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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포커스 3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
With This Thou Wilt Not Perish
안건형┃다큐멘터리┃컬러┃64분┃2014┃대한민국┃15+

홍제천 상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시대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그 이름들은 인근에 있던 건물명에서 따온 것들이었는데, 그 건물들은 모두 사라졌다. 이곳에 있었던 건물들 중에는 신영상가처럼 해체된 건물도 있고, 백석동천처럼 복원을 계획 중인 곳도 있고, 세검정처럼 다시 복원된 건물도 있다. 복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다. 홍제천도 몇 해 전에 복원된 것이다. 세검정의 역사와 홍제천 부근의 역사도 복원된 것이고,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것들도 일종의 복원일지 모른다.
복원과 보존, 기록과 인용, 이미지와 텍스트, 역사연구와 역사서술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영화로 다루려고 했다.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기요시는 영화는 세계를 그리기 위한 기술이며, 영화의 카메라는 회화나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기계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카메라의 유일한 기능이 눈앞의 세계를 네모나게 오려내어 ‘존재하고 있는 것’과 ‘보는 것’ 사이의 아슬아슬함을 다루어 내는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인다. 전작을 통해서 카메라와 이 세계 사이에서 영화가 어떤 위치와 상태 그리고 성질을 지닌 채 맺음 되지 않은 물음으로 수렴하는지, 영화 만들기라는 경험을 감행한 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것을 통해 감각하고 질문해왔던 안건형. 그는 <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라는 작품에서 ‘영화로서의 책’, ‘책으로서의 영화’, ‘영화와 책’과 같이 기능으로 수식하거나 쪼개어 구분하고 분리해 내는 것이 대상을 다루는 행위 자체로부터의 이탈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는다. 이 의구심은 추상과 현실, 부재와 생동을 오가며 영화를 향한 부동의 믿음에 균열을 시도한다. 이로 인해, 이 세계는, 소멸하지 않은 채, 죽음을 향해, 끝없이, 끝없이, 추락해 갈 것이다. (오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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