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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Busan 경쟁 2
은빛의 자리
Where the Silver Fades


해운대의 모래사장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있어온 풍경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노인들은 지금과 색도 질감도 다른 은빛 모래를 기억한다. 그 모래는 어느 시점에 다른 모래로 바뀌었고, 바뀌었다는 사실마저 함께 지워졌다. 영화는 이 해변을 기록해온 이미지들을 따라간다. 19세기 영국 해군의 측량 해도, 식민지 시기의 홍보 전단, 군용 항공사진, 오늘날의 관광 엽서. 이 기록들은 해운대를 점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무엇을 남길지 정해온 쪽은 언제나 외부의 세력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해운대라고 부르는 풍경은 그 선택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다.
해운대는 내 고향이다. 나는 높은 마천루가 둘러싼 해운대의 모습이 익숙하다. 그러나 이곳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해운대는 낯선 지명과 사라진 목가적인 풍경으로 가득해서, 내가 아는 풍경과는 쉽게 포개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단단한 지형의 형태를 매개로 삼아 이 단절된 시공간을 잇는다. 지도나 사진에 남아 있는 지형을 현재의 좌표와 정밀하게 겹쳐보며, 잊힌 기억들과 흔적들을 그 위에 다시 놓는다. 그리하여 과거의 기록들이 어떤 목적 아래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워왔는지를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