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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 26.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최준서(<파도에 맞서>연출) 노영미(<후회하지 않는 얼굴>연출) 전소영(<살이 살을 먹는다>연출) 진행 | 김지연(영화평론가, 인디크리틱 편집장)
봄이 오는 시간

새해 첫 번째 “로컬 픽, 시간과 빛”은 세 편의 단편영화가 전하는 낯설고 자유로운 힘과 함께합니다. 그들은 삶의 불확실함, 불안, 고독 앞에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습니다.


<파도에 맞서>는 청춘이기에 가능한 경로를 탐색하는 한편의 보고서입니다. 뜨거운 여름, 햇빛, 바다, 자전거 여행, 세 친구. 영화가 길 위에서 만나는 건 새로운 풍경과 낯선 사람들만이 아니라 인물들 그 자신까지도 포함합니다. 원대하지 않아도 명랑한 그들의 여정은 솔직하고 건강하기에 아름답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인물과 관계를 침착하게 관찰하는 영화입니다. 그 내면이 환히 들여다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헤아려진다면, 거기에서 배우의 기여도를 제외하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고요한 얼굴 위에 떠오른 무너진 마음, 지금을 똑바로 바라보려는 의지, 그대로 주저앉지 않겠다는 단정한 결심… 그런가 하면 우리는 <살이 살을 먹는다>에서 영화가 된 일상의 세계를 통해 매혹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한가로운 동네의 풍경 안에 그려 넣은 떠나간 사람, 떠나려는 사람, 머무르는 사람, 혹은 시시한 추억, 달리기, 낙서와 강아지, 소일거리와 지나간 유행가가 자아내는 정취 앞에 서성이며 우리는 삶을 조금 더 쓸쓸해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주는 무수한 질문을 껴안고 피워낸 세 편의 영화를 '봄이 오는 시간'이라고 명명하며, 우리 번민의 끝에도 흐드러진 꽃이 피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파도에 맞서 Against the Tides

최준서┃다큐멘터리┃컬러┃15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준서, 윤아, 준우는 청춘이라면 무조건 떠올리는, 진부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동해안 종주를 소재로 자전거 여행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다. 출발 전까지 이 여정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달리기 시작한다. 목표 없는 소모적인 페달 밟기는 그들을 지치게 했지만, 각자 한계를 마주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연출의도   대학생인 우리에게 학교는 세상의 전부였다. 우물 안에서 좁은 하늘만 바라보던 우리는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뎌 보고 싶었다. 그 시작으로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을 가로지르며 이 작은 시작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프로그램노트   청춘들이 할 법한 고민과 꿈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파도에 맞서>는 어찌 보면 진부한 소재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준서, 이윤아, 강준우가 동해안 종주를 위해 자전거 페달을 돌리자, 이 진부한 소재는 재기 발랄함과 뜨거운 열정을 확인하는 동력으로 자리한다. 처음에는 목표를 찾지 못하는 듯 자전거 페달을 밟기에 급급했던 그들은 금방 지치고 만다. 하지만 한계 앞에서 청춘은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힘들 땐 쉴 줄 알고 멈출 줄 안다.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을 달리는 인물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듯 시원한 바람이 전해지는 것 같다. 모처럼 청량한 청춘 다큐다. (김필남)

후회하지 않는 얼굴 A Face Without Regrets

노영미┃극영화┃컬러┃25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인하와 희영의 작업실에 초대받은 재경은,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재경은 인하로부터, 남편과 자신의 친구인 선우가 오래전부터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연출의도   망설임과 충동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지하련의 1940년대 초반의 소설 세 편 <결별>, <가을>, <산길>을 각색하여 만든 이야기이다.

프로그램노트   ‘후회하지 않는 얼굴’이란 도대체 어떤 생김새의 얼굴을 말하는 것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유독 제목이 마음에 걸려 그것에 대해 한참 곱씹어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 내 인물들의 얼굴을 가만히 떠올려보기도 한다. 주인공 재경(강진아), 그의 남편 철우(이승현), 철우와 바람을 피운 선우(주인영), 재경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는 동료 언니(홍승이), 재경의 곁에 불쑥 등장하는 희영(김니나)까지. 한편으로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염치 없이 태연한 얼굴’처럼 보인다. 외도 사실이 발각되고도 뻔뻔한 태세로 변명하는 철우나, 도리어 자신의 억울함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선우, 그것도 몰랐냐는 식으로 당당하게 외도 사실을 전하는 동료 언니의 모습을 보라. 그들의 얼굴에는 그럴 자격 없는 이기적인 태도가 한가득 서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멀쩡한 얼굴’이 지닌 힘은 실로 강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잃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그들 앞에 선 재경은 마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갈피를 잃은 망자인 것처럼 보인다. 과연 재경은 ‘어떤 얼굴’로 그들 앞에 서고 싶은 걸까. 영화의 후반부, 재경은 미스테리한 여인 희영과 가까이 대면하고 있다. 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처음 드러나는 재경의 ‘분명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얼굴에 담겨 있는 것들을 모호하게나마 가늠해 보면서. 후회, 후회 없는, 욕망, 동경, 기만, 원망, 달관, 희망, 신비, 초연함 등등. (윤지혜)

살이 살을 먹는다 Laid-back Town

전소영┃극영화┃컬러┃29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지와는 오랜만에 고향 집에 돌아와 잠만 잔다. 잠에서 깬 지와는 예전에 함께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민식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연출의도   권태로운 삶에 빠진 청년의 이야기.

프로그램노트   어느 시골마을. 낡은 집 안에서 잠을 자는 ‘지와’(유영우)와 일기를 쓰는 그녀의 언니 ‘공가’(나애진). 그곳을 채우고 있는 겨울바람 소리와 은은한 조명. 영화의 첫 도입부이다. 잠만 자는 정적인 모습인 지와와 일기를 쓰며 삶은 계란을 먹는 상대적으로 동적인 공가의 모습에서 둘의 온도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또한 곰팡이가 핀 벽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향을 벗어나지 않고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곰팡이가 끊임없이 피지만 매번 벽지를 갈아야 하는 공가와 벽지를 갈아도 소용이 없다는 지와. 그렇다. 공가는 자신의 터전에서 계속 살아가려는 인물이고 지와는 그곳을 떠나려는 인물이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모습뿐만 아니라 마을에 살아가는 다른 중장년층들의 모습 그리고 외지인 ‘민식’도 비중 있게 보여준다. 그들은 이제 어디론가 떠난다기보다 정착을 해서 살아가는 인물로 비친다. 각자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생각을 병렬시켜 보여주고 옳고 그름이 아닌 각자만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감독의 태도가 느껴진다. 남아있던, 떠나던 그들 각자만의 고민과 삶의 방식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의 선택을 응원한다. (김민근)

상영 후 토크┃최준서

항상 처음이 어렵잖아요. 깃발에 '말 좀 걸어주세요' 이런 거 써서 다니는데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주신 분이 계신 거예요. 근데 그 분 말씀이 라이딩을 하면 점점 인사를 안한다는 거예요. 그게 처음에는 어떤 의미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저희도 이제 마무리될 때쯤 오니까 힘들고 지치고 웃음기가 사라지고. 이제 얘기 그만하고 집에 가고 싶은데 그런 생각도 들었죠. 종주하면서 한 8, 9명 정도 만났는데 (...) 제주도에 계시던 분인데 부산부터 포항, 속초까지 걸어서 올라가고 계신다고 했어요. 특이한 게, 그 분은 걷다가 힘들면 집으로 가신대요. 며칠 쉬다가 다시 그 지점에 가서 다시 걷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 점이 재밌었는데 작품을 15분 내로 만들어야 해서 빼게 되었습니다.

상영 후 토크┃노영미

여름이라는 계절을 선택한 건 산의 모습 때문이에요. 재경(강진아)이 산에 도착해 깨달음 같은 걸 얻는데 그 산에서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져야 됐어요. 재경의 위치 변화에 따라서 빛의 밝기도 좀 다르게 하려고 했었거든요. 영화가 가운데만 밝고 양옆은 굉장히 어두운데 그 밝음을 여름의 우거진 산 느낌을 하고 싶었습니다. 산이 저한테는 약간 무섭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공간이라 그런 데서 오는 호기심이 있어요. 어느 정도의 스펙터클을 보장해주는 느낌도 있구요. 나중에 편집할 때 굉장히 웅장한 게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것들을 거기에서 만나게 되고 그러니까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산을 타게 되더라고요.

상영 후 토크┃전소영

이게 제 졸업영화거든요. 떠나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먼저 졸업한 사람들이 서울로 떠나거나 워킹 홀리데이를 가거나 그러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그렇게 떠나는 사람들이 제 마음에도 뭔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로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제목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초반에 정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염두에 두면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뭔가를 먹는다는 데 초점을 맞춰서 오징어 입을 먹거나, 달걀을 먹거나, 사과를 먹거나... 이런 장면들을 종종 넣으려고 했습니다. 영화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저는 권태로운 마을을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그러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