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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가능성은 불확실함의 또 다른 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건 불안함이 따르는 일입니다. 마무리와 시작이 겹치는 2월, 각자의 방식으로 어떤 시작을 마주하려는 세 편의 단편영화를 소개합니다. 이들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이어지는 반응이란, 작게는 인물들의 감정이나 태도일 수도 있고 그들이 몸담은 공간, 더 나아가 사회와 시대에 흐르는 공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 종류를 가늠해보면서 진지한 공감과 동조를 보내는가 하면, 예측을 거부하는 재기발랄함, 그에 깃든 영화에 대한 마음을 발견해 웃음 지을 수도 있습니다. 저마다에게 인상적인 순간은 다르겠지만, 봄은 아직 이르고, 우리는 영화와 함께 조금 더 힘을 내보려 합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Gavi
시놉시스 호텔 청소부인 '가비'는 어느 날 303호 방을 청소하다 팔찌를 줍는다.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 가비는 팔찌의 주인인 '로페즈'와 대면하게 되고 이후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프로그램노트 보육원 출신인 가비는 호텔에 기거하며 객실 담당으로 일한다. 낯선 방문객들이 남긴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때로는 감추며 언제나 무결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협박과 무시를 일삼는 사장에게 반항하거나 대드는 법 없이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한편 가비는 줄곧 엄마의 소재를 찾고자 하지만 마음같이 쉽지 않고, 함께 일하는 페드로가 호텔을 뜰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며 그를 부추기지만 좀처럼 결정하기를 주저한다. 어제와 오늘이 별반 다르지 않은 날들의 연속.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상황 속에 메여 있는 가비의 눈은 꺼내 못한 말들이 가라앉은 채 조용히 일렁인다. 어느 날, 분실물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한 객실에 머무는 여자와 가까워지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가비. 오지 않는 애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그는 그녀와 비밀을 공유하면서 점차 선의와 호의의 경계를 오간다. 개방적이면서 동시에 사적영역으로 변모하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갖는 장소성은 극의 서사와 호응하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낸다. 항상 한 발 비켜선 채 상황을 주시하는 차분한 시선과 기약 없는 기다림을 버티고 선 이의 뒷모습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이남영)

오프사이드! Offside!
시놉시스 홍석과 재욱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홍석과 재욱은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이야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소연을 만난다.
프로그램노트 <오프사이드!>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각 서사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미장아빔으로 경계와 흐름을 은근히 흐트러뜨려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데서 흥미를 일으킨다. 영화, 현장, 인물의 관계, 혹은 카메라의 앞과 뒤, 내화면과 외화면… 영화는 이들을 두루 활용해 현실과 허구 사이를 능청스럽게 오간다. 이 과정에서 쿨레쇼프 효과와 무성영화의 중간 자막은 기존의 용도를 벗어나 유쾌하게 비틀린다. 대담한 B급 감성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영화가 건네는 농담의 방식, 그것을 구축한 태도의 기반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 함께 자리해 있다는 것을 안다. (김지연)

드라이버 Driver
시놉시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실습생 신분으로 취업을 하게 된 19살 지훈은 자신의 상사인 우석과 함께 무면허 운전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모든 것이 낯설어 두렵기도 할 사회초년생에게 세상은 별로 다정하지 않다. 생활에 찌든 상사는 일을 대충 하려고 하고 거래처로부터는 무례한 언사를 듣기도 한다. 그래도 이들은 함께 일하는 동안 유대감이 싹트고 세상이라는 정글을 치열하게 헤쳐간다. 처음이란 이유로 바늘방석 같은 마음, 그래도 내 몫을 하고 싶어 조심조심 애쓰는 마음. 그것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이 영화의 온기를 가만히 느끼다 보면, 누구에게나 있었을 처음의 순간을 떠올리며 세상에 첫발을 딛는 이들과 생활로 분투하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어진다.
잘 찍고 싶어서 여러 선배들한테 조언을 들었는데 선배 중에 한 분이 주인공을 만들고 주인공이랑 대화를 좀 많이 해보라고 했어요. 그 주인공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아야 되니까요. 그래서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하고 저 캐릭터를 만들어서 얘기를 쭉 진지하게 해보고 있었는데요. 이 사람(캐릭터)이랑 나랑 좋아하는 사람이 같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근데 내가 만들어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무서운 느낌을 받고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그런 생각에서 출발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때 저는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하라는 공부 열심히 하고. 그러다보니 공부가 하기 싫더라고요. 학과 이름이 예술문화영상학과인데, 예술, 문화, 영상. (커리큘럼에) 공부가 하나도 없을 것 같아서 홍보영상 같은 걸 보니까 서예를 하고 무용 같은 것도 하고… 그래, 좋다! 하고 들어갔습니다. 근데 이제 그런 수업이 없어졌더라고요. 우리 과는 영화를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저는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아, 그러면은 만들어야죠… 하고 배운 걸 토대로 이제 열심히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제일 제가 재미있게 시나리오가 술술 써졌던 건 두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이 살아있다”, 거기 영화를 쓸 때는 되게 막힘없이 나왔어요. 저는 컷을 끊어 가기보다는 길게 롱 테이크처럼 찍는 게 좋고, 그리고 호흡도 긴 거를 좋아하는구나. 그런 걸 느꼈고요. 오늘 상영 보면서는 되게 지루하네 하고 그 생각에 좀 변화가 있지 않나 해요. (……) 왓챠피디아에서 ‘오프사이드’ 치면 제 영화가 나오거든요. 근데 거기에 제 친구들만 별점을 남겨서 별점이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좀 신랄한 비판, 피드백, 이런 거를 좀 남겨주시면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운전장면을 촬영하는 게 진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영화를 찍는 시네마 카메라가 엄청 크고 무겁잖아요. 그걸 차에 다는 것 자체도 문제여서 미러리스 카메라 정도의 작은 크기인 FX30이라는 카메라를 자동차 본넷에 석션 컵이라든지 이런 걸로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속 주행은 힘든 상황이었어요. 영화에서 사고 나기 전 주행 장면 경우 실제 주행 속도는 굉장히 느리거든요. 브레이크에 발만 뗀 수준이었지만, 속도감을 주려고 조명 이펙트를 구상 해서 촬영을 했는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 촬영 감독이 저쪽에 앉아 있는데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일단 장소 섭외가 굉장히 힘들었던 영화고요. 자전적인 이야기라서 그런지 장소와 소품들을 더 신경 써야 되겠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피디를 맡은 친구한테 야, 공장을 (촬영하게) 좀 구해보라고 했는데. 이게 너무 쉽지가 않은 거예요. 거절을 하고 돈을 더 많이 요구를 하고 이런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지금 영화의 공장을 알게 돼서 좀 찍어도 되겠냐고 했는데요. 흔쾌히 사장님이 허락을 해 주신 거예요. 나머지 장소가 공장에서 멀리 있으면 아무래도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드니까 그 주변을 찾아야 되겠다고 해서, 편의점이나 이런 곳들도 다 공장 주변에서 찾아서 찍었습니다.
제가 (이서한 배우님께는) 따로 연락을 드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해 주셨더라고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될까요. (......) 서석규 배우님 경우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해야 할 일> 보고 알게 됐는데 인스타그램으로 냅다 시나리오를 드리면서 제가 이 영화 봤는데 너무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했는데 감사하게도 하겠다고 해주시고 또 정말 열정적으로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스태프 구성할 때도 저희 촬영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이거 읽어봐라, 좋다, 한번 같이 하자... 이런 식으로 해서 저는 주변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