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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6. 28.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박천현(<메이 앤 준>, <배우님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바이킹> 연출) 진행 | 오민욱(영화감독)
작은 기적과 용기

여섯 번째 ‘로컬픽, 시간과 빛’에서는 박천현 감독이 2023년에 발표한 세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박천현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을 나열하면, 우리에게 사소함으로 말을 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역 독립영화의 제작 규모와 환경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당연시되는 영화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천현은 이 평범한 스침을 통해,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의 감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무언갈 쓰거나 배역을 연기하는 일은 행위가 진행됨과 동시에 그 행위 자체는 투명해져서 결과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점과 고유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공동의 정서를 갖습니다. 스치는 조각에 불과하겠지만 박천현이 그리는 상황 속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음료나 식사 등은 제조하는 행위와 철저하게 분리되어 그려지기도 합니다. 경로와 목적지가 의도적으로 어긋나 보이는 박천현의 연상 속에서, 영화를 이루는 요소들은 서로 교환을 멈추지 않습니다. 비, 바람, 볕이 교환될 때야 비로소 생명을 얻는 식물처럼, 늘 화면 어딘가에 등장하는 신중한 정물들은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작은 기적과 용기로 답을 건네곤 합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메이 앤 준 May and June

박천현┃극영화┃혼합┃35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승길과 윤진은 결혼을 앞둔 무명 배우다. 둘은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단편영화를 찍고 배우의 꿈을 접기로 한다.

연출의도   삶은 영화가 되고, 영화는 다시 삶이 된다.

프로그램노트   영화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만을 살 수는 없다. 영화는 반드시 삶, 혹은 현실과 이어진다. 윤진(설찬미)과 승길(신진영)은 배우지만, 그들에게 기회가 좀체 주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연기 영상도 찍고, 더 나아가 영화를 제작해본다. 그들은 연출자와 PD로 일하는 동시에 이를 배역 삼아 연기를 했다. 그래서 둘의 영화제작과정은 연기워크샵이기도 하다. '메이 앤 준'은 두 사람이 만드는 영화와 현실 사이에 형성되는 여러 겹들을 능숙하게 엮어내 매력적인 드라마가 된다. 그런데 거기에 작동하는 소박하고도 강력한 전제에 나는 더 시선이 머문다. 역량의 한계, 현재도 미래도 알 수 없는 불안 앞에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 말이다. 김규항은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에서 사람에게 유일하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경로는 사랑이라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확신할 때 어지간히 고단한 삶속에서도 행복하다고 썼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행복할 것이다. 그들이 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김지연)

배우님은 무슨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Who's the actor?

박천현┃극영화┃혼합┃28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배우인 길호와 민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정해 매달 유튜브 영상으로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배우인 유정과 세완을 만나게 되고 길호는 둘 사이에서 각각 다른 연기를 하게 된다.

연출의도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프로그램노트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선택을 안 해, 선택을!”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물체들, 푸념 섞인 목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화면이 이내 밝히는 곳은 어느 오디션 장이다. 자신을 향한 관계자들의 무관심, 그로부터 오는 모멸감을 견디며 준비한 연기를 이어나가는 배우의 얼굴은 결국 평정심을 잃고 일그러져간다. 이는 배우인 길호(전두식)가 동료와 함께 기획하고 연기하며 만든 영화의 한 장면임이 곧 드러난다. 직접 만든 영화 안에서 길호가 맡은 배역은 연기하는 사람, 배우다.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연기하는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바라볼 시간을 갖게 되는 길호.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낯설어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듯 하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일은 배우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 운명에서 벗어나보겠다는 투지로 시작했을 행위가 거듭될수록 길호는 본연의 자신과 가상의 배역의 경계에 놓이는 경험을 한다. 길호가 연기한 인물은 누구일까? 답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거기에 다만 우리는 모든 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전부 다 알지 못하면서도 매 순간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을 뿐이다. (이남영)

바이킹 Viking

박천현┃극영화┃컬러┃33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민찬은 우연히 옛 연인인 혜경의 이별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혜경과 잠깐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연출의도   영원할 것 같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다시 힘을 내서 걸어가는 사람들.

프로그램노트   바이킹은 한자리에서 똑같은 구간을 오가는 놀이기구이지만 높이가 올라가면서 점차 감정이 고조되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 감정이 해소되며 멈춘다. 영원히 바이킹이 작동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끝은 분명 존재하고 결국 우리는 내려 익숙한 길을 걸어 나가야 한다. 주인공 민찬(전두식)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그는 우연히 옛 연인 혜경(안주리)과 마주하게 되고 지금껏 하지 못했던 대화를 위해 길을 나선다. 그들은 마치 바이킹을 탄 듯 서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만 결국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함을 안다. 촬영을 주로 해왔던 박천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본인이 직접 촬영을 하였는데, 그가 가진 감각적인 컷 구성과 뛰어난 영상미 엿볼 수 있다. 평상시엔 카페 알바를 하며 자신의 글을 쓰는 민찬의 일상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혜경의 환상 장면은 평이했던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게 되고 그것이 영화의 다채로움으로 이어진다. 바이킹 운행은 끝났지만 민찬이 고민 끝에 쓰기 시작한 글과 그의 미소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하게 될 것이다. (김민근)

상영 후 토크┃박천현

요즘 저의 화두 같은 거는 자유로움이거든요. 제가 연출을 하고 제가 촬영을 하는 그 행위 자체가 자유로운 것 같아요. 보통의 영화 작업은 소통을 해야 되잖아요. 감독이면 촬영 감독과 소통을 해야 되고. 근데 제가 촬영 일을 하기 때문에 한번에 그 두 가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것이 자유로움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작품을 하고 있고요. <바이킹>은 제가 찍은 사진들 아니면 공간들, 그런 것들에서 많이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평소에 좋아하는 구도들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 하거든요. 사진이 있거나 공간이 있으면 여기에 인물을 두면 좋겠다, 뭐 그런 식의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그런 것들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 <바이킹>이고 다른 작품에서는 더 마음 가는 대로,뭐 덜어낸다면 좀 덜어내고 그러면서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바이킹>에선 오히려 어떤 구도 같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고 나머지 두 작품은 그 순간에 한번 집중을 해보자, 그렇게 작업 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인물들을 많이 맞췄던 것 같은데 요새는 최대한 그렇게 안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데 뭔가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어떤 인물들을 넣으면 진짜 같지 않은 느낌이 좀 들어서 최대한 그런 생각 없이 그 현장에 가서든 아니면 느껴지는 대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한다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감정에 대해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세 작품을 단기간이라면 단기간에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품을 안 한 지가 좀 됐었어요. 촬영 일로서 다른 작품들을 하고 촬영 감독으로서 일들을 하면서 나는 영화를 하고 있는데 과연 하고 있나 그런 생각들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쌓여 있다가, 감춰져 있다가 이제 이러면 안 될 것 같다, 뭔가 벗어나야겠다, 해서 기존의 어떤 시스템-시스템이라고 해봤자 제가 주변에 주변 인물들을 한번 벗어나서- 자유롭게 해보자 해서 막 제작 지원공모에도 엄청 응모해보고 그렇게 해서 운 좋게 제작 지원을 받아서 막 터지듯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허투루 했던 건 없구나, 그런 것들을 좀 느꼈고요.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득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특히나 독립영화 현장에서 한 명 한 명을 구하는 게 굉장히 힘들거든요. 근데 저는 제가 촬영을 하면 되니까 예를 들면 사운드만 구하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내가 촬영을) 그냥 하자 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