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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4. 25.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오승진(<빛과 열: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연출) 정시연(<49재>연출) 김종한(<겨울 숲을 혼자 걸어간다>연출) 진행 | 이신희(영화감독)
각자의 궤도를 따라

당신이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의 기저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든 이들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4월의 "로컬 픽, 시간과 빛"은 다섯 편의 단편영화를 소개합니다. 이들은 누군가의 행적을 따르기도 하고, 흘러간 시간을 더듬어 보기도 하며, 낯설어진 공간을 응시하거나, 때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배경이 부산이라는 것 말고는 이들에게서 뚜렷한 공통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대상들이 그들 각자의 궤도를 일부 열어 보여줄 뿐.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떠오른 생각. 어쩌면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아직 사람을, 공간을, 이 세상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빛과 열: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Light and Heat: UN Peace Road, Nam-gu, Busan

오승진┃다큐멘터리┃컬러┃23분┃2024┃대한민국┃15+

시놉시스   한 남자가 유엔평화로를 걸어간다. 만화도 그린다.

연출의도   만화가 남정훈의 부산지역 드로잉 연작은 어느새 공적인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작업물은 이미 기록물로서 온전하게 그 기능을 해내고 있으며, 그 속에 더해진 만화적 상상력은 무엇이든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오리지널로 자리매김하는데 손색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즐기고 있는 그의 기록의 여정을 소명이라고 까지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쉴 새 없이 펜을 놀리는 그의 옆모습은 점점 더 거룩해져 가고 있음은 분명했다. 밖에서 안으로, 차분하게 가라앉듯 그의 몸에 와닿는 외부의 순간들. 잠시 일체감을 이루었다가 다시 자신만의 호흡으로 변용하는 그의 찰나를 기록하고 싶었다. (이하 생략)

프로그램노트   영화는 ‘빛과 열’이라는 주제로 부산 지역의 물성을 탐구하고 있는 오승진의 신작이다. 연작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신원이 명확한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과 그의 개인사가 얼마간 드러난다는 점에서, 완연한 에세이 필름에 가까웠던 지난 작품들에 비해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화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부산의 만화가 남정훈으로, 주로 피란수도 부산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다. 피란수도의 흔적을 좇는 남정훈의 드로잉과 카메라로 유엔평화로를 포착하는 오승진의 숏은 양자가 서로 매개하며 이 공간의 빛과 열을 드러내고 있다. 유엔평화로라는 독특한 역사와 이름을 가진 공간의 이미지가 서로 다른 예술 장르를 경유한 뒤 스크린 위에 중첩될 때, 관객은 전쟁터가 되는 것은 피했으나, 전쟁이 남긴 혼란은 뚜렷이 새겨진 부산이라는 지역의 낯섦을 체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성동욱)

구구맨 99Man

오나연┃다큐멘터리┃혼합┃14분┃2024┃대한민국┃15+

시놉시스   해운대 바닷가에서 비둘기를 다스리는 김현태 씨가 있다. 그는 매일 오후 해운대 바닷가에 나와 비둘기와 교감을 시도한다. 비둘기와 함께하는 행위에 행인들은 그를 신기해하며 구경하거나 웃는다. 하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진 모르고 지나간다. 그는 왜 매일 비둘기를 밖에서 날리고 있는 걸까? 그에게 비둘기는 어떤 존재일까? 그를 기록하면서 길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던 타인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한다.

연출의도   종종 길을 걷다가 독특한 사람들을 목격하곤 했다. 사람들은 잠깐 서서 그들을 구경하곤 의문스러워하거나 웃어넘긴다. 나는 그 독특한 인물들이 어떠한 사람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고 길에서 처음 본 비둘기 아저씨에게 출연 제의를 하여 숏 다큐를 찍게 되었다. 이 영상을 통해 한 인물을 판단하지 않고 보여줘서 관객에게 그의 일상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일상에서 느끼는 소중함을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프로그램노트   해운대 백사장에서 비둘기와 교감하는 중년의 남성을 본 적 있는가. <구구맨>은 일명 ‘비둘기 아저씨’라 불리는 인물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미스터리 추적물이자, 쉽게 지나칠 법한 우리의 이웃 ‘김현태’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을 뽐낸다. 영화는 방송 포맷에서 흔히 쓰이는 전문가의 자문부터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왓츠 인 마이 백’까지 갖은 영상물의 형식을 자유롭게 횡단하며 차용하는데, 그 재치에 스스로 잡아먹히지 않고 본연의 주제를 관통하는 연출이 탁월하다. 평범함과 비범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의 개성을 보존하면서도 자칫 김이 빠질 수 있는 대목에서 재차 입체감을 더하는 대목 역시 인상적이다. 더욱이 인물의 과거와 현재와 꿈을 유려하게 꿰는 와중 연출자와 출연자 사이 소소한 유대까지 담아낸 이 다큐멘터리가 고작 13분 짜리 단편이란 사실이 믿어질지 모르겠다. 소재와 접근과 형식 모두 유독 별난데, 이토록 별난 개성 가운데 미운 구석 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은 흔치 않다. (함윤정)

부산 소네트 BUSAN SONNET

정은섭┃실험영화┃컬러┃14분┃2024┃대한민국┃15+

시놉시스   콘크리트 유토피아, 엑소더스, 게토, 구원.

프로그램노트   《부산소네트》는 묵직하고도 차가운 시선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의 현실을 응시한다. 견고하게 세를 넓혀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빌딩숲은 도시의 새로운 경계가 되고, 그 바깥에 남은 삶의 터전은 머지않아 흔적조차 사라질 것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청년 인구와 급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가는 도시의 그림자는 유독 짙다. 영화 속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면을 채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뉴스의 목소리는 금세 흩어져 콘크리트 벽에 부딪힌 메아리처럼 공허하다. 통계 수치나 정제된 언어로 미처 포착되지 않는 부산의 민낯을 카메라는 담담히 드러낸다. 쉽게 제어할 수 없어보이는 변화의 끝에서 이 도시에 필요한 ‘구원’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남영)

49재 49-Day Ceremony

정시연┃다큐멘터리┃흑백┃13분┃2024┃대한민국┃15+

시놉시스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49일이 지났다. 시연의 가족은 외할아버지의 집에 모여 제사를 준비하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연출의도   죽음은 우리의 삶 가장 가까이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은 일생에서 단 한 번 뿐이라 익숙해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나는 죽음 이후 남겨진 자들이 죽음을 대하는 방법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내어 외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었다.

프로그램노트   소중한 이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 남겨진 가족들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제사에 필요한 음식과 도구를 챙기고, 납골함을 정성껏 장식하고,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절을 올린다. 그리고 돌아온 집에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의논의 장을 펼친다. 물건은 대부분 버려지지만, 이것이 고인 생전의 필요에 대한 평가절하가 아님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아쉬움을 떨치려 모두가 온 힘을 다한 하루, 의례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자꾸만 분주해지는 몸짓들. 이것이 <49재>의 전부이고, 이런 영화를 닮아 죽음 이전의 삶과 오랜 사연은 덧없이 생략된다. 그런 한편, 이러한 풍경 속에 온전히 섞이지 않는 두 이미지가 눈에 밟힌다. 하나는 누구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가 죽음이란 사건 앞에서도 잃지 않는 천진한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 가운데 모든 것을 멀찍이 바라보는 노인의 짐짓 어색한 시선이다. 충격과 통곡으로 얼룩진 장면 없이, 일견 공백처럼 흘러가는 두 시간의 대비가 남기는 여운이 옅지 않다. 무엇보다 하루 끝자락에 홀로 남은 육체의 형상이 그 위로 내려앉은 어둠만큼 적적하다. (함윤정)

겨울 숲을 혼자 걸어간다 I walk alone through the winter forest.

김종한┃실험영화┃컬러┃15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 전세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종한. 변하지 않은 집들과 어린 시절 아이들과 놀던 공터. 그 시절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연출의도   누구나 어린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 변하지 않은 집들과 오래된 골목은 누군가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준다.

프로그램노트   한 남자가 동네를 걸어 다닌다. 노란색 옷을 입은 남자의 목적은 집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집을 구하려는 강력한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익숙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예전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이러한 행동은 현재의 집을 구하기보단 과거의 집을 구하려는 기행처럼 보인다. 동네에는 방지턱, 간판, 포크레인 등 수많은 노란색 물체들이 존재한다. 남자가 입은 노란색 옷은 어느 새 도시의 노란색 물체들과 동일시된다. 화면에 남자가 등장하지 않아도 노란색 물체들은 남자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그 남자가 없어도 도시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남자는 그러한 역할을 도시에게 건네줄 마음이 없다. 남자는 이미 떠난 사람들과는 달리 이 동네를 벗어날 마음이 없다. (김종한)

상영 후 토크┃오승진

남정훈 작가님은 부산의 모습을 혼자 그려오다가 데이터가 축적 되고부터는 부산시에서 피란 유산과 관련된 기록물로서 전시를 하자는 제안을 받으셨더라고요. 재미로 하던 일이 어느 순간 공적인 일이 된 거죠. 피란 유산에 UN 기념공원이 포함 되는데, 공적인 자료로 그려야 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 사적인 영역이기도 하셨어요.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있으신 걸 제가 따라다니며 촬영을 하게 됐습니다.


저도 혼자서 아카이빙 작업을 계속 해왔는데요. 어느 순간 혼자 다 할 수 있게 되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결과물이 영화인지 뭔지는 모르겠어요.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만들었는데, 그걸 사람들이랑 공유할 수 있는 곳도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작년에 부산독립영화협회에서 ‘레지던시 인 부산’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김종한 감독님도 알게 되고,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 이게 처음 영화를 만드는 거거든요. 봐주시는 분들의 관심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상영 후 토크┃정시연

원래도 할아버지를 찍고 싶다는 마음은 컸는데요. 촬영 전과 후 제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아요. 처음엔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제일 가까운 사람이고 같은 집에서 생활 하셨으니까 할머니가 안 계신 빈 집에서 어떻게 혼자 살고 계실까 궁금했어요. 할아버지도 내심 슬퍼하고 계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 했는데, 막상 캠코더를 들고 가서 한 며칠 같이 지내면서 보니까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내시고 밥도 잘 해 드시고 운동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담담한 모습, 꿋꿋한 모습을 제가 닮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혼자 작업을 해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사실 협업은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어도 이미 벌여놓은 게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끝까지 밀고 가게 되는데요. 이번 작품은 자전적인 내용이기도 하고, 시작에서부터도 이건 꼭 찍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거를 꼭 찍어야겠다는 그 생각을 잡고 나아갔어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땐 저한테 있어서 미지의 것, 너무 숭고해서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해요. 이걸 어떻게든 끝내야 거기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 같아요.

상영 후 토크┃김종한

돈이 없어 섭외를 하기도 좀 그래서 고민했어요. 그래서 혼자 찍자, 찍는데 멀리 가지 말자, 차비도 많이 들고 이러니까. 그래서 집 근처를 아래 위로 움직이면서 찍었습니다. 가능하면 영도라는 느낌이 안 들도록 바다가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찍는 걸로 결정했어요. 멀리 가는 것보다는 가까운 데서 편하게 밥 먹다가 올라가서 한번 찍는 식이어서 거의 하루 만에 찍었고요. 찍고 나서 이제 좀 부족한 거 있으면 다시 보충하러 가고요. 물 마시는 장면이 필요할 것 같으면 다시 올라가 가지고 물 마시면서 찍고. 거의 뭐 날로 따진다면 하루에 거의 다 찍고 한 2, 3일정도 보충 촬영했습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게 그림 그리듯이-혼자 그리는 그림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있지만- 스스로 만족해 가는 일종의 취미 생활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낚시 가더라도 돈 많이 들죠. 배도 빌려야 되고, 낚싯대도 좋은 거 사야 되고. 저도 카메라 한 대 싼 거 하나, 그리고 노트북 하나. 이 두 개만 있더라도 충분히 마음만 있고 겁이 없다면 계속 찍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영화제에 떨어지면 어때요. 또 만들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