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마주 앉았다. 영화의 거의 절반 가까운 분량이 이 한 번의 대화에 할애되어 있다. 하지만 전혀 느슨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두 배우의 연기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게 부딪히며 두 사람을 찍는 카메라의 움직임 역시 적절하고 힘이 있다. 오버 숄더 샷의 권력도 타당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추궁하는 질문을 던질 때 시선 방향으로 당겨온 프레이밍도 신선하며 편집의 리듬도 흠잡을 데 없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이유는 한 여배우가 촬영 준비 중이던 시나리오의 내용대로 얼굴을 테이프로 감싸고 욕조에서 자살했기 때문이다. 한 남자는 그 시나리오를 쓴 감독으로 여배우가 마지막으로 자기 연기를 스스로 찍은 셀프 테이프를 보낸 사람이며, 한 남자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형사. 대화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상대에게서 죽은 여배우와 연관된 미묘한 지점들을 확인하게 되고 대화는 긴박감을 가지고 결말의 반전으로 향한다. 이야기의 미스터리한 긴장감과, 빗소리가 깔리는 조용한 사운드와 시간의 흐름을 살짝 비튼 전반부의 세련된 편집과 무엇보다 훌륭한 두 배우의 연기가 전형적인 장르 영화의 얼개를 높은 완성도로 빛나게 한다. (여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