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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2. 23.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손희완(<범솔>연출) 전찬영(<A Day in Fukuoka>연출) 진행 | 정지혜(영화감독)

얼굴들, 사람들

영화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부산의 독립영화들이 여러분께 전할 시간과 빛은 실제 인물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는 공통점으로 묶일 수 있습니다.


전병솔이라는 사람과 그의 프로레슬러 캐릭터인 범솔, 혹은 경기와 연기와 연습 사이에서 <범솔>에 섞여있는 전병솔과 범솔을 관찰한다는 건, 적어도 그 영화 안에서만큼은 많이 다른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꿈을 이루며 사는 특별한 사람을 목격하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추측해 봅니다. 거주자 대부분이 떠나고 재개발이 시작된 지역을 찾아간 <변명하지 않는 당신>은 아직 남아있는 것과 이미 사라진 것들의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곰살스럽게 인물에게로 파고듭니다. 그의 소박한 일상과 삶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프레임 안에 쌓이면 그것이 신산한 개발의 이미지보다 더 깊이 남아 우리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부산 인터시티 레지던시 영화제작사업의 신작을 소개합니다. 대부분 집과 가족을 향해 있던 전찬영의 카메라가 타인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다큐멘터리 는 타향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당차고 씩씩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을 따르는 영화의 여정이란 더없이 경쾌합니다.


2월의 "로컬 픽, 시간과 빛"이 마련한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저마다의 매력과 이야기를 품고 영화가 된 사람들을 만나며, 영화가 설정한 대상과의 거리가 얼마나 유효하게 작용하는지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범솔 BUM SOL

손희완┃다큐멘터리┃컬러┃15분┃2023┃대한민국

시놉시스   어린 시절, 누군가는 추억으로 흘려보낸 어린 시절의 꿈을 여전히 간직한 채 달려나가는 프로 레슬링 선수 범솔. 우리의 꿈은 뭐였을까?​ 

연출의도   꿈을 꾸며 나아가는 모든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합니다!

프로그램노트   영화의 제목 "범솔"은 자연인 전병솔의 프로 레슬러로서의 이름이다. 영화는 자연인 전병솔보다 링과 카메라 앞뒤, 어디에서나 다분히 프로 레슬러 범솔 쪽을 향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영화가 프로 레슬러 범솔의 경기 스타일, 연기력, 그에 대한 평가 등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는 자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가 범솔로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며 거침없이 나아갈 때, 그 기저에는 어느 정도 전병솔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동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린 시절에 꿈꾸던 길을 가는 사람이란 이렇게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집념의 결정체인 것일까. (김지연)

변명하지 않는 당신

dear who don't make excuses

전인제┃다큐멘터리┃컬러┃29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40여 년간 한 자리에서 도시의 발전을 지켜본 할머니는 이제 자신의 차례가 되어 이사를 준비한다.

연출의도   오래된 집의 역사와 추억을 뒤로하고 떠나는 할머니의 마음과 고민이 우리 시대의 고민과 닿아있음을 발견한다.

프로그램노트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인간은 몇 해 정도의 세월을 지내고 나면 갖은 풍파를 겪고도 초연해질 수 있을까?” 비단 모든 일들이 단순한 시간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버티며 살아낸 이 세상의 무수한 존재들을 목도할 때면, 그저 일상을 담담히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위대한 일인지 불현듯 깨닫게 된다. <변명하지 않는 당신>은 자신의 오랜 집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창순 할머니를 조명하고 있다. 또한 카메라를 든 전인제 감독은 무심한 방관자도 아닌, 과도한 참여자도 아닌, 그 둘 사이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대상을 사려 깊게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부산진구 양정 3주택 재개발구역 일대 풍경, 그 안에 자리한 이창순 할머니의 집, 허물어져 가는 집 내부, 할머니의 목소리로 되살아나는 과거의 이야기들. 이창순 할머니는 이미 떠나기로 운명 지어진 자신의 오랜 공간을 지속해서 살핀다. 집구석구석 묻은 찌든 때를 닦아내고 또 닦아낸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 집에 들어온 처음과 같이, 여기서 나가야 하는 지금에 와서도, 항상 영원할 것처럼.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빤한 대답일지라도, 백 마디 구차한 변명보다 훨씬 솔직한 한마디 말일 것이다. (윤지혜)

A Day in Fukuoka

전찬영┃다큐멘터리┃컬러┃41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한국을 떠나 후쿠오카에 정착한 5명의 여성이 있다. ‘부산정’라는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영신, ‘마당쇠’라는 돼지갈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오정화와 그녀의 어머니 김분순, ‘라포르’라는 에스테틱 샵을 운영하는 오정화, 코코시스 리조트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양이레. 한국을 떠나 후쿠오카에서 정착하는 과정과 자신의 사업을 꾸려가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연출의도   낯선 이국의 땅에서 꾸려가는 여성들의 노동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노동을 하기 위해선 노동을 준비하는 과정과 노동을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그녀들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프로그램노트   전찬영 감독하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유려하게 풀어내는 <바보 아빠>(2015), <집 속의 집 속의 집>(2017) 등의 작품이 먼저 떠오른다. 천연덕스럽게 가족의 이야기를 풀었던 감독은 종국에는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의 굴레와 가부장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 감독이 <A Day in Fukuoka>로 가족을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마치 <다섯 번째 방>에서 방을 찾아 헤매던 엄마‘들’의 확장된 세계를 엿보는 듯해서 인상적이다. 다큐 속 한국을 떠나 후쿠오카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녀들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가족을 벗어나 한 명의 노동자로 자신의 자리를 찾았음을 확신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그녀들의 경건한 노동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어 진다. (김필남)

상영 후 토크┃손희완

아무래도 프로레슬링 선수이고 이 스포츠의 특성상 역동적이고 좀 거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 되게 위험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유의하며 촬영을 진행 하다 보니까 힘이 너무 들어간 촬영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사람의 화려한 면이 아닌, 어떤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싶어서 그 과정을 좀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 또래 세대들과 어린 시절 얘기를 하면 거의 프로 레슬링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꿈으로 한번 돌아가보자,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의 꿈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상영 후 토크┃전찬영

처음에 일본어라서 통번역을 다 돌렸는데, 일본어는 한국어랑 어순이 비슷하잖아요. 편집하려고 계속 듣다 보니까 유추가 어느 정도 돼서 영어로 편집할 때보다는 일본어를 더 수월하게 편집을 했어요. 제일 중점적으로 두고 싶었던 건 사실 이 영화에 커다란 사건이나 엄청난 서스펜스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뭔가 귀여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가지고 관찰을 많이 했어요. 삼겹살 파는 사장님은 정말 웃음소리가 귀여우시잖아요. 편집을 하면 계속 반복해서 봐야 되니까 그 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돼요. 저 혼자 사랑에 빠져 눈물을 흘리면서 이 사람들의 노동과 각자의 역사들을 최대한 잘 보존을 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4명의 인물들이 정말 다르지만 하나의 서사를 가지도록 이어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