 로케이션이었어요, 거제도에서. 원래 한 일주일 정도를 예상을 했었거든요. 먹고 사느라 그것만 할 수 없어서 배달 대행 일을 하면서 마치고 집에 가서 후반 작업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한 7~8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한국적인 판타지를 창조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영화가 보고 싶었고. 어떤 것이 있을까 찾다가 문득 떠오른 게 처녀귀신이거든요. 처녀귀신에서 출발을 해서 소년이 나오고 소년과 함께 떠나는 여정을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장면들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끝에 보면 센과 가오나시가 함께 잠깐 나오잖아요. 그 여정이 너무 따뜻하더라고요. 저런 그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아요. 처녀 귀신은 아예 얼굴이 나오지를 않잖아요. 왠지 얼굴이 나오면 더 이상할 것 같았어요. 좀더 괴기하게 보였으면 좋겠다. 거기에 맞춰 귀엽게 보였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아예 맨살이 나오지 않게끔 한복을 제작할 때도 팔이 엄청 길고 치마도 좀 길게 했거든요. 영감을 받은 작품은 데이빗 로워리의 <고스트 스토리>라는 영화에서 미국식 유령이 천을 덮어쓰고 방황을 하고 배회를 하는 그 장면을 보고서 제가 너무 그 영화를 사랑하게 됐어요-내가 보고 싶었던 유령의 영화가 드디어 나왔다! 이분이 만들어 주셨구나. 하면서-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저도 이제 처녀귀신을 그렇게 구상하게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