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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금) 오후 7시 30분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
부산로컬시네마데이 Busan Local Cinema Day

로컬 픽, 시간과 빛 Local Pick, Bright Time

참여 | 박혜민(<두억시니가>연출) 지준혁(<로나>연출) 김종한(<프로이트를 죽이다>연출) 진행 | 장태구(영화감독)
픽션만세2

4월의 “로컬 픽, 시간과 빛”은 픽션을 생각하는 두 번째 상영을 마련했습니다. 픽션만세 1에서 코미디적인 요소를 주효하게 이용한 영화들이 관객을 만났다면, 픽션만세 2에서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서사를 주도하는 작품들을 배치했습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정밀하게 조직하는 데서 영화의 재미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영화의 특별한 정서와 분위기에서 그것이 비롯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과감한 색채와 묘사로 서사를 끌고 가는 박혜민의 <두억시니가>는 근래 보기 드문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릴 적 텔레비전 앞에서 눈을 가려가며 괴담을 보았던 기억을 불러내기도 합니다. 지준혁의 <로나>에는 할아버지의 집에 방문해 사진을 찾아오는 잠깐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시종일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운들을 쌓아가며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긴장감을 안겨주려고 합니다. 김종한은 이번에도 <프로이트를 죽이다>를 통해 그 자신의 고유한 제작방식에서 근원한 개성적인 스타일로 서사를 펼쳐내며 영화가 건네는 말하기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일이 하나의 여행과 같다면 픽션만세2에서 세 연출자가 구축해 낸 세계로의 여행은 흔치 않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는 첨언을 남기며, 4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지연)

두억시니가 Devil (Duoxiniga)

박혜민┃애니메이션┃컬러┃35분┃2023┃대한민국

시놉시스   둘째 아이 태어나던 날. 낙마 사고를 당해 죽어가던 최대감은 두억신(神)에게 소원을 빌어 살아난다. 그리고 두억시니는 대가로 최대감의 첫째 딸아이가 16살 되는 날 데려가겠다 한다. 그러나 소중한 딸을 그리 빼앗길 수는 없다.

연출의도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

프로그램노트   우리가 공포 혹은 추리 장르에 기대하는 바들이 있다. 어딘가에서 들어보았음 직한 괴담이 떠오르는 이 애니메이션은, 그것들을 수순에 따라 착실하게 실천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답을 안다고 해서 장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희석되지는 않는 법이다. 긴장을 조율하고, 놀라움과 무서움을 선사하며, <두억시니가>는 제가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간다. 이것으로 영화의 전부를 말하기엔 부족하다. 때론 어떤 장면들은 누아르의 그것 같다. 예를 들면 초반부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고 죽어가는 인물 앞에 두억시니가 나타나는 장면, 그에 이어지는 숏들 간의 전환이 돋보인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극단적인 구도들과 애니메이션이기에 더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들도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다. (김지연)

로나 Rona

지준혁┃극영화┃컬러┃16분┃2023┃대한민국┃15+

시놉시스   로나는 엄마의 부탁을 받고 집이 허물기 전 살아생전 본 적 없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가지러 간다.

연출의도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가.

프로그램노트   ‘로나’(김민하)는 엄마의 부탁을 받고 살아생전 본 적 없던 할아버지(임형태)의 낡은 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바로 영화 내내 흐르는 무드다. 간결하면서도 확신을 가지는 숏 구성은 영화에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한국적인 음악과 이미지들은 영화를 더욱 몽환적으로 만든다. 이 여정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불안이 이제는 모두 끝났을 거라고 예상했을 때, 영화는 다시 한번 반전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마치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지는 것처럼 천천히 서서히 진행된다. (김필남)

프로이트를 죽이다. Kill Freud

김종한┃실험영화┃컬러┃15분┃2023┃대한민국

시놉시스   종하는 환청을 듣고 지옥같은 삶에서 구원 받기를 원한다. 종교적 구원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구원 받기 위해 조원장을 찾아간다.

연출의도   잊고 지내는 행복한 기억과 늘 따라다니는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우리는 살고 있다.

프로그램노트   인물이 영도 일대를 배회하는 풍경이 <프로이트를 죽이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종한의 카메라에 담긴 영도의 모습은, 언뜻 너무나 고요해서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름대로 각자의 시간에 충실하게 살아온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대사와 내레이션 없이 몇줄 자막으로 상황을 전달 하는 것을 즐기고, 카메라가 좀체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은 이전 작품들에 이어지던 바들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인물은 프레임 이편에서 저편으로, 혹은 저편에서 이편으로 자주 가로질러 간다. 도로변에서 계곡, 숲, 바다로 이어지는 숏들의 마지막, 프레임의 귀퉁이에 걸린 그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까. (김지연)

상영 후 토크┃박혜민

처음에는 악마랑 신부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여자 캐릭터의 드레스를 못 그리겠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한복으로 가야겠다. 그러면 악마는 도깨비가 되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변형 되면서 이런 지금의 사극 애니메이션이 됐습니다.


도사가 읊는 염불 있잖아요. 그게 진짜 염불이 아니거든요. 불교에 악한 것을 쫓는 염불이 있는데 그거를 다 뒤집어서 외고 있는 거예요. 원래 "가나다라”인 걸 "라다나가” 이런 식으로 읽는 거거든요. 도깨비가 처음부터 장난치는 거였어요. 성우 분이 연기할 때 엄청 힘들어하셨어요. 뜻도 모르는 낯선 걸 읽어야 돼서 몇 번은 NG가 났던 것 같아요.


주인공 도사 역할을 성우 김승준님이 하셨는데 제가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분이에요. 제가 정말 팬이었어요. 영화가 완성이 안 되어서 힘들 때는 계속 그걸 생각 했어요. 나는 그때 너무 행복했다. 저 분의 연기를 직접 봤다니! 그러면서 힘든 시기를 버텼던 것 같아요. 그분의 연기를 완성된 작품으로 여러분들에게 보여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상영 후 토크┃지준혁

로나는 '코로나’의 로나고요.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가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이야기거든요. 감기에 오늘 걸려야지 해서 걸리는 게 아니잖아요. 특정 장소나 시간에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옮는 거잖아요. 영화에도 오빠를 보낼 수 있는데 굳이 로나를 보냈단 말이에요. 오빠는 집에서 공부를 해야 되니까. 근데 마지막에는 오빠 감기 걸렸으니까 안부 전화 한번 해줘봐라, 하죠. 바이러스가 옮겨가는 알레고리를 따왔어요.


음악 감독님이랑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서 작업했어요. 제가 원했던 건 동양적인 것이랑 영화에서 필요한 종소리에 관한 것이었어요. 음악 감독님이랑 처음 작업을 하면서 배웠던 게 많아요. 교차 편집을 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의 템포가 있잖아요. 그게 사운드의 영향을 많이 받더라고요. 기존 음원을 쓰다가 실제로 작업할 때 음악을 만들어 보니까 이게 이미지 사이에서 사운드로도 리듬을 만들 수가 있구나 하고 많이 공부가 됐습니다.


영화가 앞에서 너무 분위기를 잡다 보니까 저는 할아버지의 캐릭터는 좀 웃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후반에 보면 할아버지가 막 사투리 쓰고 하잖아요. 사실 저는 무서운 영화를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무서운 영화가 주제를 가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어서요.

상영 후 토크┃김종한

제가 연기를 한다고는 할 수 없죠. 그냥 서 있는 거죠. 저도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기한다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클로즈업을 안 하고, 제 연기에 대해 평가할 사람이 없기도 해서 마음 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죠. 제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억지로 잘해보려는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영선아파트가 주는 이미지가 독특해요. 오래된 것도 있지만 기괴한 것도 있고. 그리고 그런 아파트는 어릴 때 행복한 기억이 남아 있는 아파트라는 느낌이 있어요. 40년, 50년 전에도 존재했을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그전에도 주로 많이 촬영에 썼습니다. <대영약국>에서도 8살일 때와 50살 이야기가 겹치기 때문에, 8살에도 존재했을 만한 아파트를 찾다보니 거길 쓰게 되었습니다.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있는데 제 파트는 거의 다 찍었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 파트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와 이별 했을 때 다가오는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 하는지에 대해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그분이 캐스팅에 응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사람과 작업을 해야 돼요. 그분이 순순하게 응해주시면 더 빨리 찍고 올해 영화제에도 한번 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