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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Busan 경쟁 2
한 번만 더
Just one more time

꼭 한번 보고 싶은 순간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실. 그곳에서 희윤은 대본을 쓰고, 지아는 연기를 한다.
지나간 것에는 늘 미련이 남는다. 이는 우리가 계속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속 잔여물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쉽게 잊으라 말하지만, 무시된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쌓여간다.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하면 안 되는데 해버린, 그리고 해야 하는, 말 혹은 일들. 무엇이건 과거형으로 남기지 못하고 지속되는 것들도 현재의 나를 이룬다. <한 번만 더>의 인물들, 그리고 우리는 그 미완의 시간을 살아가는 범속한 존재들이다. 영화에는 말이나 이미지가 흐르지 않는 순간이 없는데, 말과 글, 이미지들은 표면일 뿐 심연을 헤아리는 건 우리가 할 일이겠다. 얼마 간은 꾸며내고 또 얼마간은 사실일 말들, 영화가 그렇듯이. 이를테면 지아의 발화는 종종 희윤이 쓴 대본을 읽는 건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인지 그저 상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대화도 사담, 상담, 역할극의 경계를 오가고는 한다. 설명적인 숏을 배제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상담자와 내담자의 위치, 또는 발언의 주체를 바꾸면서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선택한 결과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 오버 더 숄더 숏 대신에 얼굴과 얼굴의 클로즈업으로 연쇄되는 숏들이 자아내는 리듬도 좋다고 말해야겠다. 영화는 인물의 기억과 생각,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 다시 말해 말과 이야기로 쌓아올린 세계다. 평범한 상담실은 돌아올 수 없는 시간, 혹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시간이 펼쳐지며 시공을 초월한 공간처럼 보이고,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는 쓸쓸한 버스 정류장, 도시의 밤이 주는 정취가 아름답다는 것도 말해야한다. 스스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영화를 긴 문장으로 좇는 이 아이러니도 영화를 사랑하는 법들 중에 하나일 테니까.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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