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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투 로컬 1

숨소리와 속삭임

 Breathing and Whispering

전준혁┃실험영화┃컬러┃18분┃2025┃대한민국┃15+

시놉시스 Synopsis

모든 개체들에게 보이는 것이 다른 이유는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다르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신호는 미세한 감각의 연결통로를 통해 전달되고 우리가 주고받은 신호들은 은밀하게 서로에게 연결의 틈을 열어젖힌다. 우리는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짐이다. 우리는 존재의 흐릿한 경계를 채운다. 우리는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관계를 꿈꾼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숨을 쉰다, 속삭인다.

연출의도 Directing Intention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우리에게 가려져 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의 뿌리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있다. 여기 사물의 본질은 여기에서 이해할 수 없다. 자라나는 모든 것은 오직 다른 세상과 신비롭게 접촉하고 있다는 느낌에 의존해 살아간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조시마 수사의 말은 제주도의 곶자왈에서 수없이 많은 존재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내가 느꼈던 경외를 아름답게 묘사한 문장들이었다. 고사리와 종가시나무, 붓순나무, 부러진 나뭇가지에 자라난 온갖 종류의 버섯들, 균근 곰팡이와 이끼들이 부산스럽게 속삭이는 듯했다. 곶자왈의 생명들은 서로 한없이 얽혀 있고 의존하며 또는 경쟁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곳의 풍경을 한 편의 시로 그려내 보고자 했다.

프로그램 노트 Program Notes

영화관은 어두운 곳에 앉아 밝은 곳을 보는 곳이다. 우리가 보는 이 영화의 장소도 그런 곳이다. 어두운 숲에서 어떤 존재가 움직이며 무언가를 지켜본다. 어떤 존재의 시점으로 가까이 있는 생명들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빛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멀리 있는 생명들이 빛을 받으며 우리들의 시선을 가져간다. 만약 이 시선의 권력을 뒤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떤 존재의 시점 혹은 서있는 위치를 바꾸면 가능한 것일까. 즉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넘어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바라본다면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밝은 날 어두운 터널 혹은 어두운 동굴 앞에 섰을 때의 그 호기심처럼 그 시선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시선의 권력이 넘어간다고 해도 과연 그 속으로 쉽게 들어갈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와 우리는 어두운 곳에 앉아 밝은 곳을 보고 있다. 우리는 스크린 뒤에서 영화를 볼 수 없다. 스크린 뒤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어두운 곳에 앉아 빛이 나오는 부분을 유심히 관찰할 뿐이다. (박천현)

감독 Director

전준혁
zudasblue@gmail.com

Filmography

<층> (2011)
<간섭> (2012)
<서피스> (2013)
<글라이더> (2014)
<트랜슬레이터> (2015)
<버려진 꽃> (2017)
<잔광> (2020)
<시간이 되돌리는 시간> (2021)
<내 집에 살던 당신에게> (2023)
<숨소리와 속삭임>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